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흩어진 백자의 혼을 카메라에 담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도록…”

Koo Bohnchang

구본창 작가 Source: Oh Seokhoon

현재 주시드니한국문화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본창 백자 사진전은 구한말, 일제 강점기 등을 거쳐 해외로 유출된 우리 문화재 백자가 다시 한국에 돌아올 수는 없지만 카메라에 혼을 담아 사진으로나마 모두를 한 자리에서 만나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됐다고 합니다.


나혜인 피디: 지금 주시드니한국문화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본창 백자 사진전, 구본창 작가 연결돼 있습니다.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구본창 작가: 안녕하십니까? 구본창입니다.

나혜인 피디: 반갑습니다. 저희가 계속 코로나19 특보로 방송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이렇게 코로나바이러스를 떠난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 들뜨는 것 같은 기분인데요. 아마 우리 청취자 여러분께서도 비슷한 심정이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다면 지금 쯤 호주에서 작가님을 직접 뵐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코로나19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작가님 현재는 한국에 계시는거죠?

구본창 작가: 네. 한국 서울에 있습니다.

나혜인 피디: 어떻게 이번 전시 계획하시면서 팬데믹으로 영향을 받으신 부분이 있으십니까?

구본창 작가: 한국에서도 물론 팬데믹으로 여러 문제가 많긴한데, 그래도 시드니 전시는 제가 참석을 못했을 뿐이지 준비하는 거나 이런거는 큰 무리 없이 잘 됐습니다. 다행히…다행히 제가 전시장을 한번 본 적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상상을 해 가면서 준비를 잘 했습니다.

나혜인 피디: 그래도 연 초에 비해 상황이 많이 나아져서 시드니의 전시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만으로도 참 감사한데요. 특히나 지난 3월 부터 임시 휴관을 했던 시드니 한국 문화원, 이번 백자전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먼저 간단하게 이번 전시에 대해서 소개를 좀 해 주시죠. 한국에서는 이미 많이 소개가 됐었죠?

구본창 작가: 네, 한국에서는 2006년 부터 백자 전시를 크게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호주에서는 백자를 전시한게 이번이 처음이 되죠. 그래도 한국 문화원에서 특별히 저를 초대해 주셔서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제인 백자에 대한…비록 사진이긴 하지만 이것을 이렇게 소개하게 돼서 저도 많이 기쁘고 문화원에서 좀 더 한국 문화를 호주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초대해 주신 것 같습니다.

나혜인 피디: 전시회에서 몇 점 정도 볼 수가 있을까요?
Koo Bohnchang
Light Shadow Koo Bohnchang solo exhibition Source: Supplied
구본창 작가: 이번에 총 작품 수로는 39점이 출품됩니다. 나혜인 피디: 이제 본격적으로 사진에 담긴 우리 백자 얘기를 좀 해 보도록 하죠. 작가님께서는 정물 사진 작가로 잘 알려져 있으시지만 왜 백자를 카메라에 담게 되셨는지, 어떤 계기가 있으셨는지 궁긍합니다.

구본창 작가: 제가 일상의 평범한 대상물도 굉장히 좋아하고 정물을 많이 찍긴 했는데, 우리 백자에 대해서는 사실 예전에는 관심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일본에서 주부들이 많이 보는 잡지를 봤는데, 그 잡지에 우리 조선 백자가 짝 소개가 돼 있더라고요. 그게 2004년인데,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제인 백자를 우리 한국인들도 그렇게 가까이 접하고 즐기지 않는데, 이렇게 일본 주부들이 감상하고 좋아한다는 것이 굉장히 쇼크했었고, 그러면서 차츰 알게 된게, 당연하지만 일제 강점기 때, 또 구한 말 때 일본이나 주변의 외국 신부님들이나 아니면 외교관들을 통해서 한국 문화제가 많이 유출이 됐었죠. 그래서 특히 일본에 우리 좋은 문화제들이, 백자들도 많이 콜랙션이 돼 있는데… 이번 기회에 내가 그것을 찾아다니면서 찍어서, 문화제가 한국에 올 수는 없지만 사진으로써 문화제가 나가 있는 것을 한 자리에 모우면 어떨까? 그런 생각으로 작품을 하게 됐습니다.

