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호주 정치의 사통오달, 호주 스펙트럼으로 오늘 데일리 오버뷰 시작합니다.
이번주도 시사소통가 주양중 책임 프로듀서와 함께 합니다.
호주 사회를 거센 소용돌이로 몰아간 퀸슬랜드 주의 아다니 광산개발이 10여년에 걸친 사투 끝에 최근 최종승인이 이뤄졌고요, 또한 거의 같은 시기에, 온갖 상처 끝에 한국광물자원공사(KORES)가 지난 2006년부터 추진해온 NSW주 와이용의 ‘왈라라 제2광구’ 탄광개발도 마침내 최종승인이 내려진 바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전력공사 ‘켑코’의 NSW주 바이롱 탄광 프로젝트는 좌초했다는 발표가 나왔더군요.
주양중: 그렇습니다. 한국 언론으로부터 ‘한국 공기업의 헛발질 투자의 대표적 사례’로, 호주언론으로부터는 “환경 파괴적 광산개발”로 낙인찍혔던 한국전력공사(KEPCO)의 NSW주 바이롱 탄광 프로젝트가 결국 좌초 위기에 내몰렸습니다.
NSW 주내의 대형 개발 사업 및 토지 사용에 대한 최종 환경 평가를 심의하는 정부 산하 기구 ‘IPC’ 즉, 독립개발기획위원회는 지난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바이롱 광산 사업 개발은 그린하우스 가스 방출에 대한 위험과 더불어 후손들에 대한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에서 승인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즉, 바이롱 개발 프로젝트는 승인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인데요, 사업 개발에 따른 효과는 현재 세대가 향유할 수 있겠지만 환경 영향은 이후에 장기간 지속되고 미래 세대에 전가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한국전력공사의 바이롱 광산 개발 프로젝트는 이미 수년전부터 인허가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전망, 아니었나요?
주양중: 아마도 개발 프로젝트의 주체인 한국전력공사와 몇몇 관계 기관을 제외하고는 이 프로젝트가 승인될 것으로 낙관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호주국내적으로도 이번 결정은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아마도 2GB 라디오의 알란 존스 씨는 굉장히 기뻐했을 것 같아요…
주양중: 정확한 지적입니다. 바이롱 탄광 개발 불허의 절반은 알란 존스 씨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반대 캠페인에 앞장서왔죠.
진행자: 아무튼 환경 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촉발시킨 것만은 분명하고, 환경평가 조사 결과도 좋지 않았죠?
주양중: 네. 앞서 주정부개발평가위원회(PAC)도 KEPCO의 사업 제안서에 대해 “수자원과 지역 사회 및 지역 주요 공공시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매우 피상적인 대책만 마련됐고 핵심 정보도 결여됐다”고 질타했었죠.
결국 이같은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이후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조직화됐고, 바이롱 탄광개발에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낸 2GB 라디오의 알란 존스 씨는 비난의 톤을 한층 높였음은 호주 언론이 주목했던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바이롱 지역의 주민들은 해당 탄광개발 대상 지역에 위치한 공원을 지역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었죠.
진행자: 신청 서류 내용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요…
주양중: 그렇습니다. 바이롱 석탄광 개발의 탐사 허가 즉, 1차 허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인허가 관련 사진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서 이 프로젝트는 결정타를 맞기도 했습니다. 일부 시민단체는 한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었죠.
진행자: 한전으로서는 막대한 타격을 봤겠어요…
주양중: 물론입니다. 한전은 2010년 호주 앵글로 아메리칸 사로부터 약 4억3000만 달러(당시 한화 4000여 억원)를 들여 위치한 바이롱 광산을 인수한 바 있고, 지금까지 한화 8000억원 호주 달러로 약 7억 2천만 달러 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한국의 한 언론은 해당 사업의 지연으로 2017년 현재 한전이 떠안은 이자 비용만 한화 64억 원 이상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하기도 했고요.
결국 한국전력의 바이롱 탄광 개발 투자는 국내외적으로 온갖 사회적 물의만 일으킨 채 결국 수포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진행자: 반면 한국광물자원공사(KORES)가 2006년부터 추진해온 NSW주 와이용의 ‘왈라라 제2광구’ 탄광개발은 마침내 최종승인을 받아 눈길을 끌었는데요…
주양중: 그야말로 상처 투성의 인가라고 해야할까요? 지금현재 100%는 아니지만 9부 능선은 넘었습니다.
지난 13년 동안 이어진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 정치권의 이전투구식 공방, 언론의 신랄한 비판 속에 NSW 주정부는 최근 “왈라라 제 2 광구에 대한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채굴권을 최종 승인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의 호주지사(Kores Australia)는 “참으로 소모적인 과정을 거쳤지만 마침내 이같은 결과가 나온데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기뻐했습니다.
진행자: 처음에 언급하신대로 이제 9부 능선을 넘었고, 특별한 돌발상황이 없으면 광산개발은 본궤도에 들어설텐데요… 향후 계획은 어떤가요?
주양중: 네. 한국광물자원공사 측에 따르면 “왈라라 제2광구에서 2022년 말이나 2023년 초부터 향후 28년 동안 연 500만t 가량의 발전용 석탄을 캐낼 계획입니다.
