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상원 의원들의 이중 국적 문제가 호주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녹색당의 스콧 러들램 의원과 라리사 워터스 상원 의원이 이중 국적 문제로 의원직을 사퇴한 가운데, 25일에는 맷 카나반 연방 자원부 장관이 이중 국적 문제로 내각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카나반 상원 의원은 ‘본인이 이탈리아에서 출생하지도 자라지도 않았지만 어머니가 그의 이탈리아 시민권을 대신 취득한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카나반 의원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본인이 이탈리아 시민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면서 ‘2006년 어머니가 자신과 아들의 이탈리아 시민권 취득을 위해 브리즈번 소재의 이탈리아 영사관에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본인은 25세였다’고 덧붙였다.
이번 일에 대해 연방 정부는 모두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항변하고 나섰다. 바나비 조이스 연방 부총리는 ‘정부가 연방 대법원의 판결을 수용할 것’이지만 카나반 상원 의원이 복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맷 카나반 의원은 본인이 이중 국적자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연방 자원부 및 호주 북부지역 전담 장관직을 사퇴했지만,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 날 때까지는 의회에 남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바나비 조이스 연방 부총리가 연방 자원부 및 호주 북부지역 전담 장관의 역할을 대신 맡아 수행하게 된다.
조이스 부총리는 “헌법에 정확하게 명시된 사항은 반드시 준수되어야 한다”라면서도 “맷 카나반 의원의 경우는 헌법적 해석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호주 대법원이 평결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주의 헌법 44조에 따르면 이중 국적자나 복수 국적을 보유한 자는 의원에 입후보할 자격이 없다.
빌 쇼튼 연방 야당 당수는 ABC와의 인터뷰에서 “노동당은 카나반 상원 의원의 이중 국적 문제로 정치게임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쇼튼 당수는 “호주 원주민의 헌법적 지위 인정, 연방 의회 임기 4년 고정, 공화제 수립과 같은 사안이 본인에게는 상원의원 개인의 자격 여부 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나반 의원의 문제에 명확성을 얻기를 바란다”라고 덛붙였다.
앞서 2명의 상원 의원이 이중 국적 문제로 사퇴를 한 녹색당은 카나반 상원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했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녹색당의 스콧 러들램 의원과 라리사 워터스 상원 의원이 이중 국적 문제로 의원직을 사퇴할 당시에 말콤 턴불 연방 총리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던 점을 상기시켰다. 리처드 디 나탈레 녹색당 당수는ABC와의 인터뷰에서 “카나반 상원의원 역시 사임한 녹색당 상원의원 두 명의 전철을 밟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폴린 헨슨 원내이션당 당수는 인도 출생의 말콤 로버츠 퀸슬랜드 주 상원의원의 적격성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이는 말콤 로버츠 상원의원이 그가 이중 국적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서류 제출을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