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인: 세계는 지금 K‑간식 중! APEC 황남빵이 말해준 '맛의 외교'

경주 지역 대표 간식 황남빵 모습. 사진 경주시

경주 지역 대표 간식 황남빵 모습. 사진 경주시

드라마와 K-팝 중심이던 한류가 이제는 '맛'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초코파이에서 APEC 황남빵까지, 한국의 전통 간식과 디저트가 세계인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며 '먹는 외교'시대를 열었습니다.


Key Points
  • 한국 전통 다과 떡·약과 글로벌 인기… K-간식, 새로운 한류의 주인공으로
  • 비비고 글로벌 전략, 시드니 스완스와 브랜드 파트너십… 호주 대중문화 속으로
  • 수출 효자 간식 초코파이에서 APEC 황남빵까지... ‘정(情)’으로 이어진 맛의 외교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K-간식의 글로벌 파워’ 안에 담긴 문화의 힘을 살펴봅니다.

K-드라마와 K-팝 중심이던 한류가 이제는 ‘맛’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전통 간식에서 현대적 스낵까지, 한국의 식문화가 세계인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며 ‘먹는 외교’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최근 경주의 지역 명물 ‘황남빵’이 APEC 정상회의 웰컴 브랜드로 선정돼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1939년 탄생한 황남빵은 3대째 가업을 이어오며 인공감미료 없이 100% 국산 팥을 고집합니다.

“입에 단 것은 몸에도 이로워야 한다”는 창업 철학 아래 수제 공정을 지켜온 황남빵은 전통의 맛을 세계 무대에 올려놓은 상징적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경주-황남빵
경주-황남빵
한국의 전통 간식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문화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떡·한과 같은 쌀 기반 간식은 ‘글루텐 프리’ 식품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약과는 ‘K-디저트’로 유럽 카페 메뉴에 등장했습니다.

호주 대형마트 Coles를 통해 만두·콘도그 등 길거리 음식 콘셉트를 선보인 비비고(bibigo)는 시드니 풋볼 리그 스완스 구단과 브랜드 파트너십을 맺으며 호주 대중문화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이제 음식은 단순한 상품이 아닌 문화 외교관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수출 효자 간식 초코파이는 세계 각국에서 ‘정(情)’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베트남에서는 제사상과 결혼식 답례품으로 활용될 만큼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으며, ‘띤(Tinh)’이라 불리는 현지의 정 문화와 공명하며 K-푸드 외교의 모범 사례가 되었습니다.

초코파이에서 황남빵까지.
전 세계가 주목하는 K-간식의 확산은 단순한 맛의 인기를 넘어, 문화가 외교의 언어가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K-간식의 글로벌 파워 안에 담긴 문화의 힘을 살펴봅니다.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와 함께합니다.

상단의 오디오를 재생하시면 팟캐스트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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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식품 박람회에 가면, ‘K-Food’만큼 인기 있는 부스가 없습니다. 이제는 ‘떡’과 ‘약과’ 같은 전통 간식까지 세계의 중심에 섰습니다. 최근, 대한민국 경주에서 열린 APEC 2025 Korea 정상회의에선 지역 명물 ‘황남빵’이 외교 무대의 주인공이 됐죠.

- 팥 향과 정성 어린 손맛이 세계 정상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것인데요. 주요 외신들은 ‘한국 간식이 외교의 한 장면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간식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하나의 문화, 외교 코드로 확산되는 현상. 오늘 컬처인, ‘K-간식의 글로벌 파워’ 안에 담긴 문화의 힘을 살펴봅니다.

-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유화정 PD와 함께합니다.

- 안녕하세요?

-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천년고도 경주, ‘황남빵’ 덕분에 난리라죠?

- 그렇습니다. 경주 황남빵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로 문전성시입니다. 주문 문의도 폭주할 정도라고 합니다. 이번 APEC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CNN 인터뷰에서 ‘경주에 오시면 십중팔구 이 빵을 드시게 될 것’이라며 직접 황남빵을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 이 황남빵이 APEC의 웰컴 브랜드로 선정되면서 세계 각국 정상과 경제인, 그리고 외신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죠. APEC을 통해, 경주 지역 특산물이었던 황남빵이 세계에 알려진 또 하나이 K 간식 아이콘으로 떠오른 겁니다.

-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맛있게 먹었다며 답례의 인사를 전하면서 더욱 화제가 됐는데요. 그런데 황남빵은 어떻게 경주의 명물이 된 걸까요?

