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책갈피: 침묵 속에 남은 목소리…한강 ‘소년이 온다’

한강 작가 소년이 온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장편 소설 '소년이 온다(Human Acts)'

1980년 5월 광주. 기억의 틈에서 마주한 침묵과 상처, 그리고 사라진 목소리들. 작가는 이들을 통해 우리가 끝내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을 비춰냅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에 의해 영어권에 'Human Acts'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이 제목은 ‘신의 행위(Divine Acts)’에 대비되는 ‘인간이 저지른 일들’을 뜻하는 동시에, 연극의 ‘막(act)’을 연상케 하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한 도시의 비극을 ‘개인의 기억’과 ‘공동체의 증언’이라는 두 축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단지 과거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기억의 책임’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묻고 있습니다.
SBS 오디오 책갈피!
책 속 한 문장, 삶의 한 페이지.
여러분의 마음 한켠에 작은 책갈피 하나 꽂아드려요.
안녕하세요. SBS Audio 책갈피, 유화정입니다.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기억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이 서서히 마모됩니다.

그날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현재이자
여전히 끝나지 않은 이야기.

오디오 책갈피 오늘 펼쳐볼 책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만나봅니다.

한강은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났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을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12살 무렵 아버지의 사진첩 속에서 참혹한 장면들을 처음 마주하게 됩니다.
그 사진들은 수수께끼로 남았고 그 수수께끼는 글이 되었습니다.

“'소년이 온다'를 쓰던 1년 반 동안의 밀도는 제 인생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누군가 제 작품을 한 권 읽고 싶다고 말하면, 저는 이 책을 권해드려요.” - 한강 작가 -

에필로그와 여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소년이 온다'
각 장에는 나이도 성별도 성격도 각기 다른 화자가 등장합니다.
이 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1980년 5월의 광주를 기억하고, 그날 이후의 삶을 증언합니다.
30091914 human acts.jpg
A riveting, poetic, and fearless portrait of political unrest and the universal struggle for justice by the acclaimed author of The Vegetarian. / goodreads
소설은 ‘너’라고 불리는 중학생 동호의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평소 같았다면 문간채에 세 들어 사는 정대와 마당에서 배드민턴을 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을 동호.

그러나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누나를 찾으러 나갔다가 실종된 정대.
계엄군의 총에 희생된 정대를 찾으러 왔다 도청에 남아 잇달아 들어오는 시신을 돌보게 된 동호.

동호는 누구인지도 모를 주검들의 성별과 어림잡은 나이, 그리고 입은 옷과 신발의 종류를 장부에 기록하고 번호를 매깁니다.

이 장면...
한 사건이 어떻게 각자의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는지를 보여줍니다.

소설은 소년 동호와 그 주변 인물들을 통해 폭력과 죽음, 그리고 그 뒤에 남겨진 자들의 찢긴 고통을 드러냅니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동호와 함께 도청에서 시민군 일을 도왔던 선주 누나.
임선주는 그날의 아픈 기억을 가슴 깊숙이 품고,
누구에게도 꺼내 보이지 않으며 마음을 굳게 닫은 채,
침묵의 존재로 살아갑니다.

책 속에는 ‘날개’라는 단어가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그 날개는 장례식장에서 촛불을 일렁이게 하는 혼의 날개일 수도,
날아갈 수 있음에도 날아갈 곳을 찾지 못한 어린 날갯짓 일수도,
혹은 그날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어머니의 울분과 자책의 날갯짓 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뭣한다고 문간채에다 사람을 들였을까…그까짓 사글세 몇 푼 받겄다고…
정대가 이 집으로 안 들어왔으먼, 네가 정대 찾는다고 그리 애를 쓰지 않았을 것인디...
(중략)
죄 받제, 죄 받아. 내가 그 불쌍한 남매를 원망하먼 큰 죄를 받제.”

아들 동호를 잃고 정대 남매가 없었더라면… 하다가도,
그런 생각하면 죄받는다고 도리질 치는 어머니.

어린 동호를 잃은 그날 이후,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없었던 어머니의 한 맺힌 절절한 고백을 쏟아낸 마지막 6장.
소설은 이렇게 맺음 합니다.

“엄마아, 저기 밝은 데는 꽃도 많이 폈네.
왜 캄캄한 데로 가아, 저쪽으로 가, 꽃 핀 쪽으로.”

소설은 조용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그날의 진실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해야 할 양심 있는 책임이라고.”

'소년이 -온다-' 현재형으로 남은 책의 제목처럼
우리가 기억을 잊지 않을 때,
침묵 속에 머물던 진실도 다시 빛을 찾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져봅니다.

오디오 책갈피, 오늘 함께 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여러분의 마음 한켠에도 작은 책갈피 하나 남겨 드렸길 바랍니다.
유화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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