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인: "돈 내고 뒤로 젖혀라"... 캐나다 웨스트젯 항공 등받이 유료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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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 Travel Source: Getty / Getty Images

캐나다 저비용 항공 웨스트젯이 이코노미 좌석의 등받이 조절을 유료 옵션으로 전환하며 공간권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편 버진 오스트레일리아는 반려동물 객실 동반 탑승 시범으로 새로운 하늘 위 동반문화를 실험 중입니다.


Key Points
  • 캐나다 저비용 항공 웨스트젯, 이코노미 좌석 등받이 ‘유료 옵션’ 도입으로 ‘공간의 권리’ 논란 확산
  • 권리인가, 서비스인가?...휴식과 불편 사이의 기내 갈등이 항공사 수익 모델로 전환되는 흐름
  • 버진 오스트레일리아 항공, 호주 국내선 일부 노선에 반려동물의 객실 동반 탑승 시범 운영 중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하늘 위 작은 좌석 하나가 어떻게 권리와 서비스, 그리고 경험의 가치를 둘러싼 문화적 논쟁으로 확장되는지 살펴봅니다.

캐나다의 저비용 항공사 웨스트젯(WestJet)이 이코노미 좌석의 등받이 조절을 ‘유료 옵션’으로 전환하면서, 하늘 위에서의 작은 공간이 하나의 권리이자 상품이 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순한 등받이 각도 하나가 승객 간 갈등, 항공사의 수익 구조, 나아가 이동의 의미까지 다시 묻게 만드는 변화인데요.

비행기 좌석을 뒤로 젖히는 단순한 동작조차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시대. 승객 간 갈등과 항공사의 수익 전략이 맞물리며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반면 호주에서는 전혀 다른 실험이 진행 중입니다.

버진 오스트레일리아가 국내선 일부 노선에서 반려동물의 객실 동반 탑승을 시범 도입하며, 하늘 위 동반성이라는 새로운 감정적 가치를 기내 서비스에 더하고 있습니다.
멜번–골드코스트 등 일부 구간에서 시작된 이 실험은 비행을 단순 이동이 아닌 가족과의 여정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좁은 기내에서의 공간권, 휴식과 불편 사이의 균형, 그리고 새로운 동반 여행 문화까지.

하늘 위 작은 좌석 하나가 보여주는 오늘의 항공 서비스는 단순히 이동 수단을 넘어 경험과 감정, 관계의 재조정이 이루어지는 하나의 문화 공간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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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비행기에서 의자를 뒤로 젖히는 것도 돈을 내야 한다면… 여러분, 어떠신가요? 캐나다의 저비용 항공사 웨스트젯(WestJet) 이 일부 항공편의 이코노미석 등받이 조절 기능을 ‘유료 옵션’으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승객 편의를 줄이는 조치라는 비판과 함께, ‘공짜였던 서비스가 또 하나 사라진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는데요.

- 오늘 컬처인에서는 좌석 등받이 유료화 논란을 계기로, 항공 서비스의 ‘공간권’과 ‘수익 구조’, 그리고 변화하는 비행 문화까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최근 중국 항공기 안에서 좌석 등받이를 놓고 승객 간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는데요. 등받이 논란, 단순히 돈 문제만은 아닌 듯한데요.

- 맞습니다. 비행기 안의 오래된 신경전이죠. 바로 “뒤로 젖히는 사람”과 “뒤에서 맞받는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전쟁입니다. 비행기 내 제한된 공간에서 등받이를 젖히면 공간이 더 좁아지기 때문인데요.

- 좁은 이코노미 좌석에서 등받이를 젖히면 앞사람은 편하겠지만, 뒤 사람은 노트북도 펴기 어렵고 식사도 불편해지죠. 이걸 두고 요즘은 ‘공간권(space rights)’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등받이를 내리는 건 해당 좌석의 비용을 냈으니 권리라고 주장하는 한편, 공간이 좁아지기 때문에 민폐라는 주장이 엇갈립니다.

- 결국 ‘내 휴식권’과 ‘남의 공간권’이 맞붙는 셈인데,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좌석을 젖히는 건 내 권리다”라는 주장이 늘 나오죠?

- 한국에서도 최근 이런 논쟁이 있었습니다. 한 이용자는 “좌석을 구매했으니 등받이를 젖히는 건 내 기본 권리”라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법이나 규정상 ‘권리’로 명시된 건 없습니다.

