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밖에 있는 광고판을 통해 진보적인 의견을 전해 온 성공회 ‘로드 바우어’ 신부에게 한 미디어 회사가 접근했다. 신부는 ‘비차별 주의(inclusivity)’를 함께 홍보하자는 이 회사의 제안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로드 바우어 신부는 “호주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프로젝트에 서명을 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라고 말했다.
고스퍼드(Gosford) 교구의 바우어 신부는 그동안 호주의 국경 보호 정책을 아동 학대에 비유해왔다. 피터 더튼 내무 장관을 “남색가(sodomite)”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해 왔기 때문에, 이 교회의 광고판에 실린 문구를 보고 지역 사회 구성원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바우어 신부는 지난달 트위터에 글을 남기며 “브레이크쓰루 미디어(Breakthrough Media)에 이용당했다"라며 “참 더럽게 느껴진다”라고 밝혔다.
바우어 신부의 이 같은 반응은 멜번에 있는 한 이슬람 학자의 주장이 제기된 후 표출됐다. 한 통신회사와 워크숍을 하기로 서명을 한 무슬림 학자가 ‘연방 정부가 중요한 자금 조달원이라는 사실을 솔직히 밝히지 않았다”라며 비난하고 나선 것.

Father Rod Bower says he feels "used" by Breakthrough Media Source: Supplied
학자인 샤키라 후세인 씨는 이 회사가 처음에 자신에게 접근할 때 “부상하는 호주인 무슬림의 소리에 대한 트위터 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시드니에 와 달라고 제안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SBS 뉴스 측에 “그들이 직접적으로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내무부와 연관된 사실에 대해) 그리 공개적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후세인 박사는 본인이 참석에 동의한 후에야 호주 정부의 자금 지원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워크숍이 이슬람 공동체의 요청에 의해 열리게 됐다고는 들었지만, 주체가 누구인지는 정확하게 말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녀는 쉽게 눈치챌 수 없도록 여러 가지 질문들 속에 감춰져 있었고, 참석자들 중에는 내무부 직원들도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됐다고 말했다.
고스퍼드(Gosford) 교구의 바우어 신부 역시 “지난해 브레이크쓰루 미디어가 접촉했을 때 정부와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참여를 주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내게 비차별 주의와 다양성을 축하하기 위해 표지판을 가지고 무엇을 하고 싶냐?”라고 물었고 “나는 당연히 뛰어들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내무부의 대변인은 SBS 뉴스에 “사회적 통합을 이뤄내고, 폭력적인 과격 주의자와 증오에 기반한 이데올로기에 도전하는 커뮤니케이션 작업을 하기 위해, 정부는 2016년 브레이크쓰루 미디어와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라고 확인했다.

Father Bower is a frequent critic of the Australian government. Source: Supplied
이어서 “내무부는 브레이크쓰루 미디어에 정부와의 관계를 밝히지 말라고 지시한 바가 없으며, 웹사이트에도 언급이 되어 있는 내용”이라며 “브레이크쓰루 미디어는 협력 업체에 접근할 때 호주 정부와의 협력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브레이크쓰루 미디어를 통해 전파된 페이스북 동영상은 현재 11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호주국립대학(ANU)의 테러 전문가 클라크 존스 박사는 “지역 사회 참여 업무를 브레이크쓰루 미디어 같은 외주 업체에 맡기는 것은 정부와 무슬림 공동체 간의 관계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존스 박사는 이어서 “하지만 투명성이 결여된 접근법은 정부와 이슬람 공동체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라고 경고했다.
존스 박사는 “신뢰가 무너지면 그 어떤 성공적인 결과도 얻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브레이크쓰루 미디어는 SBS 뉴스에 “극단주의에 맞서기 위해 지역사회와 협력한 일을 대단히 자랑스러워한다”라고 밝혔지만, 정부와의 관계에 대한 본질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회사 측 전략 책임자인 레베카 루이스 씨는 “일반적인 대행 관행에 따라 우리는 고객과 고객을 위해 진행한 업무, 계약 기간, 가치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