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인: 멜번서 태동한 유쾌한 수염 혁명...남성 살리는 '11월 모벰버'

Movember

Movember campaign Source: Getty / Getty Images

2003년 호주 멜번의 한 펍에서 시작된 ‘모벰버(Movember)’는 11월 한 달간 수염을 길러 남성 정신건강과 암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는 세계적 사회 연대 운동으로 성장했습니다.


Key Points
  • Movember...호주 멜번에서 시작된 세계적 캠페인, 남성 건강 인식 확산의 상징
  • 콧수염 Moustache의 Mo와 11월의 November의 합성어로 사전에도 등재
  • 유쾌한 행동이 바꾸는 인식, 전 세계가 함께하는 11월의 변화를 만든다
  • '모 브로스(Mo Bros)에서 모 시스터스(Mo Sisters), 개인과 기업 참여까지
매년 11월이면 전 세계 남성들이 하나의 공통된 목표로 수염을 기릅니다. 면도를 멈추고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이들.

그런데 이건 단순한 패션이 아닙니다. 콧수염 한 올 한 올에 ‘남성 건강’을 지키자는 의미가 담긴 캠페인, 바로 모벰버(Movember)입니다.

2003년 호주 멜버른의 한 펍에서 “요즘 아무도 콧수염을 안 기르네?”라는 농담에서 시작된 작은 이벤트가, 이제는 전 세계 70여 개국이 참여하는 글로벌 사회운동으로 성장했습니다.

‘모벰버(Movember)’는 ‘Moustache(콧수염)’와 ‘November(11월)’의 합성어로, 한 달간 면도를 멈추고 수염을 기르며 남성의 정신건강, 자살 예방, 전립선암과 고환암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캠페인입니다.

처음엔 단순한 유행처럼 보였지만, 이 운동은 남성 건강을 둘러싼 사회적 침묵을 깨는 계기가 됐습니다. 참가자들은 스스로를 ‘모 브로스(Mo Bros)’라 부르고, 수염을 기를 수 없는 사람들은 ‘모 시스터스(Mo Sisters)’로서 기부와 응원으로 함께합니다.

올해 호주에서는 ‘Mo Your Own Way’, ‘[Mo]re Than a Run’ 등 다양한 커뮤니티 행사가 진행 중이며, 매년 수많은 개인과 기업이 후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람보르기니가 차량 보닛(bonnet)에 콧수염 스티커를 붙여 캠페인을 홍보한 사례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유쾌한 수염으로 시작된 모멤버 캠페인은 이제 세상을 바꾸는 진지한 연대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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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11월이면 전 세계 남성들이 하나의 공통된 목표로 수염을 기릅니다. 면도를 멈추고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이들이 있죠. 그런데 이건 단순한 패션이 아닙니다. 콧수염 한 올 한 올에 ‘남성 건강’을 지키자는 의미가 담긴 캠페인, 바로 모벰버(Movember)입니다.

- 2003년 호주 멜버른의 한 펍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20 여 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로 확산되며 대표적인 사회 캠페인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호주발 글로벌 문화 모벰버는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특히 2025년의 주제를 중심으로 그 의미를 짚어봅니다.

-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먼저, 이 모벰버 캠페인.. 이름부터 조금 생소한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캠페인인지 간단히 소개부터 들어볼까요?

- ‘모벰버(Movember)’는 콧수염을 뜻하는 Moustache의 ‘Mo’와 11월 November의 합성어입니다.

- 이 운동이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캠브리지와 딕셔너리닷컴 등 주요 영어사전에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캠브리지 사전은 모벰버를 “매년 11월, 남성들이 콧수염을 길러 건강 문제에 대한 대화를 촉진하고 모금을 하는 행사”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 모벰버는 단순한 패션 운동이 아니라, 11월 한 달 동안 면도를 멈추고 수염을 기르며 남성 건강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기부와 대화, 행동으로 이어가는 글로벌 캠페인입니다.

- 면도를 하루만 건너뛰어도 덥수룩해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공식적으로 11월 한 달간은 면도를 하지 않아도 되는 좋은 핑곗거리가 될 수 있겠어요. 그러면 수염의 모양은 각자 자유롭게 하는 건가요?

- 맞습니다. 짧게 깎은 찰리 채플린 콧수염부터, 크고 텁수룩한 스탈린 스타일, 세계적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왁스로 정리된 긴 콧수염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남성들이 한 뜻으로 참여합니다. 오히려 11월 한 달간 수염을 깎지 않고 길러 모벰버 캠페인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모 브로스(Mo Bros, 수염 형제들)'라고 부르며 이들의 동참을 격려합니다.

