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내의 한인사회가 호주 내의 유일한 위안부 피해 생존자였으며 국제 평화상 수상자인 얀 러프-오헌 할머니를 애도하고 있다.
얀 러프-오헌 할머지는 지난주9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호주 한인단체인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실천 추진위원회’는 24일 호주의 대표적 한인밀집지역인 시드니 스트라스필드에서 추모 행사를 갖고 고인을 기렸다.
고인에 대한 추모는 SBS 한국어 프로그램 SNS 상에서도 이어졌다.
Anna Song은 “할머님의 아픔을 공유하고 할머님의 기억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Gilbert Park은 “호주에도 피해자가 있었을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아직도 과거사를 부정하고, 은폐하려는 아베 정권은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할 악의 축이 아닐까 싶네요”라는 의견을 남겼다.
Joseph Kim은 “일본 지도자들은 위안부 문제에 진솔한 사과를 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사과가 선행돼야 우리 모두가 우호적이며 협력적인 미래를 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프-오헌 할머니의 딸인 캐롤 러프 씨는 SBS 한국어 방송을 통해 모친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아름답고 현명하며 창의적인 분이고 평화 활동가”였던 자랑스런 모친의 삶을 기념한다고 말했다.
러프 씨는 “엄마가 너무 자랑스럽고, 아주 놀라운 삶을 사셨다”라며 “그 분이 우리 엄마이고 할머니였던 것, 그분이 용기를 내어 진실을 말하는 것을 목격한 것이 너무나 행운”이라고 말했다.
또한 “엄마는 아름답고, 현명하고 창의적인 분이었고, 평화 활동가이자 전쟁에서 여성권 보호를 위한 용감한 활동가였다”라며 “엄마에게 경의를 표하고 엄마의 삶을 기념하고, 엄마의 캠페인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령 동인도(Dutch East Indies, 현재 인도네시아)를 점령한 일본군의 위안소에서 성 노예로 고초를 당한 얀 러프-오헌 할머니는 1992년 한국인 위안부 생존자 할머니의 공개 증언을 본 후 자신의 아픈 가족사를 전격 공개한 바 있다.
일본을 찾아가 사과를 요구했던 고인은 생전에 뉴질랜드, 일본,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에서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나눠 왔으며, 인권 위원회, 국제 적십자사, 국제 사면위원회 등에서도 활발한 평화 운동을 펼쳐왔다.
남부 호주 주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러프-오헌 할머니가 19일 오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생을 마감했다”고 발표했다.
비키 채프먼 남부 호주주 법무장관은 2차 세계 대전 강간 생존자이자 인권 활동가, 작가, 증조 할머니인 러프-오헌 할머니의 사망에 애도의 뜻을 표했다.
채프먼 장관은 “50년간의 침묵을 깨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인도네시아를 침공했을때 자신이 겪었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세상에 알린 그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라며 “얀 러프-오헌은 ‘위안부’ 여성의 역경을 지원하고 전쟁과 무력 분쟁에서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수십 년간 결연히 노력했다”라고 고인을 기렸다.
고인의 자서전 ‘50년의 침묵(Fifty Years of Silence)’은 한국어를 비롯해 일본어, 인도네시아어, 인도어, 중국어로 번역 출간된 바 있다.
러프-오헌 할머니는 200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로부터 교황 훈장을 받았으며, 같은 해 성 실베스터 훈장, 2004년에는 호주 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존 하워드 당시 연방총리로부터 100년 훈장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