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27일부터 6월 3일까지 한 주간 진행되는 국가 화해의 주간(National Reconciliation Week)은 호주 역사상 두 번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사건과 맞닿아 있다.
1967년 5월 27일, 연방정부가 원주민들을 인구조사 명단에 포함하고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 부여를 위한 국민투표가 실시됐고 90퍼센트 이상의 호주인들이 투표에 참여했다.
또한 1992년 6월 3일에는 영국인이 정착하기 전에 아무도 소유하지 않는 땅이었다는 영국의 테라 널리어스(terra nullius, 주인 없는 땅) 주장에 반하며 원주민들의 토지 소유권을 인정하는 역사적인 고등법원의 판결, 일명 '마보 판결'이 내려졌다.
이러한 역사적인 기록을 바탕으로 국가 화해의 주간은 매년 다른 테마를 정해 캠페인을 진행해오고 있다. 올해의 테마는 ‘진실 말하기’다.

A Sorry Day rally outside New South Wales Parliament House in Sydney. Source: AAP
리컨실리에이션 오스트레일리아의 카렌 먼딘 대표는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진실 말하기’는 호주가 역사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울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먼딘 대표는 “원주민과 다른 호주인 간의 좋은 면, 안 좋은 면, 추악한 면까지 모두 말하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대화를 시작하자는 것이고 무엇이 우리가 말하고 싶었던 진실이고 그 대화를 중심으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자”라고 말했다.
진실과 화해 위원회는 독일, 캐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과거의 역사적인 불평등을 조사하기 위해 정식 절차를 밟은 많은 국가에서 오랜 시간 활동해오고 있다.
먼딘 대표는 1838년 12명의 유럽인들에 의해 최소 28명의 원주민이 목숨을 잃은 NSW의 마얄 크릭 학살 사건을 인용하며 ‘진실 말하기’는 피해 당사자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마얄 크릭 학살 사건의 양 측 후손들은 매년 한자리에 모여 학살 피해자들을 기리는 시간을 갖고 있다.
먼딘 대표는 “화해의 자리를 시작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후손 중의 한 명인 수 블랙록 씨가 미래에는 학살에 관련한 이야기를 멈추고 치유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될 날이 오길 바란다고 했던 말을 기억한다”라면서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것은 수 블랙록 씨와 가해자의 후손 중 한 명이 서로 포옹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진실 말하기와 조약
호주는 원주민들과 맺은 조약이 없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연방 국가이다. 조약은 이해당사자 간에 상호 합의를 통해 지키기로 약속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공식적인 합의서다.
빅토리아 조약 진흥 위원회의 질 갤러거 위원장은 진실 말하기 운동은 모든 조약의 근본적인 부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Victorian Treaty Advancement Commissioner Jill Gallagher. Source: AAP
'우리의 역사를 잊을 수는 없다'
원주민을 위한 국가 기관인 치유 재단은 강제로 자녀와 분리당해야 했던 가족 등 지속적인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원주민 지역사회를 위해 운영되고 있다.
치유 재단의 리차트 웨스턴 대표는 여전히 많은 원주민들이 감옥에 갇히고 있으며 세대에 걸친 트라우마의 영향으로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진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원주민들도 오래 지속된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고쳐나가거나 치유해 나갈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웨스턴 대표는 과거를 인정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그로부터 더 나아가 지금과는 조금 다른 국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The Sea of Hands installation in Sydney, representing community support for reconciliation and rights of Australia's First People. Source: AAP
이 밖에도 국가 화해의 주간에는 호주 전역에 걸쳐 다양한 커뮤니티 행사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