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위해 유엔 인권 위원회로 간 호주인들… “우린 버려졌다”

유엔 인권 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호주인들은 “호주의 격리 시스템과 입국자 상한선 제도가 자국민의 귀국 권리에 대한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Stranded Australian citizens stand in a queue to board a flight back to their country in Kathmandu, Nepal, Wednesday, May 6, 2020.

Stranded Australian citizens stand in a queue to board a flight back to their country in Kathmandu, Nepal, Wednesday, May 6, 2020. Source: AP

Highlights
  • 호주 입국 상한선 제도로 해외에 발이 묶인 호주인 약 3만 6000명 추정
  • StrandedAussies.org: 유엔 인권 위원회에 ‘모리슨 정부 상대로 법적 소송’ 제기
  • “호주의 격리 시스템과 입국자 상한선 제도가 자국민의 귀국 권리에 대한 국제법을 위반했다”
지난해 스콧 모리슨 연방 총리가 해외에 머무는 호주인들에게 귀국을 권했을 때 제이슨 씨와 그의 아내는 어려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했다.

 

“직장을 포기해야 하나?”, “집에 있는 물건들을 다 팔고 엄청난 손해를 봐야 하나?”, “애완동물은 두고 가야하나?”

미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제이슨 씨의 머릿속에는 난감한 질문들이 끝이 없이 이어졌다.

주변은 안전했고, 일자리까지 있던 상황이라 제이슨 씨는 결국 미국에 남기로 결정했다.

그는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제 자리를 지키기 위한 결정이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이슨 씨는 일 년이 넘도록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상상을 미처 하지 못했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얼마나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야 할 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제이슨 씨가 2020년 3월 미국에 남기로 결정을 한 후 지난 1년 동안 가족이 암으로 쓰러졌고, 또 다른 가족은 아이를 낳았다. 제이슨 씨가 살던 집은 유지 보수가 필요한 상황이 됐고 나이 드신 부모님을 만나지 못하는 것도 짐스럽다.

제이슨 씨는 “터널의 끝에 빛이 안 보인다”라고 말했다.

제이슨 씨는 모국이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유엔 인권 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외국에 발이 묶인 호주인 무리 중 한 명이다.

유엔 인원 위원회에 호주 정부를 상대로 한 법적 행동을 제기한 이들은 “그 누구도 자의적으로 자기 나라에 입국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해서는 안된다”라며 호주 정부가 시민과 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 규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행동은 ‘StrandedAussies.org’로 불리는 단체에서 시작됐으며, 이곳에는 입국자 상한선의 영향을 받은 자원봉사자들이 포함돼 있다.

“우리는 상류층 사람들이 아니다”

제이슨 씨는 미국 뉴저지 주에서 미생물학자로 일하고 있으며, 해외에서 취업하고 그곳에서 거주하고 있는 수십만 명의 호주인 중 한 명이다.

제이슨 씨는 “우리는 해외에 거주하는 상류층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그저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유엔에 진정서를 제출할 때 이들을 도운 사람은 저명한 인권 변호사인 제프리 로버트슨 선임 법정변호사(QC)다.

로버트슨 변호사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고소인들이 유엔으로 간 이유는 호주 법원에서는 이들의 귀국 권리가 논의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버트슨 변호사는 “호주는 권리에 대한 법이 없는 세계에서 유일한 선진 민주주의 국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루시 모렐 씨는 유엔에 진정서를 제출한 일행은 아니지만 일본에 머물며 남편과 12살 된 딸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스키와 사이클 비즈니스를 펼쳐온 그녀는 책임감 있게 사업을 접는 데 1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정리를 잘 마친 덕에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이후에 다시 사업체를 살릴 수 있는 선택권도 가질 수 있게 됐다.
Lucy Morrell is hoping to board a flight to Australia from Japan after two previous flights were cancelled.
Lucy Morrell is hoping to board a flight to Australia from Japan after two previous flights were cancelled. Source: Supplied
두 차례나 비행 편이 취소됐지만 모렐 씨 가족들은 목요일 마침내 호주행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게 됐다. 모렐 씨 가족들이 항공권 구입과 호텔 격리 프로그램을 위해 지불한 비용은 2만 2000달러에 달한다.

모렐 씨는 “송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수많은 해외에 있는 호주인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정신 건강 고려해야”

제이슨 씨는 전 세계에 고립된 호주인들이 겪고 있을 정신 건강 상의 영향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이슨 씨는 호주의 제한적인 격리 시스템에 점점 더 실망하고 있다며 송환에 대한 한도를 제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이슨 씨는 아내가 힘겨운 상황에 놓인 가족들을 볼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정신적으로 큰 부담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제 아내는 임상적으로 우울증으로 겪고 있습니다. 아내가 이런 상황에 놓여 있고 결혼한 지 23년이 지났다면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지죠. 하지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내 안의 나를 죽이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이는 결국 내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는 버림받았습니다. 우린 그저 공정함을 바랍니다”

아담 씨는 캐나다 밴쿠버에 발이 묶인 또 다른 호주인이다.

지난해 1월 호주행 비행 편을 취소한 뒤 5월에 귀국 비행 편을 찾은 아담 씨 역시 호주 정부가 자신을 버린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

아담 씨는 “해외에 직장이 있거나 가족들이 있을 경우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로 약 50만 명의 호주인들이 귀국을 했지만, 여전히 3만 6000명가량이 호주 입국 상한선 제도로 인해 해외에 발이 묶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외교통상부가 상원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집으로 돌아오길 희망한 해외에 있는 호주인 3만 6206명 중 4860명이 취약한 상태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SBS 뉴스는 외교통상부에 의견을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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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By Tys Occhiuzzi
Presented by Justin Sungi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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