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회에서는 우승마 후보군에 포함됐던 토니 밴 딕 호가 경주 출발 수백 미터 지점에서 발목이 부러지는 부상으로 안락사됐다.
토니 밴 딕 호는 멜버른 컵이 거행되기 2주전에 열린 콜필드 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최선의 상태로 멜버른 컵 경주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져 더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로써 멜버른 컵 대회에서는 최근 7년 동안 7필의 경주마가 부상으로 안락사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안락사된 경주마 7필 모두가 해외산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RSPCA 빅토리아 측도 “참으로 의아한 문제이다”면서 “경주 참여를 위해 해외에서 도착한 경주마만 부상을 겪고 안락사됐다는 것은 의구심을 자아낸다”고 지적했다.
멜버른 컵 조직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14년 참사 이후 경주마의 안전 수칙도 강화했다고 언급했다.
세계적 동물보호단체 ‘PETA’(동물의 윤리적 처우를 지지하는 사람들) 측은 “무고한 말들의 잔혹사는 중단돼야 한다”면서 “멜버른 컵 대회는 물론 경마대회는 모두 중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물정의당 소속인 빅토리아 주의회의 앤디 멕 의원은 “호주 국내적으로 평균 사흘에 한번씩 경주마 1필이 부상을 입고 안락사 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개탄했다.
PETA 호주지부 관계자들은 “멜버른 컵 대회를 비롯한 경마행사는 말의 목숨을 담보로 한 도박행위”라며 보이콧 캠페인을 펼쳤다.

Animal Justice Party's campaign calling for the investigation into the death of a racehorse. Source: Andy Meddick's Instagram
PETA 관계자는 “순종 명마 사육에 혈안이 된 인간의 욕심에 수많은 말들이 희생되고 있고, 경마로 부상당하는 말은 가차없이 안락사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호주 지부는 “1년 간 평균 호주의 경주마 122필이 숨지고 있고 이는 하루 평균 3마리 꼴이다”라고 역시 강조했다.
멜버른 컵 대회 최악의 경주마 불상사는 지난 2014년 대회에서 발생한 바 있다.
당시 대회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꼴찌로 들어온 일본의 ‘어드마이어 랙티’ 호와 7위로 골인한 아랄도 호가 레이스를 마친 직후 숨을 거두는 역대 최악의 비극이 발생했던 것.
우승후보였던 랙티 호는 레이스 초반 선두로 나섰으나 이내 뒤로 처지기 시작했고 결국 22필마 가운데 맨 마지막으로 결승선에 들어섰다.
그리고 마구간으로 들어간 직후 일본의 국보급 경주마 랙티는 급성 심장 마비로 숨이 멈췄다.
아랄도 호 역시 경주를 마친 후 다리가 부러졌고, 결국 안락사됐다.
그 다음해 대회에서도 레드 카두 호가 유사한 증세를 겪은 바 있고 2018년 대회에서도 클리프소포모어 호가 오른쪽 어깨 골절로 완주하지 못했고 대회 직후 안락사됐다.
2019년 대회에서는 24필의 경주마 가운데 꼴찌를 차지한 로스트로포비치(Rostropovich) 호가 골반뼈에 금이 가는 중상을 입고 긴급 치료를 받은 후 극적으로 회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