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은 26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약 463억 원) 남자 단식 4강전 페더러와의 경기에서 1세트를 1-6으로 내주고 2세트 게임스코어 2-5로 뒤진 상황에서 기권했다.
2 세트 게임스코어 1-2에서 브레이크를 당한 정현은 게임스코어 1-4까지 벌어지자 메디컬 타임아웃을 부르고 왼쪽 발바닥 물집을 치료했다. 다시 코트에 복귀한 정현은 부상 탓에 힘겨운 경기를 이어가다 결국 1시간 3분 만에 기권을 선언했다.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 무대에 오른 정현은 결승 진출을 앞두고 만난 상대 페더러의 벽을 넘지 못하고 대회를 마쳤다.
정현은 1회전부터 8강까지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독일)와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연파하며 국내에 ‘정현 신드롬’을 일으켰다. 생애 처음으로 ‘황제’ 페더러를 만나 기적에 도전했으나 발바닥 물집 부상을 이겨내지 못했다.
이날 서브 에이스에서 페더러가 9-1로 앞섰다. 더블폴트는 정현과 페더러가 각각 3개와 1개였다. 상대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한 것은 페더러가 4차례였다. 정현은 한 번도 없었다. 공격 성공 횟수는 페더러가 24-6으로 앞섰다.
페더러는 경기 직후 장내 인터뷰에서 “첫 세트는 (정현이) 워낙 경기를 잘했다. 이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했다”면서 “2세트 들어 (정현의) 움직임이 둔화했다. 뭔가 문제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페더러는 상대 선수의 부상에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품격도 보여줬다. 그는 “나도 부상을 안고 뛰었을 때 얼마나 아픈지 안다. 멈춰야 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도 안다. 이렇게 결승에 올라가고 싶지는 않았다. 아쉽다”고 말했다.
정현은 발바닥 부상으로 조코비치와의 16강전에서도 진통제를 먹고 경기를 했다.
페더러는 “정현이 보여준 실력을 보면 충분히 톱10을 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갖춘 선수다.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성공을 기원했다.
페더러는 결승에서 마린 칠리치(6위·크로아티아)를 상대로 통산 20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노린다. 페더러는 칠리치와 상대 전적에서 8승 1패로 앞서 있다. 그는 “(부상으로 고생하던) 2년 전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면 농담하지 말라고 했을 것 같다. 기회가 찾아왔다. 은퇴 전에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