- 황남빵은 1939년, 경주시 황남동에서 탄생한 한국식 팥빵 브랜드입니다. 84년의 역사를 이어온 가족 기업으로, 황남빵을 3대째 이어오고 있는 최진환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 “모양을 흉내 낸 빵은 많지만, 수제 공정을 고집하는 건 우리뿐입니다. 가업을 만드는 것보다 지켜나가는 게 더 어렵다는 할아버지 말씀을 늘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 경주가 고향이신 호주 동포분들이나 혹은 관광으로 방문해 황남빵의 맛을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팥소가 든 빵이라고요.

- 황남빵은 따뜻할 때는 겉이 바삭하고, 식으면 은근히 촉촉해지는 독특한 식감을 자랑합니다. 무엇보다 팥앙금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속이 꽉 차 있는데요. 팥은 오롯이 국내산만을 사용합니다.

- 예로부터 팥은 동짓날 팥죽이나 이삿날 시루떡처럼 ‘액운을 막는 음식’으로 여겨져 왔죠. 그런 의미에서 황남빵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정성과 복을 함께 나누는 ‘상징의 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오랜 세월 사랑을 받아왔고 그만큼 역사적으로 오래된 빵이기도 하고요. 황남빵을 이어가는 어떤 철학이 있을 것 같아요.

- 또한 “입에 단 것은 몸에도 이로워야 한다”는 창업 정신을 이어, 보존료나 향료 같은 인공 감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습니다.

- 모든 재료는 계약 재배한 국산 팥으로 만들며,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성분표를 다국어로 표기해 알레르기 정보까지 세심히 안내하고 있습니다. 맛을 넘어 건강과 신뢰까지 함께 전하는, 진정한 의미의 ‘장인 빵’입니다.

- 정성과 장인 정신이 그대로 느껴지네요. 이런 황남빵 열풍 외에도 최근 해외에서 약과, 떡 같은 한국의 전통 간식이 큰 인기라고 하죠? 떡은 스티키(sticky)한 식감 때문에 사실 호불호가 갈리는 먹거리인데요.

- 전통 간식은 이제 글로벌 트렌드와 만나 새로운 형태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특히 떡과 한과 같은 쌀 기반 간식은 ‘글루텐 프리’ 카테고리로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데요.

- 일부 서양인은 유전적으로 글루텐에 민감하거나 소화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에게 떡과 한과는 글루텐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건강한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죠. 서양의 주식인 밀가루 대신, 쌀로 만든 간식이 하나의 ‘웰빙 디저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 또 최근 SNS에서는 ‘한국의 버블티’라 불리는, 떡을 활용한 음료가 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떡 라떼, 떡 아이스크림 등 전통 간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뉴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고요. 이와 함께 한국식 디저트를 소개하는 영상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젊은 해외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한국의 전통 간식에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 한류 콘텐츠의 힘이 전통 간식의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고 있다는 거네요.

- 맞습니다. 이런 흐름은 전통 간식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문화와 취향의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데요. 맛을 통해 한국의 미학과 정서를 체험하고, 나아가 ‘K-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되고 있는 거죠.

- 최근 미국과 유럽의 카페에서는 ‘K-Dessert’ 메뉴로 한국의 전통 한과인 약과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현지에서는 ‘Korean Honey Cookie’, 또는 ‘‘Korean-style Macaron’이라 불리며, 차나 라테와 함께 즐기는 디저트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 뉴욕타임스도 한국의 전통 디저트 ‘약과’를 특집으로 조명했죠?

- 네,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전통 디저트 약과를 “살아 숨 쉬는 한국의 전통 유산”이라고 표현했습니다.

- 보도에 따르면, 약과는 추석이나 설과 같은 명절이나 인생의 4대 통과의례인 성인식, 결혼식, 회갑연, 제사 등 인생의 중요한 중요한 순간에 빠지지 않던 음식이었는데요. 뉴욕타임스는 “이처럼 특별한 날에 먹던 약과가 현대적으로 진화하며 새로운 세대와 만나는 과정이야말로 전통의 생명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 즉, 약과의 매력은 단순한 ‘맛’이 아니라, 시간과 세대를 잇는 문화적 가치로 현대에 발맞춰 진화하는 한국의 전통 유산이라고 소개했습니다.

- 현대에 맞춰 진화하는 '살아 숨 쉬는' 한국의 전통 유산이라... 정말 전통이 ‘옛것’이 아니라, 시대를 새롭게 해석하는 현재의 코드로 작동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는데요. 전통 간식뿐 아니라, 한국의 대중 간식도 이미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죠?

- 그렇습니다. 이번 APEC 기간 중 한국을 방문한 엔디비아의 젠슨 황 CEO가 삼성 이재용 회장, 현대 정의선 회장과의 회동 장소로 ‘깐부치킨’을 선택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죠. 이 역시 황남빵 못지않게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습니다.

