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왜 우리는 침대에서 잘까?...숨은 장소에서 시작된 'Bed'

A little girl lies in bed, wrapped in a cozy duvet

the-hidden-origins-and-evolution-of-the-bed Source: Getty / Catherine Falls Commercial/Getty Images

'Bed'는 고대 언어로 '숨겨진 장소'와 '안식처'에서 유래했으며 원시 시대에는 생존 도구, 로마 시대에는 사회적 생활의 중심 도구로 발전했습니다. 근대 초기에는 깃털과 지푸라기 매트리스 도입으로 곤충 창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Key Points
  • 침대를 뜻하는 영어 BED…고대 언어 '숨겨진 장소' '안식처'에서 유래
  • 원시 시대 침대의 의미는 편안한 잠자리이자 생존과 직결되는 도구
  • 로마 시대 침대는 사회적 생활의 중심 도구로 다양한 용도의 침대 등장
  • 근대 초기 깃털·지푸라기 틱(tic) 매트리스 등장으로 빈대 등 곤충 창궐

우리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어디일까요? 아마 예상치 못한 답일 겁니다. 바로 '침대'입니다. 우리는 하루의 3분의 1을 보내고 있는데요. 이 공간, 침대는 단순히 잠을 자는 가구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대에는 단순한 잠자리였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건강과 심리, 생활의 편안함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과학의 산물로 진화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침대의 다양한 기술적 발전 또한 그 증거입니다.

침대가 어떻게 인류의 역사와 삶을 변화시켜 왔는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침대의 변천사와 그 속에 담긴 과학적인 이야기들을 2부에 걸쳐 알아봅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순서로, 침대를 뜻하는 영어 'Bed'의 어원에서부터 고대 로마 시대 다양한 침대의 형태와 그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나혜인 PD: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프링 매트리스나 메모리폼이 있는 푹신한 침대에서 잠에서 깨어날 수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죠. 하지만 늘 수면 환경이 이렇게 쾌적했던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과연 이런 편안함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요? 인류 최초의 잠자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유화정 PD: 침대를 뜻하는 영어 단어 Bed는 고대 언어에서 '숨겨진 장소' 또는 '안식처'를 의미하는 단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단어의 기원만 보더라도 침대는 단순히 잠을 자는 곳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침대의 시작은 원시 시대, 즉 동굴에서 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초기 인류는 당시의 환경에 맞춰 잠자리를 마련했는데, 안전과 편안함을 위해 나뭇잎을 겹겹이 쌓아 올리거나 짐승의 가죽을 활용하여 침대를 만들었다고 추정됩니다. 이러한 자연 소재들은 부드러울 뿐 아니라 해충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기능도 있었는데요. 땅 위에 직접 잠자리를 마련하는 것에서 한 단계 발전해, 오물과 해충을 피하기 위해 침대를 지면에서 조금 들어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Old engraved illustration of effigy of Richard Cœur de Lion, Richard the Lionheart or Richard Oc-e-Non in Rouen Cathedral (funerary effigy above the tomb containing his heart)
Copyright has expired on this artwork. From my own archives, digitally restored. Source: Moment RF / mikroman6/Getty Images

나혜인 PD: 안전과 편안함을 위한 중요한 변화였네요. 침대가 단순한 잠자리 이상의 기능을 가진 도구임을 증명하는 것이고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당시 인류는 잠을 자면서도 주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했기 때문에, 침대는 편안함뿐만 아니라 생존을 위한 중요한 도구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고대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등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침대는 더욱 정교하게 발전했고, 다양한 재료와 기술을 사용해 지금의 침대와 유사한 형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침대는 인류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시대에 따라 그 기능과 형태가 변화해 왔습니다.

나혜인 PD: 지난 2021년 한국에서 투탕카멘 발굴 100주년 기념전이 열린 바 있는데요. 고대 이집트 투탕카멘 왕의 무덤에서 발견된 유물들 중에는 오늘날의 침대 형태와 유사한 고대 침대가 포함돼 있어 고고학계의 큰 화두가 되기도 했죠?