- 평소 늘 깔끔하게 면도하던 동료가 11월에 갑자기 턱수염이 꺼칠한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모벰버에 참여하고 있는 모 브로스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모벰버, 세계적인 영어 사전에도 등재될 만큼 영향력 있는 캠페인인데요.

- 이 캠페인이 처음 호주에서 어떻게 시작됐는지도 궁금합니다. 그 출발이 꽤 우연한 계기였다고요?

- 2003년 멜번의 한 펍에서 젊은이들이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던 중 “요즘 아무도 콧수염을 안 기르는데, 그 유행을 한 번 되살려보면 어때?” 로 얘기가 흘러갔습니다.

- 이들은 오랜 기간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콧수염을 다시 유행시켜 보자고 의기를 투합했고, 누가 가장 멋진 수염을 기르는지를 가리는 콘테스트를 열기로 했습니다.

- 처음엔 그냥 재미 삼아, 누가 한 달 동안 가장 멋진 콧수염을 기르나 겨뤄보자는 가벼운 콘테스트였죠. 모두 서른 명의 참가자들은 11월이 되자 바로 수염을 말끔히 면도하고, 한 달 동안 수염을 길렀습니다.

- 그런데 이 장난 같은 실험이 생각외로 큰 반향을 일으킵니다. 사람들이 관심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 건데요. 참가자들은 “이왕 이렇게 주목받는 김에, 이걸 의미 있는 일로 바꿔보자.”

- 결국 이 호주 젊은이들의 장난처럼 시작된 가벼운 발상. 이렇게 또 세계적인 캠페인으로 발전이 된 건데요. 그때부터 수염을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 남성들의 건강 이야기를 꺼내는 상징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4년 ‘모벰버 재단(Movember Foundation)’이 공식 출범하게 됩니다.

- 결국 호주 젊은이들의 장난처럼 시작된 가벼운 발상이 이렇게세계적인 캠페인으로 발전한 거네요. 모벰버 재단이 만들어 지고 나서는 실제로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요?

- 모벰버 재단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70개국 이상, 1,250여 개의 프로젝트를 지원했습니다. 호주에서는 전립선암 전문 간호 서비스(PCSNS), 정신 건강 지원 네트워크, 청년 자살 예방 프로그램 등 지역 사회 기반의 실질적 프로젝트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특히 호주 정부 보건부와 협력해 ‘Men’s Health Week’와 같은 공공 캠페인으로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또 흥미로운 점은, 모벰버가 단순히 “건강을 위한 기금 모금”에 머물지 않고 남성다움, 즉 ‘masculinity’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새롭게 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건데요. “진짜 강한 남자란,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 요즘엔 남성다움에 대한 정의도 바뀌고 있죠. ‘울지 않는 남자’, ‘참는 남자’라는 고정관념이 오히려 정신적 압박을 낳는다는 연구도 많습니다.

- 맞습니다. 모벰버 캠페인은 바로 그런 문화적 인식 변화를 강조합니다. 남성들이 정신적 어려움을 겪을 때, ‘괜찮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게 올해 캠페인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 호주뿐 아니라 영국, 캐나다, 미국에서도 “Men, let's talk” 즉 남자들끼리 대화하자는 슬로건과 함께 진행됩니다.

- 모벰버는 정신건강 외에도 전립선암과 고환암 연구에 꾸준히 기금을 지원해 왔는데, 대표적인 예로 'TrueNTH(True North)'모범버(Movember) 재단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하는 전립선암 관련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죠?

- 그렇습니다. 모벰버 재단은 지난 20년간 전 세계적으로 1,250개 이상의 프로젝트에 투자했고, 그중 많은 프로젝트가 호주 내 연구기관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 연계돼 있습니다. 이 트루너스는 단순히 치료가 아닌 암 치료 이후의 삶, 즉 재활과 정신적 회복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전립선암 진단과 치료를 거친 남성들의 정신적인 회복, 또 나아가 환호와 그 가족 모두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합니다.

- 'TrueNTH(True North)'는 단순히 ‘치료’가 아닌, 암 치료 이후의 삶 즉, 재활과 정신적 회복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전립선암 진단과 치료를 거친 남성들의 정신적 회복, 나아가 환우와 그 가족 모두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합니다.