- 이 한 장면은 ‘K – 치킨의 글로벌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죠.

- 이제 ‘치킨’은 KFC가 아니라 ‘K-Chicken’으로 불립니다. 일찌감치 미국, 동남아, 유럽에 진출해 매운 양념치킨, 간장치킨 등 다양한 맛으로 현지 입맛을 사로 잡고 있습니다.

- 현대적인 스낵 영역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눈에 띄죠? 최근엔 김이 ‘K-Seaweed Snack’으로 세계 과자 코너를 점령하고 있다고요?

- 네 예전엔 밥반찬이나 김밥용 재료로만 쓰인던‘김’이 이제는 세계인의 즐기는 건강 간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버드대 연구진이 김의 저염 발효 과정과 해조류 단백질의 항산화 효과를 분석할 만큼 한국 김은 세계적인 건강 스낵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 실제로 미국과 유럽의 대형마트에서는 ‘K-Seaweed Snack’이 일반 과자 진열대에 나란히 진열돼 있습니다. 짭짤하고 가벼운 건강 간식’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한국 김은 이제 세계 식탁 위의 새로운 웰빙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 호주에서도 이런 변화를 실감합니다. 요즘 한국마트나 아시안 그로서리에서 떡볶이·약과·김과자 찾는 분 현지인들이 정말 많은데요. 시드니의 한 대형 한국마트에선 떡볶이 밀키트 매출이 1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 그렇습니다. 과거엔 ‘한류’ 하면 드라마나 K-팝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간식과 디저트, 식문화 자체가 생활 속 외교가 되고 있습니다.

- 호주의 경우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비비고 인데요. 호주 대형마트 Coles를 통해 한국식 만두, 콘도그 등 길거리 음식 콘셉트의 제품을 선보였고요. 호주 풋볼리그 시드니 스완스(Sydney Swans) 구단과 브랜드 파트너십을 맺으며, 호주 대중 스포츠 문화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 이제는 음식이 단순히 입맛을 사로잡는 걸 넘어서, 문화와 문화를 잇는 ‘맛의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 호주에서의 K-간식 진출은 유통망·문화콘텐츠와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죠. 한편, 해외에서 각광받는 한국의 대표 K 간식으로 원조격인 초코파이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베트남에서는 제사상에도 초코파이를 올린다면서요?

- 맞습니다. 베트남에 한국 초코파이가 첫선을 보인 건 1995년으로 올해로 딱 30년이 됐습니다. 초코파이는 베트남 가정의 제사상은 물론, 명절 선물이나 약혼식·결혼식 하객 답례품으로도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 초코파이가 베트남인의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은 데는 문화적 공감대도 한몫했습니다. 베트남에는 우리말 ‘정(情)’과 비슷한 개념의 ‘띤(Tinh)’ 문화가 있는데요.

- 오리온이 1995년 현지 출시 당시 초코파이에 ‘정(情)’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베트남식 띤 문화를 패키지 디자인에 담은 전략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겁니다.

- 최근 보고에 따르면 초코파이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액은 5830억 원. 판매 개수로 따지면 무려 연간 40억 개, 지구촌 곳곳에서 하루 천만 개 가까이 팔리는 셈이죠. 중국·러시아·베트남이 해외 매출 비중 1~3위를 차지한다고요.

- 초코파이는 해외 매출 비중이 84%에 달하는 그야말로 수출 효자 간식입니다.

- 흥미로운 건, 이 세 나라 모두 과거 공산주의였거나, 혹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해 온 국가들이라는 점인데요. 과거 냉전 시기 공산권 국가들은 중공업 중심의 산업 육성에 집중하느라 경공업 발전이 더뎠고, 특히 식품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다 보니 과자의 품질이 낮고 생산량도 적었습니다.

- 1993년 중국, 러시아 등에 수출된 초코파이는 공산권 시민들이 처음 맛본 해외 과자 중 하나이자 ‘자유의 맛’이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2011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이 차를 즐기며 초코파이를 곁들이는 사진이 현지 언론에 실리면서 '대통령이 즐기는 간식'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 네 일상의 먹거리가 한 나라의 문화적 아이콘이 되고 국제적 교감의 매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상품을 넘어 글로벌 무대 위의 K-푸드 외교관이 된 셈인데요.

- 하나의 빵, 한 조각의 김 속에도 문화의 향기가 함께 구워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코파이에서 황남빵까지, 세계는 지금 K-간식 중입니다.

-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오늘은 ‘K-간식의 글로벌 파워’ 안에 담긴 문화의 힘을 살펴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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