유화정 PD: 투탕카멘 왕의 무덤에서는 총 6개의 좁고 긴 직사각형 모양의 침대가 발굴됐는데요. 4개의 동물 다리 모양이 침대 상판을 지지하고 그것에 갈대나 줄로 엮은 목재 프레임이었습니다. 나무 침대에는 구조에 가죽을 덮어 안락함을 고려했는데요. 하지만 오늘날의 부드러운 촉감의 베개 대신 단단하고 지면에서 높이 올라간 머리 받침대를 사용했습니다.

나혜인 PD: 그 머리 받침대는 여성들의 헤어스타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들었는데요?

유화정 PD: 투탕카멘 할머니를 비롯한 고대 이집트 왕족 여성들은 정성스럽게 손질된 헤어스타일을 애용했는데, 머리 받침대는 이러한 헤어스타일을 유지하고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높고 단단한 머리 받침대는 부드러운 침구와 달리 머릿니나 벼룩 등에 쉽게 감염되지 않는 등 여러 기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image_6353798731498029813817 무령왕비의 목침(국보 제164호국립공주박물관).jpg

나혜인 PD: 딱딱한 나무 베개를 연상하니  옛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낮잠 주무실 때 즐겨 쓰시던 목침이 떠오릅니다. 목침을 경침이라고 불렀던 것 같기도 하고요.

유화정 PD: 나무의 서늘한 감촉이 목으로 전해지면서 체온을 유지해 주는 덕분에 목침은 주로 여름에 애용됐죠. 경침은 중국 수나라 때 과거제도가 처음 생겨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당시 선비들이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 밤늦게까지 공부하면서 깊은 잠을 자지 않기 위해 둥근 목침을 사용했는데, 둥근 목침을 베고 잠깐 눈을 붙이다 보면 머리가 굴러 떨어져 잠에서 깨기 때문에 경계할 경을 써서 '경침(警枕)'이라고 불렀습니다.

나혜인 PD: 잠을 경계하는 베개라서 경침이군요. 우리 어르신들이 쓰시던 목침의 의미와는 좀 다르네요?

유화정 PD: 한국 목침의 역사는 삼국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백제 25대 무령왕의 왕비 무령왕비 무덤에서는 반월형의 목침이 발견된 바 있습니다. 목침은 원래 머리가 아닌 목 부위를 올려놓게 돼 있는데요. 그렇게 하면 시원하게 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머리카락도 흐트러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나혜인 PD: 고대의 침대는 신화의 주제로 꾸준히 등장할 만큼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에게 침대는 안락함을 주고 피신처를 제공하는 역할이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고대 로마에서 침대는 수면 외 또 다른 역할을 했다고요?

유화정 PD: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에게 침대는 단순히 잠을 자는 용도라기보다 사회적 생활의 중심이었습니다. 상류 계급 저택의 식당에는 하나같이 청동이나 대리석 머리받침대가 달린 호화스러운 침대가 놓였지만 이는 수면용이 아닌 식사나 사교를 위한 소파로 쓰였습니다. 그리스와 로마 부유층의 침대는 이집트의 침대와 폭이 좁은 직사각형이 기본 형태라는 점에서 비슷했는데 하지만 다리가 더욱 길어졌고 때로는 탁자처럼 두 배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 헤드보드를 달아서 비스듬히 기대어 누울 수 있었습니다.

나혜인 PD: 고전영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죠.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진 긴 카우치에 비스듬히 나른한 모습으로 반쯤 누워 음식을 씹어서 맛만 보고 뱉어버리는 장면은 고대 로마의 식문화 하면 떠오르는 모습인데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그런데 실제 로마시대 귀족들의 연회나 식사 장면을 묘사한 당시 벽화들을 보면 그런 모습들이 관찰되는데, 이는 그 시대 엘리트들이 누리는 권력과 사치의 표시였습니다. 로마인들은 아침 점심 저녁 세끼에 더해 야식, 그리고 파티를 즐겼는데, 모든 사람이 이렇게 반쯤 눕듯이 식사한 것은 아니고 여성과 아이, 하인과 노예는 의자에 앉아서 식사를 했습니다. 한쪽 팔로 상체를 받치고 비스듬히 누워 다른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 동작은 '자격이 있는 성인이 격식을 갖춘 식사에 참석해 요리를 먹을 때 취하는 자세'였습니다.