-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등도 “기본적 예절과 양해의 문제”라고 선을 긋습니다. 국토교통부의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에도 좌석 간격이나 등받이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습니다.

- 대부분의 항공사는 이·착륙할 때와 기내식 등 식사 시간에만 등받이를 원위치로 세우게 하고 있는데요. 그 외의 시간에는 승객 간의 다툼이 크게 번지지 않는 한, 등받이와 관련해 항공사 측에서 따로 강제하는 사안이나 기준은 없습니다. 결국 등받이는 ‘개인의 권리’가 아니라 ‘상호 예의’의 영역이라는 겁니다.

- 하지만 이런 갈등이 생겨난 근본 원인은 결국 좁아진 좌석 간격, 바로 항공사의 수익 구조 때문이라고 봐야죠.

- 정확합니다. 이 같은 갈등은 애초에 ‘좌석 간격 축소’에서 비롯됐습니다.

- 항공사마다 좌석 간격도 다르고, 이코노미석은 등받이 각도도 크지 않은데요. 좌석이 좁아진 만큼, 작은 각도 하나에도 예민해지는 시대가 된 겁니다.

- 게다가 최근 항공사들이 좌석 간격을 점점 더 줄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일부 단거리 저비용LCC (Low-Cost Carrier ) 항공기의 경우, 레그룸(legroom), 즉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이 70츠 초반대까지 좁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등받이를 젖히는 행위 자체가 민감한 문제가 된 거죠.

- 좁아진 공간에선 등받이 몇 도만 젖혀도 정말 큰 스트레스로 느껴집니다.

- 그래서 이제 ‘리클라이닝’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비행기 안의 ‘사회적 마찰’이 되어버린 것이죠. 한정된 기내 공간에서의 인간관계, 작은 각도 하나가 갈등을 낳는 시대입니다.

- 이런 상황에서 캐나다의 저비용 항공사 웨스트젯(WestJet)이 이코노미석의 ‘리클라이닝 기능’을 유료 옵션으로 전환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어떤 변화인가요?

- 웨스트젯은 최근 보잉 737 기종 43대를 개조하면서 이코노미석 대부분을 ‘고정형 좌석’으로 전환했습니다. 이에 따라 기본 이코노미석은 더 이상 뒤로 젖혀지지 않고, 고정형 등받이라 승객이 임의로 각도를 조절할 수 없습니다.

- 약간의 기울기는 있지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등받이 조절 기능을 원하면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프리미엄(Premium) 또는 익스텐디드 (Extended Comfort) 좌석을 구매해야 합니다.

- 이제 일반 이코노미석에서는 뒤로 젖히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거네요. 리클라이닝은 상위 좌석의 특권이 된 셈인데, 반응은 어땠나요?

- 웨스트젯은 자체 조사에서 승객의 절반이 “다른 사람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아서 좋다”고 답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장거리 비행에선 불편하다”며 반대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 한편 웨스트젯의 이코노미석 등받이 조절 기능 ‘유료 옵션’ 전환에 따른 반응들이 SNS상에 뜨겁게 불거지고 있습니다. 특히 밈(meme) 형태로 풍자적 반응들이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 “등받이를 젖히는 순간, 뒤 승객의 인생이 눌린다” 같은 풍자도 있고요. “이제 숨 쉬는 것도 유료냐”는 냉소부터, “싸게 타는 대신 합리적”이라는 객관적 평가까지 비판과 동의가 공존하는 풍경입니다.

- 웨스트젯 항공은 한국과도 인연이 있죠?

- 네, 웨스트젯은 1996년 저렴한 항공권 가격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저비용 항공사(LCC)로 시작해, 현재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유럽과 아시아까지 노선을 확장하고 있는 캐나다 제2의 항공사입니다.

- 2024년부터 캘거리–인천 직항 노선을 운항하고 있고요. 대한항공이 웨스트젯 지분 일부를 인수하면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 조치가 한국 승객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죠.

- 이런 흐름은 결국 항공사들의 수익 다각화 전략 아닐까요? 실제 그런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요?

- 맞습니다. 저비용항공사(LCC)는 기존에도 수하물, 기내식, 좌석 지정 등 ‘서비스 쪼개기(Unbundling)’ 전략을 사용해 왔습니다.

- 이번 등받이 기능 유료화는 그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본요금은 싸지만, 기존에 있던 기본 서비스 기능이 사라지는 것인데요. 전문가들은 이걸 ‘이코노미 내부의 또 다른 계층화’라고 지적합니다.

