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씨 “여권 출생지 되찾겠다” 정부 상대 법정 소송… 외교부, 타협안 동의

에버하르트 프랭크(79)는 지난해 자신의 신청서에 '팔레스틴'이 삭제된 뒤 호주 정부를 상대로 자신의 출생지로 공식 기록될 권리를 요구하는 소송을 성공적으로 벌였다. 법원은 이 일에 대한 중재 절차에 나섰고 지난달 외교통상부는 프랭크 씨의 타협안에 동의했다.

Eberhard Frank, who fought to have his birthplace recorded on his passport as 'Palestine'

Eberhard Frank, who fought to have his birthplace recorded on his passport as 'Palestine' Source: SBS

에베르하르트 프랭크 씨의 애들레이드 힐 자택 거실은 수많은 역사 책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는 자신의 유산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다.

중동에서 독일로 이민 간 부모를 둔 그는 1940년 ‘영국 위임 통치 지역 팔레스타인(British Mandated Palestine' or 'British Mandatory Palestine')으로 불리는 곳에서 태어났다.

79세의 프랭크 씨는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팔레스타인에서 태어났다는 말을 평생 동안 부모님으로부터 들었다”라며 “나는 팔레스타인의 자파에서 태어났고, 내 출생증명서에는 출생지가 팔레스타인 정부로 적혀있다”라고 말했다.

1952년 호주에 귀화한 그는 지난해 호주 여권을 갱신하러 갔을 때 자신의 신청서에 적힌 출생지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자신은 과거 신청서에 ‘자파, 팔레스타인’이라고 출생지를 적어 냈지만, 새로 받은 양식에는 자신의 출생지가 ‘명시되지 않음(unspecified)’으로 자동적으로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프랭크 씨는 “이 같은 행위는 내게 있어 존엄성과 권리에 위배되는 범죄 행위와 같다”라고 주장했다.

호주 정부는 현재 팔레스타인 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요르단 강 서안 지구(West Bank)와 가자 지구 역시 인정하지 않고 있다.

1948년 2차 세계 대전이 마쳐진 후 이스라엘이 독립을 했고 자파는 현재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외곽에 자리하고 있다.

프랭크 씨는 자신의 출생지가 ‘자파, 팔레스타인’으로 기록된 1974년 이전의 여권들을 SBS 뉴스에 보여줬다.

이어서 “왜 호주 정부가 팔레스타인이라는 이름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선택했는지는 나에게 수수께끼”라며 “이는 일종의 차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Previous passports
Source: Jarni Blakkarly/SBS News

법정 투쟁

프랭크 씨의 독일인 부모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에 호주에 있는 민간인 수용소에 가게 됐다. 1947년 석방될 때까지 이곳에 머물렀으며 이후 프랭크 씨의 부모는 호주에 정착하기로 결정했다.

바스켓 레인지의 호주인 파트너와 함께 살게 된 프랭크 씨의 아버지는 남부 호주 주에 있는 중고등학교에서 인문학 교사가 되었고, 훗날에는 학교 교장 선생님을 역임하기도 했다.

프랭크 씨는 작년 자신의 여권 신청서에 적힌 출생지가 바뀐 것을 알고, 여권을 갱신하는 대신 인권위원회(Human Rights Commission)에 이의를 제기했다.

인권위원회는 여권을 관리하는 외교통상부과 프랭크 씨의 분쟁을 중재하기 위해 나섰다.

중재 과정에서 프랭크 씨는 자신의 출생지를 ‘영국 위임 통치 지역 팔레스타인’으로 기재하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외교통상부는 팔레스타인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정책을 강조하며 그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랭크 씨가 절충안을 낸 이유는 터키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연합군의 합의에 따라 영국이 팔레스타인을 1917년에서 1948년까지 위임 통치했기 때문이다.

이후 프랭크 씨는 연방 법원에 정부를 고소했다. 법원은 이 일에 대한 중재 절차에 나섰고 지난달 외교통상부는 프랭크 씨의 타협에 동의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정부 문서에 공식적으로 기록되는 그의 출생지는 ‘자파, 영국 위임 통치 지역 팔레스타인’으로 기록되게 됐다.

하지만 이번 일이 프랭크 씨의 여권 신청 변경에 한정된 특수한 경우인지? 팔레스타인을 인정하지 않는 호주 정부 정책에 대한 광범위한 변화의 일부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프랭크  씨는 자신의 출생지가 공식적으로 언제 바뀌었는지를 알지 못하지만, 2008년 이전 여권 신청서에는 자신의 출생지가 ‘자파, 팔레스타인’으로 기재되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동에서 태어난 프랭크 씨의 형과 누나 역시 팔레스타인을 출생지로 기재한 여권을 갖고 있지만 이들은 아직 여권을 갱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여권은 보통 10년마다 갱신하게 되어 있다.

SBS 뉴스는 이번 일에 대한 질의를 위해 외교통상부를 접촉했지만 사건이 법정에서 다뤄지기 전에 언급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답변을 했다. 

유사한 상황의 법적인 선례

이 지역에서 출생한 프랭크 씨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호주인이 얼마나 많은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호주 팔레스타인 단체의 자료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태어난 호주인은 3000명 미만으로, 이들 중 일부만이 프랭크 씨처럼 1948년 이전에 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친 팔레스타인 단체인 ‘호주 팔레스타인 지지 네트워크(Australia Palestine Advocacy Network)’의 바삼 달리 씨는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두 가지 유사한 사례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말도 안 된다”라며 “사람이 출생한 장소가 정치적 이슈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달리 씨는 제1차 세계대전을 설명하는 호주 전역에 있는 전쟁 기념관을 언급하며 ‘베르셰바, 팔레스타인’이 분쟁 지역으로 언급된 것을 지적했다.

한편 호주 이스라엘 및 유대인 협의회(Australian Israel and Jewish Affairs Council)는 이번 일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프랭크 씨는 정부를 상대로 한 자신의 승리가 유사한 상황에 놓인 다른 사람들에게 법적 선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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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By Jarni Blakkarly
Presented by Justin Sungi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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