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정착하기 위해 직장을 구하는 이민자들에게 지방 도시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직장을 구해주겠다고 약속하고는 돈을 챙기는 수법의 비자 사기가 포착됐다. 돈을 건넨 이민자들은 5만 달러에 이르는 거금을 잃었지만, 대행업체 대표는 3백만 달러 저택에 살며 최신형 포르쉐 자동차를 몰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대행업체 '글로벌 스킬 앤 비즈니스 서비스(Global Skills and Business Services Pty Ltd)'의 디렉터였던 루보 잭 라스코빅 씨는 시드니 북서부에 사무실을 열고 이민자들에게 비자를 받기 위한 스폰서 업체를 구해주겠다고 약속하며 최대 7만 달러에 이르는 수수료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업체를 이용했던 고객으로 현재는 멜번에서 정비업체를 운영하는 할만디프 브라르 씨는 “그가 업계에서 적합한 사람을 구해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며 “만약 스폰서십을 원한다면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SBS와 페어팩스 미디어가 공동으로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글로벌 스킬 앤 비즈니스 서비스(Global Skills and Business Services Pty Ltd)'를 운영한 라스코빅(59)씨는 ‘이민자들이 직장과 비자를 받기 위해 지방 도시에 있는 고용주에게 현금 거래를 하도록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퀸슬랜드의 서부 외곽 지역인 친칠라에서 ‘크리스 웰딩 앤 스틸(Chris's Welding & Steel)’을 운영하는 고용주 크리스 올름 씨는 “만약 직원을 고용하고 비자를 받도록 스폰서를 서 준다면 1만 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라며 “라스코빅 씨를 다그치자, 현금으로 돈을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전했다.
올름 씨는 “누가 현금 거래를 원하냐?”라고 말하고 “내 통장으로 입금하라”라고 말했다면서 누가 이따위 현금 거래를 하는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 한 명은 “사람들이 입소문과 페이스북을 통해 이 사업체를 알게 된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라스코빅 씨를 통해 직업을 구하려고 애썼지만 많은 경우 직업이 주어지지 않았고, 환불을 원했지만 돈도 다 돌려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라스코빅 씨가 디렉터이자 주주로 참여하며 운영해 온 ‘글로벌 스킬’ 사는 45명의 채권자를 남긴 채 250만 달러에 이르는 부채를 갖고 지난달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돈을 잃은 다수의 사람들은 인도 출신의 이민자로 알려졌다.
회사 청산 당시의 기록대로라면 이 회사는 자산이 전혀 없는 상태였지만, 10개 월 전 라스코빅 씨는 부동산 업계에서 최고급 저택으로 불리는 벨라 비스타의 3백만 달러 저택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별도의 사업체 명의로는 10만 달러에 이르는 검은색 포르쉐 자동차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스코빅 씨는 ‘글로벌 스킬’에 대한 청산 절차에 들어가기 몇 주전 설립된 ‘올 보더스 사’(All Borders Pty Limited)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글로벌 스킬’ 사와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비즈니스 모델 역시 유사하다. ‘올 보더스 사’는 라스코빅 씨의 파트너인 네오 타우 씨가 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민자’
수닐 쿠마르 코첼라(41) 씨는 ‘지방 도시에서 일할 직장을 구하도록 도와주겠다는 글로벌 스킬 사로 인해 3만 달러를 잃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호주에서 살 방법을 찾기 위해 채용 회사들을 물색하던 2년 전, ‘글로벌 스킬’ 사와 계약을 하고 4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동의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글로벌 스킬’ 사는 ‘취업 알선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계약서에는 ‘이력서와 참고인 요청에 대한 내용’과 함께 ‘면접과 실습이 가능하도록 하고, 취업 알선과 채용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일자리가 보장된다는 내용’은 없는 가운데 고용이 12개월 미만으로 유지될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합리성이 떨어지는 수준의 수수료를 환불받을 수 있도록 했다.
수닐 쿠마르 코첼라 씨는 2015년 4월 퀸슬랜드에 있는 한 조경 업체 사장으로부터 서면으로 일자리 제안을 받게 됐다.
SBS와 페어팩스 미디어가 확인한 문서에는 ‘조경 업체가 그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이 회사의 대표는 “라스코빅 씨나 그가 운영하는 글로벌 스킬이라는 회사는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런 일에 대해 누구와도 의견을 교환 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답변을 라스코빅 씨에게 요청했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다”라며 서면 질문에 끝내 답을 하지 않았다.
다른 직장을 수차례 알아봤지만 직업을 구하지 못한 코첼라 씨는 두 명의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호주를 떠나 인도로 돌아가야 했다.
한 배를 탄 고용주와 취업 희망자
라스코빅 씨에게 분노를 느끼는 사람은 직업을 구하려던 이민자들 뿐만은 아니었다. 고용주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주 노동자가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스폰서를 서주고 현금을 지급하겠다던 약속과 달리 이들은 라스코빅 씨에게 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12월에 도입된 법에 따르면 스폰서로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돈을 제공하거나 받는 경우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개인에게는 불법 행위 당 최대 5만 4백 달러에 이르는 과징금이, 업체에게는 25만 2천 달러에 이르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라스코빅 씨는 수수료와 관련된 질의에 응답을 거부했지만 SBS와 페어팩스 미디어가 확인한 내부 문서에 따르면 고용주에게 한 건당 1만 달러에 이르는 ‘훈련 비용’을 제공한 정황이 발견됐다.
