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슬러저
- '운동'을 의미하는 애슬레틱(athletic)과 '여가'를 뜻하는 레저(leisure)의 합성용어
- 조거 팬츠
- 에어무스 조거핏 레깅스
- 에어쿨링·에어웜 샤론 부츠컷 레깅스
한국의 최신 트렌드를 엿보는 궁금한 디제이, K트렌드 꿰뚫기 시작합니다. 전수진 리포터 연결돼 있습니다.
이번주 어떤 소식입니까?
전수진: 제가 약 15년 전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로 왔을 때 정말 충격적인 장면이 있었는데요. 바로 호주에 거주하는 여성분들이 따로 바지를 입지 않고 레깅스만 입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당시 한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문화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거든요.
진행자: 호주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활동적이고 편리한 레깅스를 많이 입죠. 지금은 뭐 일상복이 됐어요… 제 자신을 포함 불편하게 바라 보시는 분들도 많지만요.
전수진: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제 한국도 마찬가지 인데요. 정부가 지난 1월 30일부터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의무를 부분적으로 해제하면서 '애슬레저'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애슬레저는 '운동'을 의미하는 애슬레틱(athletic)과 '여가'를 뜻하는 레저(leisure)를 합성한 용어인데요.
스포츠와 레저 활동은 물론이고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출근룩으로 애슬레저를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면서 일상으로 꾸준히 파고들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진행자: 애슬레저가 출근룩으로도 부상할 수 있다는 젊은 세대의 생각이 역시 신선합니다. 저희 때는 출근룩 하면 정장부터 떠올렸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운동과 여가를 의미하는 옷을 입고 출근을 상상할 수 있는 시대가 왔어요.
전수진: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조거 팬츠인데요. 조거 팬츠는 '조깅할 때 입는 팬츠'라는 뜻으로 운동복 형태를 띠고 있지만 다양한 장소에서 착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연출한 제품입니다.
애슬레저 브랜드 안다르가 지난 1월 13일부터 18일까지 공식 온라인몰 조거팬츠 구매 고객 중 무작위 206명을 대상으로 ‘조거팬츠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했는데요.
그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거팬츠를 일상복처럼 자유롭게 즐기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합니다. 실제로 안다르가 조거 팬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단 11%만이 '운동복'이라고 응답한 반면 2배를 넘어선 25%가 오로지 '일상복'으로만 인지하고 있었는데요. '운동복과 일상복 모두(64%)'라고 답한 응답자까지 감안하면 89%가 운동 외에 일상생활에서 조거 팬츠를 즐기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18~24세 응답자 가운데 40%는 '조거 팬츠는 일상복에만 해당한다'고 답해 절반가량은 운동복으로 인식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젊은 세대 일수록 이런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군요. 조거 팬츠가 운동과 일상을 넘나드는 아이템인 것 같습니다.
전수진: 그렇습니다. 패션업계는 애슬레저가 일상복으로 급속히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실제로 안다르는 레깅스 디자인의 고정관념을 깨면서 일상복으로 꾸준히 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탄력성을 자랑하는 레깅스 소재에 일상복으로 즐겨 찾는 부츠컷이나 조거 팬츠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이 출근 복장으로 활용되면서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진행자: 호주에서도 다양한 디자인의 애슬레저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죠. 이제 색상과 디자인도 화려해졌습니다.
전수진: 과거 15년 전만 하더라도 호주에서 레깅스를 입는 여성분들은 디자인이 하나로 통일되어 있었어요. 바로 검정색 레깅스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다양한 무늬 기능성까지 더해져 진화했습니다.
안다르는 지난해 조거핏과 부츠컷 레깅스의 매출 신장률이 전년 대비 69%나 증가했다고 밝혔는데요.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에어무스 조거핏 레깅스'가 꼽힙니다. 조거 팬츠를 레깅스로 재탄생시킨 제품으로 운동할 때뿐만 아니라 직장인이 출근할 때 활용할 수 있는거죠.
그리고 '에어쿨링·에어웜 샤론 부츠컷 레깅스'는 요가할 때는 레깅스처럼, 출근할 때는 슬랙스처럼 활용할 수 있는 데일리 아이템이에요. 이 제품은 밑단에 포인트로 세로 절개를 만들어 활동성은 물론이고 트렌디함까지 배가시켰습니다.
진행자: 활동성과 트렌디함까지 동시에 느낄 수 있기 때문에 MZ세대가 애슬레저 매력에 빠지게 된거군요. 그렇다면 다른 브랜드 제품은 어떤 인기를 끌고 있을까요?
