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기자는 시드니에 있는 피노체트 독재자의 요원을 어떻게 추적했나?

아드리아나 리바스는 칠레의 군사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하에서 고문과 납치 등 인권 범죄를 저지른 요원으로 알려져 있다. 시드니 동부 교외에 있는 작은 아파트까지 추적해 아드리아나 리바스와 인터뷰를 한 호주 공영방송 SBS ‘플로렌시아 멜가’ 탐사 보도 기자의 기억을 되짚어본다.

플로렌시아 멜가는 호주 공영방송 SBS에서 탐사 보도 기자로 활약하며, 부서별 제작 조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녀는 칠레의 군사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이끈 군사 쿠데타의 호주 개입 여부를 짚어보는 특집 프로젝트 ‘또 다른 9/11(The other 9/11)’에 2013년 투입됐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는 1973년 9월 11일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민선 아옌데 정부를 전복하고 정권을 잡았다.

멜가는 칠레의 사법 제도하에서 도피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시드니에 사는 한 여성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 여성은 피노체트 독재 기간동안 최소 7명의 납치와 실종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았다.

그녀의 이름은 ‘아드리아나 리바스’로 피노체트 장군이 창설한 DINA 국가 정보국의 요원이었다.2019년 2월 시드니에서 체포된 리바스는 현재 칠레로부터 송환 요청을 받고 있다.
리바스의 행방을 알게 된 멜가 기자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리바스에게 연락을 취했고, 수개월간의 대화 끝에 2013년 8월 리바스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게 됐다.

당시 “리바스가 아이를 돌보는 보모로 멜가 기자 집에서 일했다”라는 루머도 있었지만, 멜가 기자는 사실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다.

멜가 기자는 “피노체트 쿠데타에 호주가 개입했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조사에 대해 그녀에게 설명했다”라며 “물론 그녀는 쿠데타라고 말하지 않았고, 나는 그녀에게 자신의 주장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Adriana Rivas during the interview with SBS journalist Florencia Melgar
Adriana Rivas during the interview with SBS journalist Florencia Melgar. Source: SBS
리바스와 호주의 인연은 1978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3년 9월 11일 칠레에서 군사 쿠데타가 발생한 후 4년 5개월 여가 지났을 때로 리바스는 당시 칠레를 떠나 호주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리바스는 자신이 결혼 비자를 받고 호주에 왔다고 말했지만, 이민 기록을 확보한 멜가 기자는 “1945년 치플리 정부 당시 만들어진 ‘특별 통행 지원 프로그램(Special Passage Assisted Programme)을 통해 그녀가 호주에 들어왔다”라고 밝혀냈다.
Adriana Rivas arrival record in Australia, 1978.
A record of Adriana Rivas' arrival in Australia, 1978. Source: Australian Immigration Records
2006년 칠레에 있는 친척을 방문한 리바스는 당시 공산당 서기장 빅토르 디아즈를 비롯한 7명의 납치 실종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체포돼 현지에서 기소됐다.

칠레에서 사법 절차를 밟던 리바스는 보석으로 풀려났으며 이때 호주로 도주했다. 비밀리에 아르헨티나로 건너간 그녀는 시드니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고 이후 시드니에서 다시 생활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본다이에 있는 아파트에서 생활한 그녀는 칠레 사법부로부터의 도망자 신분으로 숨어 살게 됐다.

자신이 기소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해 온 리바스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친구의 도움을 받아 칠레의 사법 제도를 벗어나 호주로 불법 귀국하게 된 경위를 자세히 설명했다.
이 같은 멜가의 인터뷰는 칠레 당국이 호주에 범죄자 인도 요청을 개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상황을 되새기며 멜가 기자는 “리바스의 일부 발언에 본인도 놀랐다”라고 말했다.

멜가 기자는 “처벌을 받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통제 메커니즘과 권력 균형이 없고, 책임감이 크지 않은 독재정부 메커니즘에서 생활하고 일해왔기 때문으로 여겨졌다”라며 “그들이 하는 행동이나 말에 대한 영향력이나 결과를 측정하지 않는 것 같았다”라고 회상했다.

이어서 “그녀가 자신의 탈출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할 때 믿을 수가 없었다”라며 “궁극적으로 이 내용이 그녀를 법적인 위험에 빠뜨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BS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한 리바스는 “이것은(고문은) 사람들을 깨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라며 피노체트 정권 하에서 이루어진 고문을 정당화했다.

멜가 기자는 리바스에 대해 회상하며 “그녀는 잔인한 정직함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리바스는 피노체트 정권 하에서 이루어진 고문이 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필요악이라고 확신했고, 세계를 공산주의의 위협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었다.
기자의 설명대로 ‘또 다른 9/11(The other 9/11)’에는 호주에 살고 있는 리바스와 피노체트 정권하에서의 피해자 인터뷰가 모두 포함됐다. 당시 리바스의 인터뷰 내용은 너무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유명세를 치르게 됐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더 큰 이야기를 잊게 됐다. 바로 ‘호주가 피노체트의 쿠데타에 관여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당시 호주 총리였던 코프 휘틀램 총리는 1977년 5월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우리 정부가 출범했을 때 호주 정보부 요원들이 칠레 정부를 불안정하게 만든 CIA의 대리인으로 활동한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한편 멜가 기자와 리바스의 인터뷰가 나간 후 호주에 피노체트 장군이 창설한 DINA 국가 정보국 요원들이 더 많이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멜가 기자는 “궁금한 점은… 다른 칠레 정보 요원들이 호주에 숨어서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호주 정부도 모르게 호주에 온 걸까? 위장해서 온 걸까? 정부 혹은 정보  기관이 맺은 협정의 일부분이었을까? 아니면 모든 가상의 시나리오가 혼재되어 있는 걸까?”라고 말했다.

이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주가 피노체트의 쿠데타를 돕거나 참여하기 위해 역할을 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라며 “의회와 연방 총리, 국방 장관, 외무 장관으로부터 나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희생자들에게 사과하고, 호주에 누가 살고 있는지, 어떻게 왔는지를 조사해야 한다”라며 “호주에 왜 억압자들이 살고 있는지? 왜 이중잣대가 있는지를 피해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멜가 기자는 “갈등을 빚은 양측의 사람들이 호주에 올 수 있고 칠레를 비롯해 많은 나라 사람들이 호주에 올 수 있지만, 이 사람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또 다시 피해를 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리바스 사례와 관련해 흥미로운 점은 그녀의 송환 여부를 떠나 이번 일이 선례를 남기게 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스페인어로 된 원본 기사를 읽으시려면 Spanish를 클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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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By Esther Lozano
Presented by Justin Sungi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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