나혜인 피디: 백자는 단아하고 절제된 매력이 있습니다만 사실 청자처럼 화려한 색을 가지지도 않았고 색조도 엷어서…사진으로 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어떠셨습니까?

구본창 작가: 사실 한 눈에 우리 백자를 보고 “아 아름답다” 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왜냐면 중국이나 일본 도자기가 가지고 있는 화려한 문양이나 칼라, 그런 것도 없고, 또 우리 고려 청자처럼 선이 아름답다던가 거기에 문양이 아름다운게 있지 않기 때문에 한 눈에 매력적이다…하는게 어려운데, 오히려 그 반면에 도자기가 아무런 문양이 없고 존재감으로 드러내야하기 때문에 오히려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찍어 보이깐…그래서 제가 노력한게, 그렇게 수수하고 오히려 도공들이 적당히 빗어서 완벽하게 대칭이 되지 않는 조선 백자의 매력을 제가 표현하려고 더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또, 한편으로는 우리 한지를 이용해서 촬영을 할 때 포근한 한지의 느낌을 배경과 바닥에 집어 넣어서 약간 편안하게 또 연필 뎃상 처럼 흑백은 보이게 했고 칼라는 또 그림자가 거의 없이 아주 소프트하게 보여서 아주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게 노력을 했습니다.
나혜인 피디: 언뜻 저희가 백자 사진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박물관 카달로그에 담긴 사진이 아닐까 싶은데요. 하지만 작가님의 백자 사진은 저희가 흔히 아는 도자기 사진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사진을 통해 백자의 어떤 모습을 표현하고 싶으셨나요?

구본창 작가: 네 원래 이런 박물관의 카달로그에서는 도자기가 가지고 있는 정확한 크기, 또 디테일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주 정확하게 찍는게 중요하죠. 그런데 제 경우에는 오히려 정확하게 해서 드러난다면 도자기 그 자체 밖에 안 보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도자기가 현실감이 없도록 그림자가 부드럽게 나오게 간접 조명을 많이 썼고요. 카메라에서 포커스라고 해서 우리가 선명하게 맞추는 부분을 최소로해서 아주 바닥에 닿는 부분이 거의 잘 나타나지 않게 소프트하게 찍었어요. 그래서 백자가 약간 떠 있게…하나의…저는 인물 사진을 다시 찍듯이, 백자를 각 생김 생김 별로, 또 그 용도에 따라서 새로운 인물을 하나씩 찍듯이 그런 느낌으로 대상을 바라봤습니다.

나혜인 피디: 그래서 그런지, 사진을 봤을 때 사진이라는 느낌보다 그림이라는 느낌도 처음에 좀 들더라고요. 구본창 작가: 사진이 가지고 있는 정확성이라든지, 선명함을 오히려 배제하고 연필로 뎃상한 것 같은 그런 부드러운 느낌을 표현했어요. 나혜인 피디:  역시 설명을 해 주시니 좀 더 사진이 다르게 느껴지네요.

구본창 작가: 네 감사합니다.

나혜인 피디: 세계 곳곳에 흩어진 백자를 사진으로 담으셨습니다. 사진이 분명 작품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한데 볼 수 없는 백자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흩어진 백자를 조사하시고 직접 찾아 카메라에 담으시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드셨을 것 같습니다.

구본창 작가: 네. 그렇죠. 사실 지금 전 세계가 교류를 하고 그리스 도자기가 꼭 그리스에만 있는게 아니고 여러가지에 다 흩어져 있지만 나름대로 저희 백자도 백자 자체가 원해서가 아니고 또 우린 일제 강점기라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뭔가… '백자가 자기 집에 오고 싶다.’ 하는 그런 느낌이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상상을 했어요. 흩어져 있는 백자를 찍을 때 백자의 혼을 촬영을 해서 다시 우리 나라에 모여서 흩어진 가족을 다시 만나듯이…왜냐면 그 당시에는 조선시대에는 거의 도예의 공방이, 양반들을 위해서 만들거나, 궁중에 납품하는…그런 공방이 일정한 곳에 있기 때문에…어떻게 보면 한 가족들이에요.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것들은…그것을 한 자리에 모았으면해서 시도를 했습니다.