- 좌석 하나에도 등급이 세분화되는 건데, 항공사 입장에서는 ‘선택권을 준다’고 말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본이 사라졌다’는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죠. 비슷한 해외 사례들이 더 있을까요?

-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미국의 유명한 저가 항공사 스피릿항공(Spirit Airlines)의 운임비는 단 1달러입니다. 하지만 수하물과 기내 반입 수하물 등이 포함되지 않습니다.

- 기내 반입 수하물은 1인당 미화 35~65달러, 위탁 수하물은 1개당 30~50달러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우리 속담이 여기에 맞는 말이네요.

- 좌석 선택을 더하면 오히려 일반 항공사보다 비싼 경우도 있습니다. 항공권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변동하므로, 1달러 운임은 특정 조건 즉, 비수기, 비인기 시간대에서만 적용될 수 있습니다.

- 또 다른 예로, 유럽의 라이언에어(Ryanair)는 과거 ‘서서 가는 좌석’까지 검토한 바 있습니다. 실제 도입되진 않았지만, 저비용 항공사가 어떻게 극단적 비용 절감을 고민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죠.

- 서비스의 품질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라면 이해할 여지가 있지만, 어떻게 봐야 할까요?

- 소비자 입장에서 이런 현상, 선택권 확대일까요? 아니면 기본권 축소일까요?

-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 항공 서비스의 논의는 돈을 넘어 ‘비행 문화’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 눈여겨볼 점으로, 최근 호주의 버진 오스트레일리아(Virgin Australia) 항공은 지난 10월 16일부터 국내선 일부 노선에서 반려동물의 객실 동반 탑승을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 호주에서요? 꽤 놀라운 소식이네요. 그동안 호주는 반려동물의 객실 탑승을 엄격히 금지해왔던 대표 국가인데요. 어떤 노선에서 시행되고 있나요?

- 이번 시범 운영은 현재는 멜버른–골드코스트, 선샤인코스트 구간 일부 항공편에서만 가능한데요. 시범 운영은 2026년 1월까지 진행되고요, 이후 확대 여부를 검토할 예정입니다.

- 탑승 가능한 반려동물은 소형견이나 고양이, 케이지 포함 8kg 이하로 제한되고, 창가 좌석에만 탑승이 허용됩니다. 반려 동물은 소형견이나 고양이로 한정되고요. 중량 허용 범위는 케이지 포함 8kg 이하입니다. 그리고 창가 지정석만 허용됩니다

- 조건은 꽤 까다롭지만, ‘함께 여행할 수 있다’는 의미가 크네요. 승객들 반응은 어떤가요?

- 예상보다 훨씬 긍정적이었습니다. “이제 가족 전체가 함께 여행할 수 있다”는 반려인들의 호응이 컸고요. 물론 “기내에서 짖거나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지금까지의 시범 비행에서는 특별한 문제 제기가 없었다고 합니다.

- 시범 비행에 탑승했던 언론인과 승객들의 후기에서도 “생각보다 조용했다”, “기내에서 반려동물이 있는지도 몰랐다”등 실제로 반려동물의 존재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 한편 버진 측은 알레르기 유발 항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기 순환 시스템, HEPA 필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덕분에 비행 중 불쾌한 냄새나 알레르기 문제도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 오늘 주제가 된 ‘등받이 각도’로 예민해지는 기내 공간권부터, 편의성과 반련동물 동반성까지… 이제 기내 문화가 새롭게 재정비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단순히 ‘좌석 간격’이나 ‘기내식’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공간 디자인, 경험 디자인, 그리고 고객의 감정까지 고려하는 서비스 혁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요즘 승객들은 ‘비행 중에도 내 일상과 연결되고 싶다’는 욕구가 큽니다. 목적지보다 여정이 중요하다’는 말이, 이제는 항공 서비스에서도 현실이 되고 있죠.

- 앞사람은 등받이를 뒤로 젖히며 ‘휴식’을 찾고, 뒷사람은 그만큼의 공간을 잃습니다. “돈 내고 뒤로 젖혀라” … 이 자극적인 문장은 오늘날 항공 산업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 아닐까 싶네요.

-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오늘은 기내의 한 좌석에서도 권리와 예절, 수익과 가치가 함께 재조정되고 있는 항공 서비스의 현실, 함께 살펴봤습니다.

- 유화정 프로듀서,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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