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일 PD(이하 사회자): 지난주 목요일 12월 2일 시드니 국립해양박물관에서 1000명이 넘는 귀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FOMA 패션쇼가 열렸습니다. Fabrics of Multicultural Australia 줄여서 FOMA, 포마라고 부르는데요. 호주 외교부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이 행사는 ‘다문화 사회 호주를 패션을 통해 재확인하고 또 이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외국 정부와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호주 내 가장 큰 문화 행사 중 하나인데요, 홍태경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홍태경 PD(이하 홍PD): 안녕하세요.
사회자: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FOMA인데요. 다문화 사회의 결속력을 키우는 의미도 있지만 창의적 분야의 경제 성장을 자극한다는 의미도 있지 않습니까?
홍PD: 네 그렇습니다. 포마는 말씀처럼 창의적 분야의 경제 성장을 자극하면서 상호 교역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플랫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2018년에 포마를 창립한 기업인 소니아 사디크 간디 씨는 “호주 창조 산업 분야의 다양성을 고취하는 동시에 호주 시장에 투자하고 성장하길 원하는 해외 브랜드를 서로 연결시켜주는 기회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외국 정부 파트너와 무역 위원회가 무료 대중 전시회를 열면서 패션과 문화 외교라는 양방향 교역을 강화한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호주 창조 산업 분야의 다양성을 고취하는 동시에 호주 시장에 투자하고 성장하길 원하는 해외 브랜드를 서로 연결시켜주는 기회도 제공할 수 있을 것
사회자: 네 그렇군요. 앞서 다문화 사회 호주를 패션을 통해서 재확인한다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이번 행사에는 어떤 다문화 사회가 참여를 했나요?
홍PD: 네, 역시 빠질 수 없는 한국 의복이 전시가 됐고요. 바로 우리의 자랑 한복입니다. 이번 전시회에는 한국의 임정연 한복이 참여했고 이밖에 이스라엘, 칠레, 요르단, 아일랜드, 몰타, 중국, 아프간의 대사관과 문화원 등이 참여했습니다. 각국 디자이너들과 호주 원주민 출신 디자이너들은 각자 문화의 전통 의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관객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FOMA 2021 한국 전시관 (정소윤 원장이 준비한 임정연 한복, 전태림 작가가 선보인 한국 조각보 전시/ 모델: 이 아비게일, 홍성오) Source: FOMA
한국의 임정연 한복의 경우에는 이번 전시회와 런웨이 모두에서 유일하게 민간인으로 참여를 했는데요. 그래서 참여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고 합니다.
이번 한국 측 참여를 이끈 양다영 씨는 주최 측에 100통이 넘는 이메일을 보내고 마침내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는데요. 한국 전시장에서는 임정연 한복과 함께 전태림 작가의 한국 보자기를 선보여 관람객의 큰 호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시드니한국문화원에서 조각보 강의를 하고 있는 전태림 작가는 환경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요즘 조각보야 말로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정서가 담긴 보석과 같다고 말합니다. 전태림 작가의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지금 코로나 때문에 다들 너무 힘들잖아요? 지구 온난화 때문에도 힘들고 그래서 요즘에 더욱 더 대두되고 있는게 업사이클링이라든가 재활용 그거잖아요? 근데 사실 우리 조각보는 정말 재활용으로 좋은 예이거든요.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강조하는게 뭐냐하면은 이렇게 남은 원단들로 남은 조각들로 우리도 활용을 해서 만들었다는것 그게 서양 퀼트하고도 다르고 일본이나 중국하고도 다른 우리만 우리가 가진 특징이고 우리가 가진 장점이니까 그것을 많이 홍보하고 알리고 있어요.”
홍PD: 네, 전태림 작가는 또 다양한 색상이 모여서 하나의 조각보로 만들어지는 과정이야 말로 호주 다문화 사회의 조화와 같다면서, 조각보와 이민 사회의 의미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계속해서 이번 한국 전시관의 공식 후원사인 엘레멘틀 종근당 호주 법인 김종영 대표의 말도 들어보겠습니다.
“2021년 호주 정부 공식 행사인 다문화 패션쇼에 저희 종근당 호주 엘레멘탈 브랜드가 정식으로 초청을 받아서 참가를 하게 됐습니다. 오늘 행사는 주호주 대사 및 각국 관계자분들께 우수한 한국 문화와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사회자: 네, 이번 전시회와 런웨이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고 또 주목을 받은 제품, 바로 한복이었다고요.

