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인 PD: 고국의 문재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를 맡고 있는 문정인 연세대 명예 특임교수의 강연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어디까지 왔나?’가 오늘부터 21일까지 시드니와 브리즈번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 저희 SBS 한국어 프로그램은 호주를 방문한 문정인 교수와 함께 이 시각 한반도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 준비했습니다. 문정인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문정인 교수: 안녕하세요
나혜인 PD: 지난달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북미 간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미 간의 협상의 여지가 존재한다는 근거는 어떻게 볼 수 있겠습니까?
문정인 교수: 가장 중요한 것은 그렇죠. 김정은 위원장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2차 정상회담 끝나고 났을 때 서로 악한 감정을 가지고 헤어진 건 아니었거든요. 트럼프 대통령도 만약 그 정상회담이 부정적이었다면 지금 트위터가 수차례 올라왔을 거예요. 김정은 위원장을 비판하는, 뭐 그런 것 전혀 없고요. 그다음에 존 볼튼, 마이크 폼페오 국무 장관 전부다 일관성 있게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것을 얘기했기 때문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고요.
북측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관례로 봐서 북의 지도자가 나와서 협상이 결렬됐을 때는 북한 매체, 조선 중앙 통신이든 노동 신문 같은 데서 미대통령이나 미국에 대한 비판이 뭐 여러 가지 나왔겠죠. 그런데 그런 걸 전혀 볼 수가 없었고요.
그다음에 최선희 부상의 인터뷰도 사실상 뭐 핵미사일 실험을 할 수 있다고 그런 보도한 것은 제가 볼 때 타스(통신)에서 나온 걸로 되어있는데. 그건 오보라고 지금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협상 중단 가능성은 있다고 하는 얘기가 있지마는 그것은 오히려 북측도 미국하고 적극적인 협상을 다시 재개하고 싶다는 그런 걸로 해석하는 게 옳은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나혜인 PD: 네,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의 일종이라는 말씀이시죠?
문정인 교수: 네, 물론이죠. 왜냐하면 그건 또 미국과 북한의 관계를 보면 그렇습니다. 상호 작용적인 게 많거든요. 미국에서는 하노이에서 돌아가자마자 존 볼튼, 폼페오, 스티브 비건이 계속 언론에 나와서 기자회견도 하고 많은 얘기를 했는데. 북측에서는 반응이 전혀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아마 그거에 대한 대응으로써 최선희 부상이 그런 기자 회견을 했던 걸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현재의 교착 상태에서 협상에 나설 대표적인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말씀하신 인터뷰를 봤습니다. 또한, 미 외교잡지 Foreign Affairs 기고문에서는 한국 정부에 남북경협에 대한 지렛대 혹은 재량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셨는데요. 결국 북미 협상 타결을 위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의 필요성을 역설하신 겁니까?
문정인 교수 : 지난 하노이에서 미국이 제시한 건 빅딜이라고 하는 걸 제시했거든요. 그래서 북한이 핵과 화생무기와 미사일을 전부 검증 가능하게 영구 폐기를 하면 북에 대해서 관계 정상화, 평화 선언, 제재 완화를 해 주겠다고 하는 제안을 한 것이고, 또 북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스몰딜이죠? 적은 딜을 해서 영변 핵시설을 완전히 폐기할 테니까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 2016년 이후에 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을 해제해 달라 이렇게 요구를 했는데. 미국이 받지를 않았죠.
그래서 우리 정부의 입장은 사실상 그런 거예요. 미국의 빅딜도 의미가 있고 북한의 작은딜도 다 의미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미국이 요구하는 일괄 타결에 대해서 북미 간에 포괄적 합의를 하고, 그러나 이행을 그냥 뭐 단숨에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이행을 하는 데는 점진적인 이행을 하자 그러나 그걸 위해서는 미북이 서로 수용할 수 있는 로드맵을 만들자.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그런 걸 하는 과정에 있어서 뭔가 성공적 사례가 있어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영변하고 미국의 부분적 제재 완화 같은 것을 하나의 실험적으로 한번 해보고 거기에서 신뢰가 쌓이면 그런 식으로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이 될 테니까. 만약 그런 첫걸음을 하는데 하나의 방법 중에 하나가 영변 핵시설 폐기하는 조건으로 유엔 제재를 전면 해제할 수는 없으니까 남북 간 경제 교류 협력 같은 걸 예외 규정으로 좀 만들어서 해 줄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러면 그중에서는 이제 금강산 재개라든가 개성공단 재개 같은 것을 하나의 대안으로 얘기할 수 있느냐? 그런 뜻에서 제가 말씀을 드렸던 거죠.
