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언어로 그려지고 우리 마음으로 들어올 때의 여정은 짧을 때도 있고 때로 먼 길을 돌아오기도 합니다. 오래오래 곱씹고 읽고 또 읽는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고 순간의 시어 하나로 마음에 파랑이 일 때가 있습니다. 강물처럼 흘러가는 그대는 무지갠가~ 문학과 음악사이 첫 음악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 조덕배의 노랩니다.
영국의 낭만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그의 시 '무지개'에서 무지개를 보고도 가슴이 뛰지 않는다면 감성적으로는 사망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역설했습니다.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 설레느니/ 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 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 쉰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기는 나의 하루하루가/ 자연의 경건함으로 이어지기를
팬데믹이라는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은 이들이 지친 시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힘을 실어주는데 문화 예술이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을 통한 다양한 랜선 공연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미국 미시건의 주도 랜싱(Lansing)에서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담은 무지개가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로 피어나 눈길을 끕니다.
각각 대학에서 가르치며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는 컨템퍼스 이니셔티브(ConTempus Initiative: Founder & Artistic Director Ji Hyun Kim) 현악 4중주단이 동심으로 빚은 아이들의 작품과 콜라보레이션을 이뤄 곱고 아름다운 무지개를 띄운 겁니다. ConTempus Quartet: Somewhere Over The Rainbow (feat. children's artworks)
두 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가 연주하는 'Somewhere Over The Rainbow'의 클래식 선율과 동심이 어우러진 이 특별한 프로젝트에는 미국 전역과 한국 뉴질랜드 등에서 참여한 두 살부터 아홉 살 어린이들이 직접 만들고 그린 꿈과 희망의 무지개 서른여덟 작품이 실려 따뜻한 감동을 전합니다. 문화와 언어 피부색을 초월해 알록달록 무지개를 만들며 행복해했을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는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레전드 고전 명화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의 음악으로 잘 알려져 있죠. L. 프랭크 바움이 쓴 그림이 있는 동명의 동화 소설을 원작으로 1939년 미국 MGM사가 제작한 이 영화에서 주인공 '도로시' 역을 맡은 주디 갈란드는 무지개 너머 어딘 가에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있을 거라며 경제공황의 어려움과 2차 대전 참전으로 실의에 빠진 당시 미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노래했습니다.
무지개 너머 어딘 가에 하늘은 푸르고/ 감히 꿈꾸는 일들이 실제로 이뤄지는 곳이 있어요/ 걱정이 레몬 사탕처럼 녹아버리고/ 무지개 너머 어딘 가에 파랑새가 날아다니죠
캔자스 시골 농장에 사는 도로시가 무지개 너머 저 편 모든 슬픔이 레몬 사탕처럼 녹아버리는 세계로 새처럼 날아가고 싶다고 노래합니다. 오즈의 마법사 영화 속의 다른 노래들이 대체적으로 빠른 템포인데 비해 너무도 잔잔하고 슬프기까지 한 이 노래는 영화 분위기를 너무 가라앉힌다는 지적에 따라 영화 편집 과정에서 잘렸다가 나중에 다시 들어갔다는 뒷얘기가 전해지는데요. 그런데 여러분 이 노래 없는 '오즈의 마법사'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세기의 사랑을 받으며 영화 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기념비적인 노래 'Somewhere Over The Rainbow'와 함께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인류의 자산으로 인정돼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등재됐습니다. 무지개 너머 파랑새를 꿈꾸던 도로시는 결국 "There's no place like home" 집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고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영어의 'Rainbow'는 'rain'과 'bow'의 합성어로 비가 온 뒤 휘어져 보이는 것이란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럼 '무지개'의 어원은 어디서 왔을까요? 무지개는 세종 때의 문학작품 '용비어천가' 50장 "내 백성(百姓) 어엿비 너기샤 장단(長湍) 건너싫제 힌 므지게 예 니이다"에 등장한 '므지게'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물(므)을 뿌리면 둥근 문(지게)이 나타난다는 의미의 순우리말입니다.
'무지개 떡'이라는 짧은 시가 있습니다. 단 석 줄 시로 하늘에 무지개를 띄우는 시인의 상상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엄마가 사 오신 무지개떡을 먹었다/ 떡은 먹고 무지개는 남겨놓았다/ 북한산에 무지개가 걸리었다
행복했던 추억 하면 여러분은 어떤 기억들을 떠올리시나요? [시 읽는 라디오]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는 정현종 시인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를 만나봅니다.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정현종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그 어떤 때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고 아이들은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듭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입니다. 시인과 촌장의 '풍경'으로 문학과 음악사이 총총 마감합니다. 유화정이었습니다.
호주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거리를 1.5미터 이상 유지해야 합니다. 함께 모일 수 있는 인원수는 여러분이 거주하고 있는 주와 테러토리의 조치를 따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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