(왼쪽부터) 정소윤 원장(임정연 한복), 김종영 법인장(종근당 호주 엘레멘탈), 전태림 작가 Source: SBS Korean
홍PD: 그렇습니다. 이번 패션쇼가 아무래도 다문화 행사이기 때문에 다채로운 색상과 호피무늬를 접목하는 등 다문화를 담은 디자인을 더한 한복의 아름다움을 뽐냈는데요. 특히나 왕실 가례식때 입는 옷을 임정연 한복만의 은은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으로 재해석한 작품이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번 한복 패션쇼를 지휘한 정소윤 원장은 3대째 한복을 만들어온 ‘한복 명가’ 출신으로 수려한 색감과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는 디자이너인데요. 정소윤 원장은 2019년 포마 행사에 와 본 후 이 자리에 꼭 한복을 가지고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합니다. 정소윤 원장의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오늘 포마 패션쇼는 멀티 컬츄럴 패션쇼예요. 각 나라의 대표 디자이너들이 런웨이를 준비하는건데 저의 경우에는 2019년도에 포마 패션쇼를 처음 봤었는데 그 뒤로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플라이를 해서 올해 참여하게 됐습니다.”
홍PD: 정소윤 원장은 이번 런웨이를 준비하면서 얼굴 톤과 저고리 색깔의 조화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고 말했는데요. 또 손님들의 체형에 따라서 ‘태’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이번 행사가 다문화 패션쇼다 보니까 각 나라마다 피부톤도 다르고 체형도 다를 수 밖에 없는데요. 정원장은 여러 모델들을 만나면서 한국이 가진 컬러와 여러 다양한 인종들이 하모니가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여러 (한복)모델들을 만나면서 한국이 가진 컬러와 여러 다양한 인종들이 하모니가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사회자: 외국분들이 한국의 실크에 대해서도 굉장히 신기해하고 좋아한다고 하던데요. 이번 전시회에서도 호주분들이 한국 실크를 좋아하셨나요?
홍PD: 그렇습니다. 말씀처럼 하늘하늘한 실크 종류가 사실은 외국에는 없기 때문에 굉장히 신기해 하고 있는데요. 정소윤 원장은 한복의 경우 여러가지 컬러들이 있고 또 체형에 따라서 다양하게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요즘에는 한복이 파티복으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합니다.
정원장은 많은 분들이 한복을 더 많이 입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는데요. 최근에는 한류 열풍이 불면서 12학년 졸업식 때도 한복 문의를 하는 분들이 정말 많이 늘었다고 하네요.
사회자: 그렇군요. 제 딸도 12학년 졸업식 포멀 파티에 참석할 때 정말 많은 파티복을 입어본 기억이 나는데요. 그때 한복을 골라주지 못한 게 아쉽네요. 파티 복장으로 패션 한복이라…정말 좋은 생각같네요.
그리고 이번 한복 런웨이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부분이 있다면 다운증후군 모델인 예나양이 한복 모델로 데뷔를 했다는 사실일텐데요.
홍PD: 네 그렇습니다. 사실 포마 런웨이에서는 포마가 지정한 모델 외에는 설 수가 없는데요. 이번 한국 런웨이를 이끈 양다영 씨는 다문화 행사인 만큼 장애인 다운증후군 모델 예나 양이 런웨이에 서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해서 결국 주최 측의 허락을 받아 냈다고 합니다.

FOMA Runway: 한복 모델 예나 Source: FOMA
한복 런웨이에는 예나 양 외에도 이 아비게일, 홍성오 한인 모델이 참여를 했는데요. 마지막 피날레를 왕과 왕비 컨셉으로 잡아야 한다고 설득한 끝에 포마 런웨이 사상 처음으로 외부 한국인 모델 3명이 나란히 런웨이에 오를 수 있게 됐다고 하네요.
사회자: 그렇군요. 매년 호주에서는 신생아 1,100명 중에 1명이 다운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기록이 있다고 해요.
