루시 씨는 가장 당혹스러웠던 순간은 이웃에게 화장실 휴지를 요청할 것을 남편에게 강요당했을 때였다고 회상한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단지 휴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휴지를 살 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호주에서 임시비자로 지내고 있는 루시 씨는 센터링크나 메디케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폭력적인 남편을 떠난 그녀는 이제 살아남기 위해 보호 센터의 식량 바우처에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루시 씨는 임시 비자 여성들이 이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가정 폭력 보호 시설 중 한 곳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 그녀가 보호 센터에서 받은 바우처는 울워스나 콜스 같은 대형 수퍼마켓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다. 루시 씨와 그녀의 딸은 매장에 필요한 재고물품이 없을 때는 일반 상점에서 필수용품을 살 현금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 한다.
루시는 조와 결혼한 후 딸 킴과 함께 시드니로 이주했다. 남편 조가 성적으로 육체적으로 폭력을 행사하자 루시는 한 교회 사람에게 학대 경험을 털어놓게 되고 교회를 통해 여성 지원 서비스를 소개받은 뒤 딸 킴을 데리고 보호센터로 거처를 옮겼다.
코로나19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호주의 임시 비자 여성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루시 모녀는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재정적인 부담이 커지고 있다. 루시 씨는 더 이상 교회에서 영어 수업을 듣거나 호주 법률 시스템 검색을 도와주는 통역사나 복지사 등을 만날 수 없다. 킴 양도 코로나19 제한 동안 지역 도서관에 공부하러 갈 수가 없었다.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이나 수입도 없고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지원 네트워크도 없는 상황이다.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는 임시 파트너 비자 신청 중 약 3만6,450건의 여성 신청자들을 받는다. 호주 여성 4명 중 1명이 가정폭력을 경험한다는 현재 통계에 따르면 호주 전역의 최소 9,112명의 임시 파트너 비자를 가진 여성들이 가정폭력을 경험한다고 보고서는 추정하고 있다.
코로나19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호주의 임시 비자 여성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임시 비자 여성 대부분은 사랑을 위해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위해 호주에 정착한다. 그들은 배우자 비자로 후원을 받으면서 재정적인 지원과 함께 호주 영주권을 받기 위해 파트너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임시 비자 여성은 정부 지원에서 제외되며 영주권 취득까지는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그들은 낙태와 피임 서비스를 포함한 메디케어 서비스나 센터링크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폭력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호주에서의 자율적인 삶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훈련이나 기술 교육 등을 받기 어렵게 만든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그들의 고립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예수회 난민 서비스(Jesuit Refugee Service)와 같은 지역사회 단체들과 다른 시민단체들은 이와 같은 여성들에게 법적인 도움과 음식, 여성위생용품 등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기본적인 서비스와 안전망 제공은 가정 폭력의 위험에 처한 모든 여성들에게 필수적이다
시드니의 예수회 난민서비스 캐롤리나 고타르도 대표는 임시 비자 여성들이 일상 생활과 기본적인 생존을 꾸리기 위해 긴급구호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말한다.
"임시 비자를 소지한 여성들은 이동 제한, 사회적 거리두기, 고립의 결과로 가정 폭력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지원이나 안전망에서 배제된 채 가해자와 함께 24시간 고립돼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스트레스 증가와 더불어 비좁은 생활 여건 하에서 폭력성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는 임시 비자 여성들이 정부의 모든 지원에서 제외된 결과다. 만약 우리가 코로나19 전후동안 임시비자 여성의 안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가정 폭력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모든 여성들에게 기본적인 서비스와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고타르도 대표는 강조했다.
호주 전역에서 파트너 임시 비자를 가진 여성 중 최소 9,112명은 가정 폭력을 경험하고 있다
대부분의 난민센터에서 임시비자 여성들에게 제공되는 침대 수는 제한적이다. 임시비자 여성들을 위한 음식, 숙박, 의료비 관련 정부 지원금은 없기 때문이다.
보호센터 직원들은 가정폭력을 경험하는 영주권자와 시민들은 안전한 대체 숙박시설을 찾을 때까지 최대 28일간(비연속적 숙박) 모텔에 머물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금이 보조된다고 말한다. 정부의 1억 5천만 달러 규모 코로나19 가정 폭력 자금 지원 계획에 따라 비연속적 숙박 조건은 폐지됨에 따라 피해 여성들이 임시 숙박 시설을 중간에 이동 없이 28일 동안 머물 수 있게 됐다.
NSW가정폭력 담당 레나타 필드 대변인은 올해 3월 서비스 건수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1% 증가했다고 말했다.
"카운셀링같은 치료서비스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 계획을 세우고 격리된 장소에서 자신과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움을 받는 임시비자 여성들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했다”라고 필드 대변인은 전했다.
임시 비자를 소지하고 있는 많은 피해 여성들은 가정 폭력을 겪으며 파트너와 관계를 유지하거나 위태로운 여건의 난민 보호 시설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노출 또는 호주에 거주할 수 있는 비자 후원이 끊기는 등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사는 것 중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1800 RESPECT 핫라인의 멜로니 시한 매니저는 코로나19 이후 가정폭력 서비스 상담 건수가 급증하면서 특히 웹 채팅 서비스를 통한 상담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시한 매니저는 이 채팅상담 서비스가 고립된 상황 속에서 여성의 안전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락다운이 해제된 이후에도 이 서비스를 통해 늘어난 가정폭력 피해 생존자 전체를 계속해서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해지는 얘기로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서비스 일부가 중단되었기 때문에 여성들이 일상적인 지원 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이용할 수 있는 (채팅상담)지원서비스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저 방식이 다를 뿐이다"라고 시한 매니저는 설명했다.
고타르도 대표는 임시 비자 피해 여성들은 파트너와 떨어져 지내더라도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 등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받을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 처한 여성들이 정보를 접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지원받는 방법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이것은 생사가 걸린 문제일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사라 말리크는 SBS Voices의 작가이자 진행자로 Our Watch 출신이다. 트위터 @sarahbmalik에서 팔로우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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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와 SBS On Demand에서 5월 5일 수요일 오후 8시 30분 첫 방송된 것을 시작으로 3부작이 매주 방송되며, 모든 에피소드는 NITV에서 동시 방영된다. (5월 9일부터 SBS VICLAND에서 일요일 오후 9시 30분 재방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