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미 유명 인플루언서, 퀸즐랜드 야생 악어 맨손 제압 영상에 세계적 비난 쇄도
- 호주서 야생 악어에게 먹이도 주면 안 돼…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져 위험 초래
- SNS 시대 무모한 '퍼포먼스 문화'가 부르는 생태계 악 순환…법· 윤리 무시한 모방 확산 우려

US influencer Mike Holston faces fines for two videos showing him grabbing crocodiles in Queensland. Source: Instagram / therealtarzann
- 요즘 SNS에서 ‘좋아요’를 얻기 위해 점점 더 과격해지는 콘텐츠, 정말 많이 보입니다. 개인의 행동이 순식간에 전 세계로 송출되고, 그만큼 한 사람의 선택이 다른 사람들의 행동 기준을 바꾸고,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죠. 특히 이런 영향력이 자연과 생태계로 향할 때 문제는 더 복잡해집니다.
- 최근 미국의 한 유명 인플루언서가 호주 야생 악어의 목을 맨손으로 조르며 제압하는 영상을 올려 세계적인 분노를 사고 있는데요. 호주환경당국은 즉각 불법행위 여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오늘은SNS 시대의 무모한 ‘퍼포먼스 문화’가 생태계와 호주 지역사회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 짚어보겠습니다.
-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와 함께합니다.
- 일상처럼 벌어지는 SNS 조회수 전쟁이 이제는 자연과 야생동물에게까지 번지고 있는 현실인데요. 먼저 최근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악어 제압 영상, 어떤 내용인가요?
- “진짜 타잔(real tarzan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미국인 인플루언서 마이크 홀스턴이 자신의 SNS에 해당 영상을 올렸습니다.
- 영상 속 그는 반바지 하나 걸친 채 얕은 물가에서 이동하던 악어를 뒤따라가 몸 위로 올라탄 뒤 머리와 목을 아래로 강하게 눌러 악어의 움직임을 제압했습니다. 이후 화면에는 악어가 계속 목을 졸린 채 내는 고통스러운 소리가 들렸고, 홀스턴의 팔에서 피가 흐르는 모습도 담겼습니다.
- 어린 시절부터 호주에서 직접 악어를 잡아보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했다면서요?
- 네. 홀스턴은 "꿈이 현실이 된 순간"이라며, "악어가 날 물었지만, 나도 악어를 붙잡았다. 팔을 제대로 물렸다", "이거 정말 짜릿하다"라고도 했습니다.
- 문제의 영상은 온라인에서 수 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빠르게 퍼졌지만,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일부 팔로워는 그의 용기와 대담함을 칭찬했지만, 야생동물을 괴롭히는 행동에 대한 윤리적 비난은 거셌습니다.
- 누리꾼들은"도대체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거냐. 악어는 그냥 쉬고 있을 뿐", "그들의 서식지를 침범해 자극하면서 콘텐츠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건 잘못", "악어가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 몸 길이 몇 미터에 달하는 야생 악어를 ‘쇼’의 일부로 삼아 제압하는 장면, 야생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행동일 뿐만 아니라,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 천만한 행동 아닙니까?
- 그렇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무모한 행동이 단순히 본인만 위험한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야생 동물이 사람을 ‘먹잇감을 주는 존재’, 혹은 ‘위협하는 존재’로 잘못 학습하게 되면 지역 주민이나 관광객이 실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죠.
- 퀸즐랜드의 한 악어 보호 단체는 "야생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행동일 뿐아니라 호주 자연보호법에 어긋나는 불법행위다"며 "허가 없이 야생동물을 다루는 장면이 대형 플랫폼에서 노출되면 모방 위험이 커진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 실제로 호주는 매년 관광객들이 셀카 찍겠다며 악어 서식지로 내려가다 사고가 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 SNS에 퍼지면 누군가 따라할 수도 있으니까요. 결국 다른 사람의 안전을 소모해 만드는 무모한 콘텐츠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군요. 호주 정부도 바로 움직였죠?
- 홀스턴의 영상은 이미 3,200만 회 넘게 조회되며 전 세계적으로 퍼졌고, 퀸즐랜드 당국은 이를 ‘극도로 위험하고 불법적인 행위’로 규정한 뒤, 벌금 부과를 포함해 강력한 법률 조치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호주에서 악어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야생동물이 아니라, 허가‧관리 아래에 있는 자연서식 파충류라는 법적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야생동물이 아니라 “보호대상 야생동물(native protected wildlife)”이라는 의미입니다.