올름 씨는 “약속받은 1만 달러는 직원의 비자가 승인된 후에 건네질 수 있다”라며 “비자가 승인되면 1만 달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근로자를 만났을 때 그 사람은 필요한 경력을 갖추고 있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를 고용했다고 올름 씨는 말했다.
직원이 비자를 받은 후에 올름 씨는 라스코빅 씨에게 약속한 돈을 요청하기 위해 연락을 했지만 올름 씨는 돈을 받지 못했고, 현재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리즈번의 북부 지역에서 누사빌 미트 마켓(Noosaville Meat Markets)을 운영하는 또 다른 고용주 게리 로저스 씨 역시도 ‘이주 노동자를 받게 되면 1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제안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직원이 계속 있으면 5천 달러, 혹은 1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바니라는 가명을 쓴 한 고객은 ‘라스코빅 씨가 호주에 살기 원하는 이민자들의 욕망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라스코빅 씨의 말을 소개하며 “만약 네가 이 일을 시작하면 영주권도 받고 호주에서 살수 있다”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스폰서를 받을 수 있는 몇몇 종류의 비자가 있다”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소개했다.
이어서 “학생들이 스폰서를 받을 수 있을 만큼의 자격을 갖춘 사업체를 보여줬다”라며 “그가 이민자들에게 속임수를 쓰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가명을 사용한 또 다른 고객 아쿠르 씨는 라스코빅 씨에게 건넨 5만 달러를 다시 벌기 위해서 현재 우버 택시를 몰고 있었다. 그는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던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는 “ 만약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아버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그 돈은 아버지가 평생 벌어서 모은 돈”이라고 말했다.
“큰 모험을 했어요”
훈련된 기술자인 하만디프 브라르 씨는 친칠라에 있는 쓰레기 서비스 업체인 ‘위칸두(We Kando Pty Ltd)’의 일자리를 위해 4만 5천 달러를 지불했다고 말했다.
“회사가 있는 곳은 작은 지방 도시였기 때문에 내 인생에 큰 위험을 무릅써야 했다”라고 말한 그는 결과적으로 입사 후 2개월 만에 해고됐다. 그는 “고용 계약서 상에 따르면 내가 할 업무는 정비와 관련된 일이었지만, 실제로 내가 한 일은 육체노동이었다”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회사 측에 “제게 잘못된 일자리를 제공한 것 같다. 나는 디젤 기계를 다루며 일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라스코빅 씨의 회사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돈은 되돌려 받지 못했다.
그는 다른 관리직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에 3만 5천 달러의 빚을 추가로 져야 했지만 이 같은 사실은 인도에 있는 부모님이 전혀 모르고 있다면서 신원 확인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브리즈번에서부터 5백 킬로미터에 이르는 운전을 하며 다른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그는 차 안에서 잠을 청하며 이 도시 저 도시를 떠돌고 있다고 말했다.
‘합법적인 방식으로 사업해야..’
지난달 라스코빅 씨를 만나 ‘글로벌 스킬’ 사의 청산인으로 지명된 숀 콘돈 씨는 “라스코빅 씨가 법적인 조치를 상실한 가운데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라며 “아마도 더욱 합법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할 것으로 짐작한다”라고 말했다.
회의에서 라스코빅 씨는 자신의 회사가 자산을 갖고 있지 않다고 보여줬지만, SBS와 페어팩스 미디어가 취재한 2017년 1월 이후부터의 알려지지 않은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 등에 따르면 ‘라스코빅 씨의 회사는 고객들에게 웨스트팩 계좌로 돈을 송금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와 페어팩스 미디어가 확보한 인보이스에 따르면 글로벌 스킬 사의 청산 돌입 6개월 전에 라스코빅 씨와 관련된 2개의 회사가 1백만 달러에 이르는 서비스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임대료, 관리비, 라스코빅 씨 자신에 대한 컨설턴트 수수료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글로벌 스킬 사는 지불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고객들은 라스코빅 씨가 보유한 독립 법인과 연계된 계좌로 송금을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라스코빅 씨는 3백만 달러에 이르는 저택과 검은색 신형 포르쉐를 포함한 여러 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자격이 없는…’
호주 증권 투자 위원회(Australian Securities and Investments Commission)는 ‘그가 파산 상태에 있는 3개의 회사에 대한 거래를 허용한 사실’을 적발하고, 2008년부터 4년 동안 경영 회사에 참여할 수 없도록 자격을 박탈한 바 있다.
한편 글로벌 스킬 앤 비즈니스 서비스(Global Skills and Business Services Pty Ltd)는 채용 웹사이트인 www.rsms457.com 를 운영하고 있다. 이 웹사이트를 통해서는 지방 스폰서 이민 프로그램과 457 비자 스폰서를 제공할 수 있다며 취업 희망자들을 고용주들과 연결해줄 수 있다고 약속하고 있다.
호주 이민 법률 서비스(Australian Immigration Law Services)의 한지은 매니저는 “비자를 받기 원하는 이민자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착취를 당하거나 돈을 잃게 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비자를 목적으로 스폰서를 서줄 업체를 구하기 위해서 대행업체에 큰 돈을 지불했지만 직장도 구하지 못하고 5만 달러 이상의 돈을 썼다는 얘기는 가장 흔한 이야기”라며 “해외에서 온 이주자로 호주에 산지 몇 년이 되지 않고, 아이를 잘 키우고 직장도 구해야 하고, 안정적인 비자도 필요한 상황이라면 당신은 비자 사기꾼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14일(화요일) 저녁 7시 30분 SBS Viceland를 통해서 혹은 저녁 10시 SBS TV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