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문화적 다양성, 차별에 대한 태도를 조사한 새로운 여론 조사 결과 “대부분의 호주인들이 인종 차별을 큰 문제”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캔론 재단 2021년 보고서
- 응답자 60% “호주에서 인종 차별은 큰 문제”
- 응답자 86% “이민은 일반적으로 호주 경제에 좋은 것”
- 응답자 89% “다문화주의는 호주 사회에 좋은 것”
스캔론 재단은 2020년 7월, 11월, 2021년 7월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조사에서는 3,500명 이상에게 110개가 넘는 질문이 던져졌다.
화요일 발표된 ‘2021 사회 응집력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호주에서 인종차별이 얼마나 큰 문제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 결과가 크게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40%가 인종차별은 큰 문제라고 인식했지만 2021년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60%로 뛰어올랐다.
보고서의 저자인 앤드류 마커스 명예 교수는 “인종차별과 관련된 질문에서 이런 수준의 변화는 흔히 볼 수 없기 때문에 매우 두드러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모두가 연구 결과에 놀라움을 표현한 것은 아니다.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중국에서 브리즈번으로 온 게리 자이 씨는 2020년 초반부터 이웃이 자신에게 중국계 사람을 지칭하는 인종 차별적 비방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이 씨에게 “차를 빼라. 너는 코로나 바이러스 보균자다”라고 하더니 “네 집으로 돌아가라”라고까지 말했다.

Gary Zhai says he has reported numerous instances of racism to police. Source: Supplied/Gary Zhai
자이 씨는 지금까지 학대, 무단 침입, 자동차 파손, 인종 차별 행위 등 35건의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직까지 아무 일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She said, '... move your car. You're a coronavirus carrier'. She called me that. - Gary Zhai, Brisbane
다문화 청소년 옹호 네트워크의 카르멜 게라 의장은 “호주에는 항상 인종차별이 있어 왔다”라며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부터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다른 많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종차별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라며 “이제 훨씬 더 눈에 띄고 사람들이 이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민과 다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
호주에서 인종 차별 우려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사 결과 외국인 혐오와 인종차별주의적인 태도가 호주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의 86%는 “이민은 일반적으로 호주 경제에 좋은 것”이라는 문항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2019년 조사에서는 76%가 동의한 바 있다.
호주 소수민족협의회연합(FECCA)의 메리 패테소스 의장은 “이민자와 난민들이 이 나라에서 번성하고 있으며 우리는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특정 집단과 특정 개인에게 인종 차별을 가하기 때문에 때때로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개인들이 있다”라며 “이민자 사회에 대한 네트워크가 부족하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불이익 요소들이 있을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다문화주의가 호주 사회에 좋은가?”라는 질문에는 89%가 동의 입장을 밝혔다.
문제의 원인은?
멜번대학교의 카렌 파콰슨 사회학 교수는 몇 가지 요소가 연관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녀는 “흑인 사망과 관련된 인권 운동이 호주에서 일어났고 감금된 원주민의 죽음에도 많은 관심이 몰렸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둘러싼 반아시아 인종주의도 발생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이전에는 길거리에서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괴롭힘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아마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 인종차별 인식 증가에 기여했다고 생각되며 20% 증가는 정말 큰 도약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 비영어권 출신의 34%가 높은 수준의 차별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반면 호주에서 태어난 사람의 11%, 영어권에서 출생한 사람의 12%만이 높은 수준의 차별을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
이번 조사에서는 사람들이 이라크, 중국, 수단 계통의 이민자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부정적 의식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42%가 이라크계 호주인에 대해 “매우 부정적” 혹은 “다소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호주 내 중국계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43%, 수단계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46%를 기록했다.
마커스 교수는 “중동과 아시아계 호주인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하지만 팬데믹 과정에서 부정적인 비율이 더 커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에 비해 중국계 호주인에 대한 부정적 응답은 1%가 하락했으며, 인도계는 6%, 레바논계는 7%, 수단계는 10%가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