나혜인 PD: 그런데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재개가 유엔 제재의 예외조치로 받아들여야 할 국제법적인 당위성은 있겠습니까?
문정인 교수: 그러니까 뭐 개성공단 같은 것도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는 있겠죠. 개성공단은 사실상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에 따르면 상당히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현금 뭉치가 가는 문제도 있고 그리고 사실상 생산공 관련된 물자 같은 것들이 가는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분명히 있긴 있지만요 그러나 그것도 가량 예를 들어서 뭐 북측 노무자들에 대해서 한국 기업들이 직접 임금을 지불하고 나머지 북에 줄 수 있는 금액들이라고 하는 건 남측에 있는 은행에 북측의 에스크로 어카운트 같은 걸 만들어서 거기에 놓고 이제 남측에서 물건을 사 가는 뭐 그런 방법 같은 것도 있을 수 있고요.
그다음 금강산 같은 경우는 개별적 관광을 했었을 때에는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에 저촉을 받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그래서 지금 현대 아산에서 돈을 전부 다 받아서 그걸 현금 뭉치로 북측에 넘겨줬을 때는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 위배가 될 수 있지만, 남쪽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개별적 관광을 해서 개별적으로 현금이 북측에 갔을 때에는 제재에서 벗어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뭐 이런 얘기가 나와서. 정부는 아마 그걸 검토 중에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 두 개를 하는데도 미국하고 긴밀한 협력이 있어야 되겠죠. 뭐 미국이 반대를 하면 쉽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나 이제 미국을 설득하고.. 그러려고 하면 북측도 뭔가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되겠죠. 그래서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해서 검증을 허용한다든가,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이라든가 발사대에 대해서 선제적으로 해체에 들어간다든가 이런 움직임이 있어야 우리가 미국에 그런 얘기를 할 수 있고, 국제 사회에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것이죠.
나혜인 PD: 결국은 점진적인 이행의 과정에서 가능하다는 말씀이죠?
문정인 교수: 물론이죠
나혜인 PD: 말씀하신 것처럼 결국 국제 사회에 대한 설득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도 그렇지만 다른 국제사회도 그럴 텐데요.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를 효율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라고 보십니까?

South Korean presidential adviser Prof. Moon Chung-in Source: SBS Korean program
문교수 : 우리 대통령께서는 계속 얘기해 왔죠. 작년 11월 EU에 가서 브뤼셀에서 유럽 지도자들을 만났을 때 그때도 얘기하셨던 게. 북한이 작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선언에 상응하는,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하겠다고 그랬는데. 영구폐기하면은 부분적 제재 완화 특히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재개 같은 건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왜냐하면 영변 핵 시설이라는 게 사실 대단하거든요. 거기에 있는 게 5메가 와트 짜리 원자로도 있죠. 원료 생산 공장도 있죠. 방사 화학 재처리를 통해서 프로토늄을 추출해 내는 재처리 공장도 있죠. 그다음에 수소 폭탄 만드는 삼중 수소Laboratory 실험실도 있죠. 그다음에 농축 우라늄 시설도 있기 때문에 영변 핵시설이 대단한 거라고 저희들은 평가하고 있죠.
그걸 검증 가능하게 영구 폐기한다고 하면은 불가역적 단계로 가는 첫 번째 스탭이 되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해서는 미국도 보상해 줄 수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입장이니까 뭐 그런 식으로 될 수 있다고 하면은 돌파구도 마련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러나 하여간 여기서 핵심적인 건 북이 선제적인 조치를 좀 취해야 될 겁니다.