홍PD: 네, 저희 컬처인 시간에도 한번 소개해 드린 바가 있는데요. 다운증후군은 전 세계적으로 인종이나 종족, 경제적 환경 등에 관계없이 매년 새로 태어난 아기 800명 ~ 1000명 중 1명 꼴의 빈도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호주의 경우 전세계 평균보다 조금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자: 그렇군요. 이날 예나 양의 한복 런웨이를 본 사람들, 한복의 아름다움과 또 예나양의 멋진 발걸음에 큰 박수를 치지 않았습니까? 예나 양, 이번 런웨이 참여 이전에도 모델로 활동을 했다고요?
홍PD: 네, 예나양의 이야기는 글로벌 매거진인 FAR-NRAR 매거진 온라인 판에 소개가 된 바 있는데요. 이 책은 전세계 아시안 배경의 아티스트들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양성, 발굴하는 목표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델 활동을 시작한 이후 활동을 그렇게 활발히 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예나양 어머니의 이야기 들어봅니다.
”2019년도에 모델로 데뷔를 하긴 했어요 전문 잡지에 들어갔는데 그렇게 크게 활동을 하지는 못했었어요 간간히 사진 찍는거 패션 사진 같은 것 했었는데 런웨이는 처음이예요”
홍PD: 네, 예나 양은 케이팝을 좋아하고 굉장히 활달한 성격을 지닌 아가씬데요. 예나 양을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예나예요. 한복 너무 예뻐요. 케이팝 좋아해요”
사회자: 예나 양 목소리에서 정말 밝은 기운이 느껴지네요.
홍PD: 평소에 정말 활달한 예나 양인데요 하지만 런웨이 전에는 정말 많이 긴장했다고 합니다. 예나 양 어머니 말을 계속해서 들어보겠습니다.
“어제 잠깐 리허설하러 왔었는데요 와서 엄마 나 떨릴 것 같아 그런 말을 계속 하더라고요 그런데 집에 가면서도 계속 ‘떨려’ 그러고 그리고 누구는 와? 누구는 올까? 그러면서 계속 물어보다가 아침에 일어나서는 텍스트로 선생님들한테 보내면서 오늘이지? 오늘이 그날이지? 계속 물어보고 기쁜 마음으로 와서 하루 종일 잘 버티네요
너무 뿌듯하고 특히 우리 한국 한복이 저는 제일 정말 예뻤어요. 우리 예나가 예쁜 한복 입고 나와서 하는걸보니까 뿌듯하고 기특하고 신나고 그랬습니다”
홍PD: 이날 예나양의 런웨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모두 잊히지 않는 감동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는데요 종근당 호주 법인 김종영 대표도 그 중의 한 명입니다.
“오늘 다운증후군으로 힘든 소녀의 길을 보냈던 예나 양에게 패션쇼를 참석하는 분들께서 오늘 런웨이 행사에서 잊히지 않는 감동의 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예나 양에게 패션 모델로서 꿈과 희망을 키우는 계기가 된다면 더욱 좋겠다고 생각이 듭니다.”
사회자: 저희 컬처인 시간에도 천편일률적 모델 기준에 변화의 바람 일으킨 ‘세계 최초 다운증후군 모델’ 호주 출신 매들린 스튜어트를 소개해 드린 바가 있는데요. 장애와 편견을 극복하고 꿈을 이루는 아름다운 도전이 늘고 있는 지금 예나 양이 또 다른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해 줬으면 하는 그런 바램이 생기네요. 네 다시 런웨이 이야기로 돌아가죠.
이날 패션쇼를 지켜 본 관람객들의 반응도 궁금한데요.
홍PD: 런웨이가 끝난 후 패션쇼를 지켜본 호주인들의 반응을 살펴봤는데요. 모두 너무 아름답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함께 확인해 보시죠.
패션쇼를 찾은 소냐 씨는 “정말 멋졌다. 공연 전체가 정말 대단했다. 오늘 밤 이 자리에 모인 모든 문화들이 정말 자랑스러워해야 할 것 같다. 모든 디자이너들이 정말 대단하고 올 한해 동안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것 같다.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었다”라고 극찬했습니다.
오늘 밤 이 자리에 모인 모든 문화들이 정말 자랑스러워해야 할 것 같다.
사회자: 다문화 사회 호주를 패션으로 표현한다는 것,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같은 다문화 패션쇼에서 우리의 한복이 큰 박수를 받았다는 사실 역시 매우 자랑스럽고요. 오늘은 다문화 패션쇼 포마의 이모저모를 홍태경 프로듀서와 함께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