왈라라 제 2 광구에서 채굴되는 석탄은 대부분 동남아시아로 직접 수출되고 일부는 호주 내의 화력발전소에도 공급될 계획으로 알려졌는데요… 당장 한국으로 가져간다는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한국으로 보내질 것은 뭐 뻔한 결과겠죠.
진행자: 대외적으로 와용이 탄광에서 채굴될 유연탄을 한국으로 가져간다면 나빠지겠죠… 그런 점에서 호주 국내적으로 경제적 이득이 많다는 점을 홍보해야 할 것 같아요.
주양중: 그렇습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도 이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광물자원공사 측은 향후 주내에 8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고 향후 28년 동안 1천700개의 직·간접적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적극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진행자: 와이용 왈라타 제2광구 승인에 대한 반응은 전반적으로 어떻습니까?
주양중: 주정부의 최종 승인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광산업계들은 일제히 “NSW 주정부의 결단에 찬사를 보낸다. 적절한 광산 개발 신청에 대한 승인 절차가 불필요한 정치적 공방으로 과도하게 지연된 사실이 지금도 의아할 뿐이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간 와이용 탄광개발에 반감을 보여온 언론사와 지역주민들 그리고 환경단체들이 향후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여전히 우려사안입니다.
실제로 지역환경법률자문기구(Environmental Defenders Office NSW)는 막판까지도 이번 프로젝트의 승인을 저지하기 위한 법적 공방을 필사적으로 벌였습니다.
이 기관은 “지역환경단체들과 연대해 주정부의 이번 결정에 법적 결함이 있는 지의 여부를 세밀히 검토한 후 대응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시드니 모닝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어떻게 보면 와이용 광산개발은 지난 13년 동안 호주 언론을 장식해오면서 주총선의 쟁점이 되기도 했는데요,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와이용 탄광개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의 ‘반한’ 정서는 오히려 깊어질 개연성을 남겨둘 것으로 보이네요.
주양중: 정확한 지적입니다. 첫 단계부터 삐걱대고, 배리 오패럴 전 주총리 사퇴의 직격탄이 되기도 했습니다.
첫 단계에 제출된 한국광물자원공사의 환경평가보고서는 ‘부실’ 논란에 휘말렸고, 환경 훼손과 식수 오염 우려 등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우려는 증폭되기 시작했던 것이죠.
특히 사업 추진 초기 단계에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지역 여론 환기에는 관심 조차 보이지 않았던 것은 호주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체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진행자: 언급하셨듯이 주총선의 쟁점이 되고, 또 전직 주총리가 사퇴하는 직간접적인 여파가 되기도 했잖습니까.
주양중: 그렇습니다. 실제로 2011년 NSW 주총선 직전 노동당 정부의 토니 켈리 개발계획부 장관은 “식수 보호 대책 미흡”을 이유로 한국광물자원공사의 탄광개발 신청을 기각시켰습니다.
2011년 주총선을 앞두고 배리 오패럴 당시 NSW 주 자유당 당수도 ‘와이용 탄광개발 결사 반대’ 입장을 적극 표명하며 지역 주민들의 반대 시위에 가세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NSW 주 전체에 큰 여파를 미쳤던 사안이됐던 것이죠.
이후 주총선에서 정권을 탈환한 당시 배리 오패럴 주정부는“엄격한 조건부 승인”으로 입장을 선회해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의 원성을 자아냈고, 결국 그의 주총리 직 퇴출의 도화선이 됐습니다.
당시 논란의 와중에 당시 배리 오패럴 주정부의 입장 선회가 한국광물자원공사 측이 고용한 로비스트 닉 지롤라모의 전방위 로비 때문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든 것이죠.
시드니 모닝 헤럴드 등 국내 주요 언론은 연일 한국광물자원공사의 로비 의혹을 파헤치기 시작했고요.
결국 배리 오패럴 당시 주총리가 로비스트 닉 지롤라모로부터 3천 달러 상당의 고급 레드와인 ‘펜폴즈’ 1병을 선물로 받았는데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논란이 거세지자 오패럴은 전격적으로 총리직 사퇴를 결단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배리 오패럴의 바통을 이어받은 마이크 베어드 역시 한국광물자원공사를 둘러싼 논란에 휘말렸던 것으로 기억되는데요.
주양중: 그렇습니다 . 마이크 베어드 당시 주총리가 2015년 서울을 방문했을 당시 한국광물자원공사의 고정식 사장을 만난 것을 두고 “광산 개발 인허가 심사의 독립성, 투명성, 진실성을 훼손했다”는 비난이 빗발쳤던 것이죠.
당시 루크 폴리 NSW 주 노동당 당수는 “차기 주총선을 통해 유권자들로부터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정치 공세를 가했습니다.
이후 와이용 탄광개발 건은 여야 정치권의 정쟁의 불씨가 됐고 심사는 지리멸렬하게 장기화됐습니다. 한마디로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던 것이죠.
이런 가운데 지난해 1월 주정부 산하의 개발평가위원회는 ‘식수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엄격한 대책 마련’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을 내렸고, 이어 올해 1월에는 연방환경보호청과 생물다양성보존국으로부터 환경승인을 이끌어냄으로써 최종재가가 기정사실화됐던 것입니다.
13년여에 걸친 상처투성이의 승인이었습니다.
진행자: 지역주민들의 여론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추진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어마어마한 재정적 정신적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결론이 내려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