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현대사의 ‘얼룩진 상처’ 시드니 크로눌라 인종차별 폭동 15주년

Mr Towke said the smear campaign implied he had involvement in the Cronulla riots of 2005

A man threatens police at Cronulla Beach during the riots, which Mr Towke claims Liberal members implied he was a part of. Source: AAP

크로눌라 인종차별 폭동이 발생한지 15년이 됐다. 일부 지역사회 지도자들은 호주의 어두운 역사의 한켠을 장식한 크로눌라 인종차별 폭동로부터 호주가 받아들인 교훈은 없다고 지적한다.


진행자: 크로눌라 인종차별 폭동이 일어난 지 15년이 됐습니다.

크로눌라 폭동의 발단은 2005년 12월 4일 시드니 남부 크로눌라 해변에서 레바논계 청년들이 백인 인명구조원들을 집단 폭행하면서 촉발됐는데요.

이 소식을 듣고 분노한 백인 청년들 5천여 명이 12월 11일 크로눌라 해변에 모여 인종차별적 구호를 외치며 중동계 외모의 청년들을 무차별 공격했고요, 이에 아랍계 청년들이 일련의 보복성 행위에 즉각 가담하며 폭동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호주 현대사의 치욕적 사건이죠.

호주의 암울한 역사의 한켠을 장식한 크로눌라 폭동이 발생한지 15년이 지났지만 일부 지역사회 지도자들은 이 사건으로부터 호주가 배운 교훈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진행자: 2005년 12월 11일에 발생한 크로눌라 인종차별 폭동이 언론 매체들에 의해 전 세계로 타전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는데요, 하지만 일부 호주인들은 방아쇠 역할을 할 사건이 필요했을 뿐이지 호주 저변에 인종차별적 요소가 자리잡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크로눌라 폭동 15주기를 맞아 롤랜드 자보르 호주아랍카운슬 의장이SBS뉴스와 인터뷰를 했는데요,

그는 “당연히 충격을 받았지만 정말 놀라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그 같은 긴장감이 형성돼 온 상태였고 단지 사건의 도화선이 필요했었을 뿐이었다는 겁니다.

자보르 씨는 폭동 당시 호주아랍카운슬의 의장이었고 현재까지 의장으로 있습니다.  

진행자: 정말 심각한 편견과 추한 인종차별의 및낮을 드러낸 사건이었어요.

조은아: 네, 자보르 씨는 크로눌라 인종차별 폭동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은데 불행히도 호주는 실제 그 교훈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면서 인종차별 이슈가 호주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같은 사건을 잊고 마치 모든 것이 이제는 다 괜찮다는 척을 하고 있다고 개탄했습니다.

그는 호주에 인종차별이 단단히 자리잡혀 있다면서 방아쇠 역할을 할 특정 사건이 생기면 문제가 바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A police officer tries to protect a man from being punched during the Cronulla riots.
A police officer tries to protect a man from being punched during the Cronulla riots. Source: AAP
진행자: 크로눌라 인종차별 폭동의 발단부터 살펴보죠.  2005년 12월 4일 시드니 남부 해안 동네 크로눌라 해변에서 레바논계 청년들이 백인 인명구조원들을 집단 구타한 사건이었는데요.

조은아: 네, 그 같은 소식이 전해진 후 호주 백인 청년들 사이에 “호주인들은 크로눌라에 모여 ‘레바논인과 유색인을 박살내는 날(Leb and Wog bashing day)’을 지지하라”는 문자 메시지가 대량 퍼졌구요, 2005년 12월 11일 오전, 수천 명의 군중이 크로눌라 해변에 집결했습니다.

이 폭동은 중동계 남성을 타깃으로 한 것이었는데요, “100% Aussie Pride”라는 문구가 모래사장에 새겨졌고 ‘우리는 이곳에서 자랐고 너희는 이곳으로 들어온 이들’이라는 슬로건이 난무했습니다.  

이에 레바논계 호주 청년들이 일련의 보복성 행위에 즉각 가담하며 폭동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 겁니다.

진행자: 11일 오전 백인 청년 약 5000명이 크로눌라 해변에 집결했는데, 처음에는 축제 형식으로 시작됐지만 곧 폭력을 휘두르며 폭동으로 변했어요.

조은아: 네, 그랬는데요. 이들은 시위를 벌이면서 맥주병 등을 휘두르고, 지나가던 중동계 젊은이들을 무차별 구타하기 시작했는데요, 이 폭력적 이미지들이 전 세계에 타전됐고 일부 국가들은 호주에 대해 여행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사건이 발생한 지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일부 지역사회 지도자들은 호주가 이 사건으로부터 배운 것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어요.

조은아: 네, 새드 카나와티 씨는 폭동 며칠 뒤 화해 과정을 돕기 위해 호주무슬림연합(United Muslims of Australia)을 대표해서 크로눌라와 마로브라 지역을 방문한 이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현재는 이슬람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호주무슬림연합의 강좌 운영을 돕고 있는데요,

크로눌라 폭동이 발생한 이래 15년 동안 그를 가장 우려하게 만든 건 정치인들의 인종차별적 언급이라고 말했습니다.

