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취업을 위해 이름의 성을 고쳐야 했나?”

호주 200대 상장사(ASX 200)의 대표 이사 중 5%만이 비- 앵글로 색슨계이고, 예술과 정치계에서 백인이 아닌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가 갈 길은 멀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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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ake surname gave me the reassurance that I had an equal chance at a role. Source: Getty Images

고등학교 시절 아빠는 학교에서 오는 문서에 사인을 할 때 원래 이름의 성씨인 양(Yang) 대신 영(Young)이라고 서명을 했습니다. 매우 이상한 행동이었지만 아빠는 원래 우스갯소리를 잘하셨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아빠는 본인의 법적인 이름의 성을 양(Yang)에서 영(Young)으로 바꿨다고 말했습니다.

아빠는 본인의 이름을 변경한 이유를 '아시안처럼 덜 느껴지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빠는 인종 차별주의가 여전히 익숙한 상황에서 한국으로부터 호주로 이민을 오셨죠. 그는 다른 호주인처럼 영어를 말할 수 있었고, 다양한 숙련되고 전략적인 직업을 가진 백인처럼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그의 성에서 몇 자 바꾸는 것이, 서류상 동등하게 보이는 것이 왜 안될 일이겠어요? 급진적이지만 기발한 움직임이었죠. 그리고 제가 18살이 되었을 때 아빠는 “내 미래를 위해 고려해 보라”고 저에게 격려해 주셨습니다.
대학 시절 저는 기자를 꿈꿨지만, 제가 탐내는 역할을 맡은 아시안 이름은 거의 없었습니다.
대학 시절 저는 기자를 꿈꿨지만, 제가 탐내는 역할을 맡은 아시안 이름은 거의 없었습니다.

성공한 아시안 은행가나 회계사, 변호사들은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공공 영역에서는? 우리의 이름이 빛날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제가 언론사 인턴십에 지원하기 시작할 때부터 백인이 아닌 성을 가진 현실을 체험하게 됐습니다. 처음으로, 제 이력서에 적힌 눈에 띄는 아시아다움(Asianess)과 함께 오는 고정관념들을 대체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됐습니다. 이력서를 준비하며 두 번, 세 번, 네 번씩 문장들을 체크했죠. ‘양’과 같은 (아시안) 성을 가진 저로서는 아주 작은 실수도 용납될 수 없다고 생각한거죠.

이름은 우리가 향하고 있는 곳과 이 세상에서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을 보여주는 지도와 청사진과 같습니다. 결국 저는 ‘영’과 같은 성을 가지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간단하게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Gmail의 설정만 변경하면 됐죠. 어느새 부분적으로 바뀐 제 성을 적어 12개 이상의 취업 지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신문사와 다른 마케팅 부서에 인턴십을 지원하며, 저의 가짜 성은 제가 역할에 대한 동일한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확신을 가져다주었습니다. 혹은 적어도 성공하지 못한 지원서들이 저의 인종과는 상관이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해줬죠. 쇼나 영(Shona Young)으로 서명을 하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흠 없이 만들어진 이메일과 예외적인 영어 실력으로 나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됐습니다.
제 이력서에 적힌 눈에 띄는 아시아다움(Asianess)과 함께 오는 고정관념들을 대체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됐습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제 가짜 성을 고수했습니다. 하지만 작은 기술 전문 회사의 마케팅 부서에서 저의 첫 파트타임 직업을 가질 때 다시 원래 성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급여 명세서와 명함, 회사의 이메일 주소에 다시 제 원래 이름이 완전하게 적혀 있었죠.

바로 이때에 제가 열심히 노력해 분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회사를 위해서 제가 쓴 블로그 포스트는 ‘쇼나 양’으로 쓰였고, 모든 중요한 단계마다 제 한국 성으로 기록이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백인 문화가 나에게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그것은 제가 기다려왔던 기회였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대중의 눈에 아시안계 호주인의 수가 증가하고 있죠. 몇몇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성을 발음하는 것이 더 어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호주 200대 상장사(ASX 200)의 대표 이사 중 5%만이 비- 앵글로 색슨계이고, 예술과 정치계에서 백인이 아닌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가 갈 길은 멀기만 합니다.

아빠와 달리, 저는 제 이름을 완전히 바꾸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었습니다. 아시아 성을 가진 능력 있는 남성과 여성과 함께 일하고, 제 자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 더 많은 일을 한 후에, 저는 제 Gmail의 서명과 LinkedIn 프로필을 '쇼나 양(Shona Yang) '으로 되돌렸습니다. 여전히 판단을 받지 않을지 궁금할 때가 있지만, 그것과 함께 오는 독특한 특권도 보기 시작해요. 그것은 유산이자 나의 정체성의 기둥이며,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만연해 있는 고정 관념에 저항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우리 아빠에 대해서 말하자면, 좋든 싫든 아빠의 이름은 ‘Earl Young’으로 남아 있습니다.

 

쇼나는 시드니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작가입니다. 쇼나는 그녀의 블로그(shonasays.com)에 인권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쇼나의 트위터를 방문하시려면 @shonaasays를 찾으시면 됩니다.

이 글은 젊은 아시안계 호주인 작가를 지원하기 위한 SBS Life 시리즈의 일부로 Candice Chung이 편집한 영문 본을 한국어로 번역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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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na Yang
Presented by Justin Sungi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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