- 특히 퀸즐랜드 주에선 악어 서식지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접근이나 포획, 괴롭힘 모두 불법입니다. 허가 없이 악어를 괴롭히고 제압할 경우 최대 3만7,500호주달러, 한화로 약 3,5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 지난 해에는 미국의 여성 인플루언서가 야생 악어에게 먹이를 주는 영상을 자랑삼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사례도 있었죠?
- 네, 퀸즐랜드 북부 케언즈에서 미 인플루언서 제일리 보노우가 4m짜리 야생 악어에게 통닭을 던져주며 촬영한 영상을 SNS에 올린 사건입니다.
- 이 영상이 올라오자 비난이 폭발했습니다. 특히 퀸즐랜드주는 2024년 8월, 의사가 악어 공격으로 사망한 사건 이후 악어에게 먹이를 주거나 접근하는 행위의 처벌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에 더 큰 공분을 샀습니다.
- 퀸즐랜드 악어 보호 단체는 “악어에게 먹이를 주면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져 결국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원주민 공동체 역시 “악어는 토템이자 문화적 존재”라며 기소를 촉구했습니다. 즉, 호주에서는 이런 행동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지역 생태·안전·문화 전체를 흔드는 문제로 인식됩니다.
- 단순히 먹이를 주는 행위도 벌금 규모가 상당하다고요?
- 맞습니다. 악어를 고의로 방해하거나 먹이를 준 혐의가 인정되면 즉석 벌금 2천 580호주달러, 약 230만원이 부과됩니다. 또 법원 판단에 따라 최대 2만6천615달러, 약 2천400만원까지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 보노우는 자신의 행동이 “어리석고 위험한” 행위였음을 인정하며, 호주에서 악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덧붙였습니다.
- 그런데 이 악어 사건 이전에도 이 호주 야생보호 동물 보호법을 위반한 비례들이죠.
- 그렇습니다. 특히 쿼카(quokka)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호주 리얼리티 TV 출연으로 유명한 인플루언서 알 파킨스가 로트네스트섬에서 쿼카를 만지고 먹이를 주는 사진을 올려 비난을 받았었죠.
- 쿼카는 작고 귀여운 외모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이미지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사진 욕심을 자극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쿼카를 만지거나 먹이를 주는 행동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 알 파킨스의 무분별한 행동에 네티즌들은 거센 비난했고, 그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었다며 공개적으로 사과했습니다.
- 또 호주 보호 야생동물의 대표 아이콘 코알라의 경우, 2019~2020년에 걸쳐 이어진 이른바 ‘블랙 섬머’ 대형산불 이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면서, 사진 촬영을 위한 접촉마저 대부분 금지됐습니다. 특히 퀸즐랜드, 뉴사우스웨일스, 그리고 ACT에서는 코알라 접촉이 불법입니다.
- 결국 SNS 조회수 경쟁이 생태계와 인간 안전을 동시에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네요. 이렇게 반복되는 사례에서 우리가 얻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 첫째, 법적 책임입니다. 야생동물에 접근하거나 제압하거나, 먹이를 주는 행위는 모두 호주 법의 규제를 받습니다.
- 둘째는 윤리적 책임입니다. 야생동물은 구경거리나 사진 소재가 아니죠. 그들의 공포와 스트레스를 콘텐츠로 활용하는 순간, 이미 윤리적 문제는 시작됩니다. 셋째는 사회적 책임입니다.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되면 무분별한 모방 행동이 늘고, 결국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 결국 ‘좋아요’와 조회수를 위한 퍼포먼스가 인간과 자연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는 경고군요.
- 그렇습니다. 인간과 야생동물의 경계를 지키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입니다. 작은 호기심이라도 법과 윤리, 그리고 안전을 소홀히 하면 생태계와 사회 전체로 위험이 번질 수 있으니까요. SNS 퍼포먼스 문화가 가져오는 책임을 더 무겁게 받아들이고, 우리 모두 조금 더 신중한 행동을 할 때 비로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오늘은 SNS 시대의 무모한 ‘퍼포먼스 문화’가 생태계와 호주 지역사회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 여러 사례를 통해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