전수진: 뮬라웨어는 최근 '에어 웨이브 시리즈'를 출시했는데 가볍고 쾌적한 착용감과 편안함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에어 웨이브 시리즈는 자체 개발한 시그니처 원단인 얇고 유연한 '뮬릭'을 적용했는데 제품당 무게가 100g 내외밖에 안되요. 가벼운 무게와 얇은 원사에도 불구하고 내구성이 강력하고, 사방으로 유연하게 늘어나지만 탄성이 높아 변형이 적습니다. 게다가 에어 웨이브 시리즈는 티셔츠와 유사한 디자인을 적용해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브랜드가 있죠. 바로 일명 김종국 레깅스로 유명한 젝시믹스인데요. 저도 이 제품을 사서 입어본 적이 있어요.
진행자: 역시 MZ세대 답군요.
전수진: 저는 일상복으로는 아니지만..마라톤 행사를 진행할 때 입은 적이 있는데요. 착용감이 너무 좋아서 일상복으로 입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시믹스는 레깅스를 넘어 최근 초경량 러닝화 'X-핏 러너'를 출시했는데요. 편안한 신발을 추구하는 트렌드에 따라 가볍게 설계를 했습니다. 'X-핏 러너'는 245㎜ 기준으로 230g에 그칠 만큼 가벼워요. 신축성 좋은 니트 소재와 통기가 잘 되는 메시 소재를 적용해 양말처럼 신고 벗을 수 있으며 쾌적함까지 느낄 수 있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저는 여기서 궁금한 게 한가지 있습니다. 이 애슬레저가 사실 숨기고 싶은 내 군살까지 다 들어내는 거라서…과거에는 그것을 뭔가 좀 부끄럽게 느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당당하게 나를 표현 하는거군요? 솔직히 너무 용감하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하게 되고요.
전수진: 사실 저도 옛날사람 인지… 아직 레깅스만 입고 돌아다닌 적이 없어요. 숨기고 싶은 군살이 많기 때문이죠. 그런데 시대는 변했습니다. 패션에서도 자신의 결점을 숨기는 데 급급하기보다 있는 모습 그대로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현상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데요. 개인의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가치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변화하게 된거죠. 플러스 사이즈 체형이더라도 몸의 굴곡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레깅스를 당당하게 즐기는 소비자가 늘고 있습니다.
진행자: 사실 외모라는 게 자기만족이지 남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거든요.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면 자신 있게 드러낼 수 있죠.
전수진: 그렇습니다. 1월 2일 안다르에 따르면 지난해 안다르의 전체 레깅스 판매량에서 여성 레깅스 라인 중 가장 큰 8사이즈가 차지하는 판매 비중은 9.5%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레깅스를 구매한 사람 10명 중 1명꼴로 8사이즈를 선택한 건데요. 8사이즈는 여성복 77반~88사이즈이고 통상 플러스 사이즈는 여성 기준 77 사이즈 이상입니다.
반면 55사이즈에 해당하는 4사이즈 구매 비중은 소폭 줄었는데요. 2020년 37.4%에서 지난해 34.9%를 기록하며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진행자: 유행을 따르는데 체형이 뭐가 중요한가요. 활동적이고 트렌디함은 모두가 누릴 수 있는거죠. 그런데 이렇게 최근 플러스 사이즈 제품 구매가 늘어난 이유가 궁금하네요.
전수진: 플러스 사이즈 제품 구매가 늘어난 배경엔 바디 포지티브(자기 몸 긍정주의) 운동이 자리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시작된 바디 포지티브 운동은 날씬하고 마른 몸이 아름다움의 기준이던 시각에서 벗어나 내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가꾸자는 의미가 담겼는데요. 나이키는 2016년부터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의류 모델로 선보이고 있고요, 미국 여성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도 2019년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기용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건 애슬레저가 여성에게만 인기가 있는게 아닙니다. 자기 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남성의 레깅스 착용까지 부추겼는데요. 지난해 안다르의 남성용 레깅스 판매량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홈트레이닝)' 수요가 증가한 점도 매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진행자: 앞서 애슬레저가 출근복으로도 인식이 된다고 하셨는데.. 순간 남성이 레깅스를 입고 출근한다고 생각 하니 저는 아직 적응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전수진: 애슬레저도 종류가 많죠. 전 세계에 애슬레저 열풍을 불러일으킨 룰루레몬은 남성용 제품으로 점차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데요. 정장 바지와 혼동될 만큼 깔끔한 디자인을 적용한 바지부터 겨울용 외투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룰루레몬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로 2021년 매출은 62억5700만달러(약 7조7274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3년 만에 2배로 성장한 결과인데요. 최근 시가총액이 아디다스를 제칠 만큼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애슬레저의 인기가 앞으로 얼마나 높아질지 기대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전수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