나혜인 PD: 그런데 굉장히 불편했을 것 같아요. 우리는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소' 된다 고 어른들이 말씀하시잖아요.

유화정 PD: 현대인들이 먹는 것처럼 수저나 포크 나이프를 가지고 식사한다면 이런 자세가 몹시 불편할 수 있지만 당시 로마인들은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었기 때문에 나름 편하고 안락한 자세였을 수 있습니다.

나혜인 PD: 오늘날 우리가 소파에 누워 칩스나 팝콘 같은 간식을 먹는 것과 비슷한 느낌일까요?

유화정 PD: 그럴 수도 있겠네요. 로마의 귀족들은 다양한 용도의 침대를 사용하며 생활 전반에서 편안함을 추구했습니다. 식사를 위한 테이블 침대를 비롯해 신혼부부가 사랑을 나누는 혼인 침대, 독서를 위한 침대, 작업용 목적의 침대, 환자들을 위한 바퀴 달린 침대, 정신질환자들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단단히 묶어두던 침대도 있었습니다. 이밖에 죽은 사람들을 화장터로 옮기는 데 사용되던 침대 등 용도에 따라 달리 사용되던 다양한 종류의 침대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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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깃털과 지푸라기 등으로 만든 틱 매트리스

나혜인 PD: 환자용 바퀴 달린 침대가 이미 그 시대에 등장했다니 놀랍습니다. 오늘날의 침대는 프레임과 매트리스가 하나로 묶어지지 않습니까? 침대 매트리스가 등장한 건 언제부터였을까요?

유화정 PD: 근대 초기 사회에서 필수적인 침구는 바로 '틱(tick) 매트리스'였습니다. 이 매트리스는 사실 단순한 자루 형태로, 린넨 등의 직물을 튼튼하고 촘촘하게 짠 형태였습니다. 그리고 이 매트리스 자루엔 새의 깃털부터 지푸라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충전재를 넣어 두툼하게 만들었는데요.

책 '악몽의 역사'에 따르면 1646년 스위스를 지나던 한 여행객은 나뭇잎으로 채워진 침대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 탓에 무척이나 투덜거렸는데,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심했고 매트리스를 통해 나뭇잎이 살갗을 찌르기도 했기 때문'이라고 묘사했습니다.

나혜인 PD: 매트리스 자루 안에 내용물을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수면의 질에 크게 영향을 미쳤겠네요?

유화정 PD: 네 맞습니다. 특히 이 틱 매트리스의 문제 중 하나는 '빈대'나 '이' 같은 흡혈 곤충들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했다는 점입니다. 당시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침대를 사용하곤 했는데, 이런 관습이 곤충의 번식에 더욱 기여했죠.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 사람들은 새의 깃털이나 말린 풀을 이용해 비교적 안락한 수면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했다는 점은 분명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매트리스의 편안함 역시, 그때의 실험과 경험을 통해 발전해 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나혜인 PD: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침대의 변천사, 오늘 1부에서는 침대를 뜻하는 영어 Bed의 어원의 유래, 그리고 고대 로마시대와 근대 초기에 이르는 인류가 편안하 수면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침대의 발전 과정을 살펴봤는데요. 2부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눠보게 될까요?

유화정 PD: 2부에서는 인류가 편안한 수면을 위해 기울여온 노력과 함께, 현대 침대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특히 매트리스의 기술적 변화와, 과학적으로 숙면을 돕는 첨단 기능에 대해 알아볼 예정입니다.

나혜인 PD: 네 2부에서 더 흥미로운 이야기 기대하겠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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