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 팬데믹 이후 ‘인종 차별’ 사례 급증

그레이스 양은 멜버른 기차 안에서 “여긴 너를 위한 공간이 없어. 넌 이 기차에 타지 말았어야 해. 넌 이 나라에 있으면 안 돼”라는 말을 들었다. 이런 인종 차별적 괴롭힘은 비단 그레이스 양만 겪는 일이 아니다.

Melbourne woman Grace

Melbourne woman Grace is has been harassed in public. Source: Supplied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기차를 탔습니다. 사람이 굉장히 많았고 빈 공간도 별로 없었습니다”


‘빅토리아주 거리에서의 괴롭힘 경험 스냅샷’

  • “응답자 86.6% 지난 6개월 이내에 길거리에서 괴롭힘 경험… 75%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경험”
  • “응답자 86% 거리에서 괴롭힘 당한 후 신고하지 않아… 91.5% 수사 결과에 만족하지 않아”
  • “응답자 57% 13세에서 17세 사이에 처음으로 성희롱 경험… 34% 12세 전에 성희롱 경험”

 

23살의 그레이스 씨는 멜버른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당시를 이렇게 묘사했다.

“한 남성에게 옆으로 이동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 남자는 아무런 말도 없이, 자리를 옮기지 않으면서 저를 쳐다보기만 했죠”

“그 남성이 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여긴 너를 위한 공간이 없어. 넌 이 기차에 타지 말았어야 해. 넌 이 나라에 있으면 안 돼’라고 하는 거예요”

4살 때 가족과 함께 호주로 이민 온 그레이스 양은 정기적으로 공공장소에서 괴롭힘을 겪어 왔다고 말했다. 성희롱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고 인종 차별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녀는 길거리를 걷다가 “중국 여자애가 훌륭한 가슴을 갖고 있구나”라는 식의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은 비단 그레이스 양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금요일 ‘국제 거리 괴롭힘 반대 주간(International Anti-Street Harassment Week)’을 맞아 빅토리아주의 한 단체(It’s Not a Compliment)가 내놓은 보고서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여성에게 행해지는 원치 않는 관심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이런 행동들이 어떻게 정신적 피해를 입히는지? 인종차별이나 동성애 혐오적인 학대가 어떻게 계층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조사에 참석한 응답자의 압도적 다수인 86.6%는 지난 6개월 이내에 길거리에서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75%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 같은 경험을 한다고 대답했다.

백인이 아닌 응답자들은 인종차별적인 괴롭힘을 호소했고, 동성애자라고 자신을 밝힌 사람들은 동성애 혐오 괴롭힘을 지적했고, 시각 장애인들은 자신의 장애 때문에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빅토리아주 거리에서의 괴롭힘 경험 스냅샷’으로 불리는 이 보고서에는 지난해 8월에서 11월 사이에 참여한 익명의 응답자 343명의 증언이 모여있다.

이번 조사를 이끈 단체(It’s Not a Compliment)에서 연구 및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나타샤 샤르마 씨는 “확실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흔하게 거리에서 괴롭힘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Grace
The abuse Grace has experienced is also racist in nature. Source: Supplied
한편 설문 조사에 참석한 응답자의 86%는 거리에서 괴롭힘을 당한 후 이를 경찰이나 관련 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응답자의 91.5%는 해당 기관의 대응과 수사 결과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샤르마 씨는 "길거리에서 괴롭힘을 경험한 여성들은 경찰이 개입하는 것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라며 “예전에 경찰에게 찾아갔던 사람들이 사실 긍정적인 경험을 한 적이 없었다. 이들은 지역 사회가 개입하거나 행인들이 개입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행인들이 개입을 하기 위해서는 “거리 괴롭힘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안전하게 개입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모든 형태의 원치 않는 접촉이나 말들은 모두 거리 괴롭힘이 될 수 있다.

샤르마 씨는 “만약 당신을 해치고 공공장소에서 당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 있다면 이것은 일종의 괴롭힘”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응답자들은 직장, 대중교통, 운동 중, 보행 중, 지나가는 차로부터도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같은 괴롭힘에 대한 경험은 매우 어릴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7%는 13세에서 17세 사이에 처음으로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34%는 12세 전에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괴롭힘은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남긴다. 한 응답자는 그 당시 너무 무서움을 느껴 2년 동안 학교를 갈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인종 차별의 역사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로 인종 차별적인 괴롭힘은 더욱 증가했다.

빅토리아주 다문화 여성 보건 센터의 마리아 하치 선인 연구원은 이 같은 인종차별적 괴롭힘이 매우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민자 여성과 난민 여성들이 성희롱을 더 많이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이것은 인종 차별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유색인종 여성에 대한 인종 차별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서 “이러한 종류의 행동 원인은 모든 단계에서 발생한다”라며 “유색 인종과 이민자 여성들이 성별에 따라 차별을 받기도 하지만 인종에 따라 차별을 받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괴롭힘은 분위기와 행동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의 74%는 불안감과 우울감을 호소했고, 60%가량은 학교나 회사에 가던 길을 다른 길로 바꿨다고 답했고, 56%는 공공장소에 나갈 때 옷을 입는 방식을 바꿨다고 대답했다.

그레이스 양은 이렇게 증언했다.

“한 번은 집 밖 도로에서 뛰고 있었는데 어떤 남성이 차 창문을 열더니 몸을 내밀고 나를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하는 거예요. 사진을 찍거나 비디오를 찍고 있었죠”

“그 후로는 집 밖에서 절대로 뛰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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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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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rnanda Fain-Binda
Presented by Justin Sungi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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