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만 사용하는 멜버른의 카페… “고객과의 의사소통 장벽 허문다”

멜버른의 트레이드블록 카페는 청각 장애인 직원들이 호주식 수(手)화 오슬란을 사용하며 고객과의 의사소통 장벽을 허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파엘 빌라머(Rafael Billamer)의 세상은 그가 8살이 될 때까지 침묵의 세계였다.

가족 중에 유일한 청각 장애인이었던 그는 어린 시절을 필리핀에서 보냈으며, 필리핀 수화로 의사소통하는 법을 그에게 가르쳐준 사람은 주변에 없었다.

그는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슬란(Auslan)으로 알려진 호주식 수(手)화를 사용하며 “6살 때부터 보청기를 가지고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보청기가) 좋기는 했지만 많이 들은 것 같지는 않아요”

그는 “계속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어요. 학교를 갔지만 나만 청각 장애인이라서 상당히 격리된 상태였어요”라고 말했다.
Rafael Billamer
Rafael Billamer is the only Deaf member of his family Source: SBS News
2011년 라파엘의 가족들은 다윈으로 오게 됐고, 라파엘은 드디어 자신의 언어를 찾기 시작했다.

“큰 변화였고, 제게 정말 큰 영향을 미쳤어요”

라파엘은 그곳에서 호주식 수(手)화 오슬란(Auslan)을 배우게 됐고 나중에는 유창한 대화가 가능해졌다.

나중에 라파엘은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청각 장애인을 위한 학교인 ‘빅토리아 청각 장애인 학교(Victorian College for the Deaf)’에 다니기 위해 멜버른으로 이사를 했다.

라파엘은 “형제들과 친구들은 필리핀어를 사용하고 나는 청각 장애인이기 때문에 이들은 저와 대화하기를 원치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혼자 집으로 가곤 했죠”라며 “하지만 이곳 빅토리아 주에서 저는 조금 더 독립적이 됐어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약속도 잡고, 친구도 많아요”라고 말했다.

라파엘은 현재 이 학교의 트레이드블록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청각장애 학생들이 일을 하는 이 카페에서 고객들은 특별 제작한 오슬란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

이 카페의 니콜 맥래 매니저는 “이곳은 청각 장애인의 공간”이라며 “이들이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장벽을 무너뜨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우리 학생들과 직원들은 앱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와 수화를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정말 많은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라며 “이들은 자신들의 공간에서 자기의 언어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카페에서 일하는 10학년 학생 프레셔스 데니스는 이곳을 찾는 손님들과 교류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같이 어울리며 (수화를) 배워나가는 것이 좋다”라며 “그들은 이 같은 문화에 몰두하며 청각 장애인을 이해하고 청각장애인과의 평등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Nicole McRae, Precious Dennis, Rafael Billamer, Dilpreet Kaur and Amanda Joyce work together on Friday's at the cafe.
Nicole McRae, Precious Dennis, Rafael Billamer, Dilpreet Kaur and Amanda Joyce work together on Friday's at the cafe. Source: SBS News, Jennifer Scherer

취업의 맛

이 카페는 학생들에게 근무 현장에서의 실무 경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식음료 분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프레셔스는 “이곳 트레이드블록에서의 경험을 거쳐 나중에는 다양한 직장에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지만 가장 좋은 방법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라며 “이곳에서의 직장 경험을 되돌아볼 것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하면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애인 지원 단체인 익스프레션 오스트레일리아의 브렌트 필립스 씨는 라파엘의 사례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고 조언했다.

필립스 씨는 오슬란을 통해 이야기하며 “지금 2019년에도 수백 명의 청각 장애인이 가족들과 식사 테이블에 둘러앉아 대화를 하지 못하거나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 아이들에게는 어릴 때부터 오슬란을 배우거나 노출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필립스 씨는 이 같은 어려움이 주로 접근성의 부족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호주에 사는 청각 장애아 중 95%는 청각 장애가 없는 부모에게서 태어난다”라며 “오슬란에 대한 접근이 상당히 제한적이며, 가정과 학교에서의 의사소통에 대한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부모에게 얼마나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장애 서비스 기관 ‘사인 포 워크’의 안나 루이즈 맥칼리스터 씨는 식음료 부문이 청각장애 학생들에게 훌륭한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맬칼리스터 씨는 오슬란을 이용해 “이론에 그렇게 많이 의존할 필요가 없고 매우 실제적인 일로 청각 장애인에게 안성맞춤”이라며 “바쁜 공간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부엌일을 하면서 자신의 세계에 있을 수 있고, 웨이트리스나 웨이터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청각 장애인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그들은 단지 들을 수 없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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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By Jennifer Scherer
Presented by Justin Sungi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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