호주 정계에 인종차별이 존재하며 훨씬 더 악화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A crowd gathers outside Northies Hotel in Cronulla on 11 December, 2005.
A crowd gathers outside Northies Hotel in Cronulla on 11 December, 2005. Source: AAP
진행자: 호주 정계의 인종차별하면 아무래도 폴린 핸슨 원내이션당 당수가 먼저 떠오르는데요,  

조은아: 네, 카나와티 씨도 폴린 핸슨 원내이션당 당수의 언급을 예로 들었는데요, 2017년 핸슨 당수가 “이슬람은 질병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에 맞서기 위해 예방접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을 예로 들면서 정치인이 이런 말을 한다면, 그 정치인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어떤 말을 할 것인지는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크로눌라 폭동 당시 ‘우리는 이곳에서 자랐고 너희는 이곳으로 들어온 이들’이라는 슬로건이 난무했다고 했는데, 인종차별주의자들의 ‘그들’과 ‘우리’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조은아: 네, 공감이 가는 부분인데요.  카나와티 씨도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소수 민족에 대한 선동적인 발언을 예로 들면서 ‘너희들’과 ‘우리들’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팀 수포마산 전 인종차별위원장 역시 이 점을 우려하는데요,

수포마산 박사는 공인이 인종 간 혐오를 조장하면 인종차별적 폭력으로 쉽게 발전하는데 이것이 우리가 15년 전 크로눌라에서 목격한 바라고 말했는데요,

그는 따라서 편견과 증오를 조장하는 공인에게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A man is attacked by a crowd at Cronulla Beach during the riots.
A man is attacked by a crowd at Cronulla Beach during the riots. Source: AAP
진행자: 수포마산 박사는 현재 시드니 대학 사회정치과학과 교수로 재임 중인데요, 언론 매체의 문제점도 지적했죠?

조은아: 네, 호주의 일부 언론 매체들이 크로눌라 폭동으로부터 배운 것이 없다고 질타한 건데요, 즉 미디어상의 일부 논평가들이 편협성과 편견을 때로 조장하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많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수적 포퓰리즘과 극우주의가 세를 떨치고 있다는 점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더 강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진행자: 크로눌라 폭동이 발생한 이래 소셜미디어가 부상하면서 인종차별적 행위의 또 다른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어요.

조은아: 네, 크로눌라 폭동이 발생한 2005년에는 페이스북이 막 시작됐고 트위터는 존재하지 않았었는데요, 자보르 호주아랍카운슬 의장은 “이제 우리는 디지털 공간을 가지게 됐는데 이는 인종차별적 행위를 할 수 있는 또 다른 플랫폼이다”라면서 이를 방지할 조치가 마련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카나와티 씨 역시 소셜 미디어상에서 더 극단적인 관점이 더 광범위한 대중에게 더 쉽게 전달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Said Kanawati (centre) speaks with community members in Maroubra days after the Cronulla riots.
Said Kanawati (centre) speaks with community members in Maroubra days after the Cronulla riots. Source: AAP
진행자: 키보드 워리어들(keyboard warriors)을 지적한 것이군요.

조은아: 네, 바로 보셨는데요, ‘키보드 워리어’란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인터넷상에서 풍문이나 소문을 무차별적으로 유포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한 비방과 험담의 내용이 담긴 글을 거리낌 없이 작성해 유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카나와티 씨는 사회 각계각층의 극단주의자들이 소셜미디어상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진행자: 소셜 미디어를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공간으로 사용한 대표적인 예가 2019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총격 테러 사건이 아닐까 싶은데요,

조은아: 네, 지난 2019년 3월이었죠. 뉴질랜드 이슬람 사원 2곳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51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것 기억하실 겁니다.

범인은 호주 남성으로 범행 전 소셜 미디어에 이민을 반대한다는 ‘반이민 선언문’을 게시했고, 범행의 전 과정을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해 충격을 더했었습니다.

진행자: 온라인상의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특히 인종차별적 발언의 최대 방패가 ‘표현의 자유’라는 점에서 말이죠.

조은아: 네, 수포마산 박사도 그 점을 언급했는데요, 그 역시 인종적 증오를 방어하는 도구로 표현의 자유가 이용돼 온 점을 지적했습니다.

자보르 호주아랍카운슬 의장도 균형의 문제가 항상 대두되는데, 즉 ‘표현의 자유’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그같은 인종차별적 행위를 막기 위해 어떤 논지를 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겁니다.
Cronulla Beach one week after the 2005 riots.
Cronulla Beach one week after the 2005 riots. Source: AAP
진행자: 호주에서는 2005년 크로눌라 폭동 이래 그같은 대규모의 인종차별 폭동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많은 호주인들이 인종차별을 경험하고 있어요.

조은아: 네, 호주인권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매년 인종차별을 경험하는 호주인이 5명 중 1명 꼴입니다. 상당히 높은 수치인데요, 팀 수포마산 전 인종차별위원장은 인종차별을 종식하기 위해선 연방 및 각 주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종차별에 대한 불관용 관행이 정치 지도자들로부터 반드시 시작돼야 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인종차별 문제가 단기간 해결되기 힘들다는 점에서 장기적 전략이 필요할 것 같은데 지역사회 지도자들은 어떤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나요?

조은아: 자보르 씨도 훨씬 더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데요, 그는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즉 학교에서 인종차별과 관련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는 또 호주 국민 모두가 호주의 다양성이 호주의 풍요함의 원천이라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카나와티 씨도 모든 호주 국민이 크로눌라 인종차별 폭동과 같은 사건이 재현되지 않도록 도울 책임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즉 개개인 모두가 인종차별에 대항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건데요, 그는 그 노력이 가정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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