나혜인 피디: 카메라를 통해 혼을…

구본창 작가: 담아서 한국으로 불러오는 작업을 시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혜인 피디: 이번이 호주에서의 첫 개인전이시지만, 호주와는 상당히 인연이 깊으신 걸로 압니다. 저희가 몇년 전 빅토리아주 크론스 북 페스티벌에서도 만나 뵙고 인터뷰를 했었는데요. 그때도 과거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으셨죠?

구본창 작가: 네. 맞습니다. 호주와 인연은 2004년 도에 서울에 있는 호주 대사관에서 호주 작가 조지 로스라는 분을 기념해서 책을 만들 때, 그때 제가 도와준 인연으로 시작이 됐습니다. 100년 전에 한국에 와서 한국을 다큐멘트했던 호주 작가가 있었어요. 조지 로스라고…그래서 그 분을 기념으로해서 책도 만들어 드렸고, 2015년에 클룬스에 가서 전시도 하고, 이렇게 여러가지 인연이 됐는데, 조지 로스라는 분이 한국을 찍은 그 100년 전의 모습도 저 한테 괴장히 애틋하게 다가오고, 그런 역사가 있고 과거의 흔적이 있는 것을 굉장히 제가 좋아하다보니까 이렇게 과거에 대한 관심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나혜인 피디: 당시 호주에 대한 인상 아니면 호주와의 작업이 작가님의 작품에도 좀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을까요?

구본창 작가: 음…그렇죠. 호주가 사실 저 한테 굉장히 멀고 많이 접하지 못한 곳이었는데, 그렇게 2004년도 부터 호주에 대한 관심, 또 호주의 문화도 알게 되면서 굉장히 저도 유심히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제가 크룬스에 다녀간 다음에, 크룬스가 원래 금광으로 유명하죠. 그래서 금광 또 금에 대한 작업을 새로 시작하게 됐어요. 그게 참 인연인 것 같아요. 그 다음에 제가 리마에 가서 잉카의 유물도 찍고, 지금 한국의 금관이라든가 금에 대한 유물을 계속 찍고 있습니다. 괴장히 자극이 됐어요 저 한테.

나혜인 피디: 금은 백자와는 달리 굉장히 화려할 것 같아요.

구본창 작가: 오히려 반대죠. 어떻게 보면…그렇지만 우리가 영혼불멸이라고 생각하고 굉장히 귀하다고 생각하는데, 결국은 금을 그렇게 좋아했던, 그렇게 소유하고자 했던 분들은, 그런 제국이라든가 위에 계시던 분들은 다 사라지고 결국 남는 것은 금의 유물만 남는 것이 그것도 인상적이고  그런 스토리도 풀어나가고 싶어서 지금 유심히 관심을 갖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Clunes booktown festival
2015년 클룬스 북타운 페스티벌에 참가한 구본창 작가 Source: Supplied


나혜인 피디: 네. 예술적으로 그리고 대중적으로도 성공한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 작가 구본창 작가님, 계속해서 호주와의 인연도 이어나가셔서 다시 호주에서 한번 더 뵐 수 있는 날이 있길 바래보겠습니다. 끝으로 이번 전시에 관심이 있으실 저희 청취자 여러분께 한 말씀 남겨 주시죠.

구본창 작가: 이렇게 비록 직접 뵙지는 못하더라도 여러분과 인사를 나눌 수 있고 제 작업을 소개할 수 있게 돼서 굉장히 기쁩니다. 직접 설명을 해 드릴 수는 없지만 직접 전시장에 방문하셔서 그동안 여러분들이 잊고 있었던 고국의 아름다움, 우리 문화재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박물관에서 느낄 수 없는 현대적인 사진의 기법으로 새로운 이해를 하시고 더 사랑하게 되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혜인 피디: 네, 구본창 작가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구본창 작가: 네. 고맙습니다.


Share
Follow SBS Korean

Download our apps
SBS Audio
SBS On Demand

Listen to our podcasts
Independent news and stories connecting you to life in Australia and Korean-speaking Australians.
Ease into the English language and Australian culture. We make learning English convenient, fun and practical.
Get the latest with our exclusive in-language podcasts on your favourite podcast apps.

Watch on SBS
Korean News

Korean News

Watch it onDemand
“전 세계의 흩어진 백자의 혼을 카메라에 담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도록…” | SBS Kor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