나혜인 PD: 이제는 호주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봤으면 합니다. 호주 정부는 북핵 사태 이후 줄곧 대북 제재 강경론을 고수해 왔습니다. 호주 언론들도 대북 제재 조치가 주효한 것이라는 분석이 상당히 지배적인 것 같은데요. 한국과 미국 등 당사국이 아닌 제3국의 입장에서는 제재의 입장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드는데. 북한에 대해 다른 국제 사회는 어떤 자세를 취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문정인 교수: 글쎄요. 제재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되겠죠. 제재를 위한 제재는 제가 볼 때는 상당히 역효과를 많이 낸다고 보고요. 제재를 전략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저는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북의 행태를 바꿀 수 있는데 제재 완화가 도움이 된다면 그건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제재라고 하는 걸 너무 교조적 시각에서 보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요. 그다음 호주 정부 입장 같은 건 미국하고 같이 가는 것이니까 충분히 이해는 합니다. 미국과 호주는 아주 가까운 동맹이고 외교 정책을 미국의 외교 정책과 공조해 나가면서 해 왔기 때문에 이해는 되겠지만 호주 같은 데도 결국은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원한다고 하면은 조금 어떤 새로운 발상 같은 게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나혜인 PD: 호주의 일부 학자들 가운데는 한국 정부의 정책을 적극 지지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대북 제재론이 크게 힘을 받아 온 것도 사실인데요. 이렇게 서방국가들의 분위기와 한국 정부의 입장이 엇갈릴 때 해외동포사회는 사실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어떤 이해가 필요하겠습니까?
문정인 교수: 우리 동포들이야 무얼 원하시겠습니까? 한반도에 평화가 있는 걸 원하고, 한반도에 전쟁이 없는 걸 원하고, 한반도에 핵무기가 없는 걸 원하고, 한반도에 평화 통일이 되는 걸 원하지 않습니까?
그 방향에서 자기가 속한 지역의 정부에 대해서 로비도 할 수 있고, 설득도 할 수 있고, 한반도의 평화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서 널리 알리는 일. 이런 것들이 상당히 필요하지 않을까요?
나혜인 PD: 끝으로 이번 강연의 주제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어디까지 왔나?’입니다. 물론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는 목표가 아니겠지만, 어디까지 왔다고 보십니까?
문정인 교수 : 비핵화 부분은 사실상 저조한 거죠. 그러나 하여간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가 밝혔듯이 풍계리 핵실험장,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 및 발사대 그리고 영변 핵시설까지도 본인이 이제 포기할 용의가 있다고 하는 걸 의사 표명을 했거든요. 그런데 과거만 하더라도 그러니까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은 비핵화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어요. 그리고 특히 정상 간 만났을 때 그것을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었는데 작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 이후에 이제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완전한 비핵화에 의지가 있다는 거니까 그 의미가 있죠.
그러나 이제 말과 약속만 하는 것 갖고는 모자라고 이제 행동으로 보여야 되는 과제가 있죠.
그러나 다른 평화부문, 특히 남북한 간의 군사적 긴장 완화라든가 신뢰 구축이라든가 그다음에 육해공에 있어서 적대적 행동을 중지한다는 이 부분은 상당한 진전을 봤습니다. 작년 11월 1일 이후에 남과 북에서 경계 초소 11개를 시범적으로 폐쇄를 했고 그다음에 대인 지뢰 같은 것도 휴전선에서 많이 제거를 했고. 그리고 사실상 작년 11월 1일부터는 땅과 바다와 하늘에서 사실 적대행위를 중단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강 하구에 대해서도 남북이 공동으로 조사를 해서 남북 공동 해도, 해상 지도도 만들었고. 금년도 들어서는 아마 서해에 있어서의 긴장 완화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논의를 할 건데요. 이걸 많은 국내 언론이나 해외 언론이 여기에 주목을 많이 안 하고 있지만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은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어쨌든 북의 입장에서는 비핵화에 대해서 말과 약속을 했고, 그다음에 남과 북이 실질적인 군사적 긴장 완화에 대해서 실질적 조치를 또 취하고 있고 이런 건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아직도 종전 선언이라든가 종전 선언에 따른 평화 조약의 체결 같은 건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이렇게 봅니다. 그러나 이제 복합적이지만 2017년 전쟁의 위기 속에 빠져있던 한반도의 현실을 감안하면 지금은 상당한 진전을 본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나혜인 PD: 네, 문정인 교수님 오늘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문정인 교수: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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