- True North의 의미는 늘 북쪽을 가리키는 나침반처럼, 전립선 암 환우와 그 가족들이 치료 여정에서 방향을 잃지 않도록 돕는 길잡이 역할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매년 24,000명 이상의 남성이 전립선암 진단을 받고 있습니다.

- 어 두 행사가 같은 달에 열리지만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모멤버는 호주에서 시작된 민간 주도의 글로벌 캠페인 즉 비영리 기부 운동이고요. 국제 남성의 날은 남성의 사회적 기여와 아울러 남성과 소년의 건강 문제에 집중하는 날로 기념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천이십오년 올해 국제 남성의 날의 화두가 남성 자살 제로로

- 11월에는 19일 국제 남성의 날(International Men's Day) 도 있는데요. 이 두 캠페인이 연관돼 있나요?

- 다만, 2025년 올해 국제 남성의 날의 화두가 ‘남성 자살 제로(Zero Male Suicide)’로, 모벰버가 추진하는 정신건강 캠페인과 맥락상으로는 맞물립니다. 모벰버 재단은 남성의 대표 질환인 전립선 암뿐만 아니라 2030년까지 전 세계 남성의 자살률을 25%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모벰버 캠페인이 한창인 시기에 국제 남성의 날이 포함돼. 11월은 남성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욱 집중되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호주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모벰버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나요?

- 대표적인 행사가 ‘Mo Your Own Way’입니다. 달리기, 수영, 하이킹, 수염 콘테스트까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남성 건강을 알리는 프로젝트이고요.

- 또 하나는 ‘[Mo]re Than a Run’으로, 전국 곳곳에서 참가자들이 함께 달리며 모금과 대화를 동시에 이어가는 커뮤니티 이벤트입니다. 올해는 호주 전역에서 약 10만 명 이상이 모멤버 모금 행사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모벰버와 관련해 흥미로운 사례도 있었죠. 자전거 GPS 위치 추적 프로그램으로 콧수염을 기른 남성의 얼굴을 그려 해외 토픽을 장식했던 내용이었는데요.

- 맞습니다. '페달 밟는 피카소(Pedaling Picasso)'라고 불리는 영국의 사이클리스트 앤서니 호이트가 2021년, 8시간 30분 동안 106㎞ 자전거로 달리며 GPS위치추적 DMFH 콧수염을 기른 남성의 얼굴을 그려 화제가 됐었는데요. 이 작품은 세계에서 가장 큰 GPS 그림으로 기네스북에 올랐습니다.

- 호이트 씨는 몇 년간 정신 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고, 모벰버 기금 마련을 위해 3개월간 눈, 코, 입 등의 모양에 따라 자경로를 계획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전거로 이동 중 갑작스레 도로가 폐쇄되는 등 여러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이 작품 세계에서 가장 큰 gps 그림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이 호이트 씨 몇 년간 정신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 그리고는 모멤버 기금 마련을 위해 삼 개월간 눈 코 입 등의 모양에 따라 자전거 경로를 계획했다고 합니다. 자전거로 이동 중 또 갑작스레 도로가 폐수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성공리에 잘 마쳤습니다.

- 11월 한 달간 수염을 기르는 것을 통해 이루어지는 모벰버(Movember) 캠페인에 참여하는 남성들을 앞서 서두에서 '모 브로스(Mo Bros, 수염 형제들)'라고 한다고 했는데, 그러면 온전히 남성들만 참여하는 운동인가요?

- 모벰버 운동은 꼭 수염을 기르지 않더라도 가능합니다. 수염을 기를 수 없는 사람들은 11월 한 달 동안 남성 건강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수염을 기르는 남성을 응원하는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 남녀노소 누구나 기부금 후원이나 다양한 활동으로 함께할 수 있고요. 예를 들어 콧수염 네일아트를 하거나 콧수염이 그려진 컵을 쓰는 등 여러 방식으로 함께 할 수 있죠. 기업 참여도 사례도 있습니다. 세계적인 스포츠카 람보르기니의 경우 보닛에 모벰버 캠페인의 상징인 커다란 콧수염 스티거를 부착해 모벰버 캠페인을 응원합니다.

- 11월, 주변에 갑자기 수염을 기르는 남성이 있다면, 그건 단순한 멋이 아니라 생명을 위한 행동일지도 모릅니다. 수염 한 올에는 유쾌함과 연대, 그리고 생명의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오늘은 호주가 만들어낸 세계적인 사회 운동이자 남성의 삶을 새롭게 정의하는 문화 현상, 모벰버 캠페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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