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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발표된 한 검시 결과가 호주 사회에 큰 경고를 던졌습니다. 2022년 6월, 뉴사우스웨일스 센트럴 코스트에서 캠핑 중 소세지를 먹고 사망한 당시16세 소년 제레미 웹의 사망 미스터리가 4년만에 ‘진드기 매개 붉은 고기 알레르기’로 확인됐습니다.
’이른바 ‘알파갈 증후군인데요, 진드기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뒤, 수년 후 붉은 고기를 섭취하면서 치명적인 면역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이번 검시 판결은 호주에서 공식 확인된 첫 사망 사례이자 진드기 매개 고기 알레르기로 사망한 세계 최초의 사례이기도 합니다.
오늘 컬처인에서는 이 질환의 의학적 기전과 호주 생활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예방 수칙을 짚어보겠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4년 동안 미스터리로 남아 있던 한 소년의 죽음이, 최근 검시 결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요. 먼저 당시 상황부터 정리해보죠.
네. 2022년 뉴사우스웨일스 센트럴 코스트의 맥마스터스 비치(MacMasters Beach)에서 캠핑을 하던 16세 소년 제레미 웹(Jeremy Webb)이 소고기 소시지를 구워 먹은 뒤 구토 증상을 보였고 몇 시간 뒤 의식을 잃고 사망했습니다.
제레미 웹은 학교 행사가 아닌 친구들 3명과 함께 떠난 사적인 캠핑 중이었습니다. 친구들이 심폐소생술을 시도했고, 구급대가 출동했지만 끝내 소생하지 못했습니다.
소시지를 먹고 돌연 사망한 16세 소년 제레미 웹의 사인이 당시엔 천식 또는 식중독으로 추정됐었는데요. 그러나 최근 검시 재판에서 전혀 다른 결론이 나왔어요.
그렇습니다. 검시관Carmel Forbes는 사인을 ‘진드기 물림으로 유발된 포유류 고기 알레르기’, 즉 알파갈 증후군(Alpha-gal Syndrome)으로 인한 심각한 급성 알레르기 쇼크로 결론 내렸습니다. 면역계의 과잉 반응이 급성 천식을 유발했고, 이것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졌다는 판단입니다.
실제로 이 질환은 식중독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식중독은 세균이나 독소가 원인이지만, 알파갈 증후군은 면역체계가 특정 성분을 ‘적’으로 인식해 과잉 반응하는 것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알파갈, 용어가 생소한데요, 정확히 어떤 물질인가요?
‘알파-갈(α-gal)’은 포유류 세포에 존재하는 탄수화물 성분입니다. 소, 돼지, 양 같은 붉은 고기에 들어 있는데요. 진드기가 포유류의 피를 빨아먹은 뒤 사람을 물면, 이 알파갈 성분이 인체내로 전달됩니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이를 이물질로 기억했다가 이후 붉은 고기를 섭취하면 이를 공격대상으로 오인해 항체가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히스타민 등 염증 유발 물질을 대량 분비합니다.
그 결과 두드러기, 복통, 혈압 저하, 호흡곤란, 심하면 급성 알레르기 쇼크, 즉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반 알레르기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가장 큰 차이는 ‘지연형 반응’입니다. 일반적인 음식 알레르기는 섭취 직후 반응이 나타나지만, 알파갈 증후군은 고기를 먹고 2시간에서 10시간 뒤에 증상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음식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알파갈이 방출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환자 스스로 원인을 인지하지 못하고, 식중독이나 단순 위장 질환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잠복기의 공포네요. 그런데, 제레미 소년이 사고 당일 진드기에 물린 건 아니었다면서요?
네, 제레미는 센트럴 코스트 숲 지역에서 캠핑을 자주 했고, 진드기에 반복적으로 물린 이력이 있었습니다.
진드기와 알파갈 증후군의 연관성을 처음 규명한 호주 임상 면역학자 셰릴 반 누넨 교수는“진드기에 두 번 이상 물리면 두 사람 중 한 명은 알파갈 항체를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한 번의 물림이 아니라 반복 노출로 몸속에 시한폭탄이 만들어지고, 어느 날 붉은 고기가 방아쇠가 되는 셈입니다.
여러번 반복적으로 물린 경험이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제레미에게도 경고 신호가 있었던 셈이네요.
있었습니다. 제레미는 10세 무렵부터 적색육 섭취 후 이상 반응을 보였고, 사망 1년 전에도 심각한 급성 알레르기 쇼크와 천식 증세로 응급 치료를 받았습니다. 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반 누넨 교수는 “천식은 음식 알레르기로 인한 사망의 주요 위험 인자”로 즉, 천식 병력이 있는 환자는 훨씬 더 치명적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러나 제레미의 경우 전문 면역 알레르기 진료로 연결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검시 보고서는 “붉은 고기 알레르기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인지가 부족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근본 원인 추적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게다가 앞서 언급된 바와같이 고기를 먹고 수 시간이 지나 뒤 늦게 갑자기 쇼크가 오는 '지연 반응' 때문에 대처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네. 검시관Carmel Forbes는 제레미가 먹은 소시지가 특히 위험했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알파갈 성분은 내장 조직에 더 많이 분포하는데, 곱창이나 내장으로 감싼 소시지는 일반 살코기보다 항원 노출량이 높을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음주나 격렬한 활동, 흥분 상태 역시 반응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연구도 있는데요. 캠핑과 바비큐라는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진드기 물림으로 유발된 고기 알레르기’ 사망 사고, 이번이 호주에서 공식 확인된 첫 사례라고요.
그렇습니다. 호주에서 확인된 첫 사망 사례입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매우 드문 경우인데요.
2024년 미국 뉴저지에서 햄버거를 먹은 뒤 사망한 조종사 사례가 알파갈 증후군으로 인한 세계 첫 ‘학술지 공식 보고’ 사례로 기록된 바 있습니다. 다만 호주의 16세 소년 사건은 실제 발생 시점으로는 2022년으로, 미국 사례보다 앞선 사례입니다. 이번 검시를 통해 사인이 명확히 규명된 것이죠.
이번 발표는 호주 의료계에 '진드기 알레르기가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경고를 공식화한 셈인데요. 앞으로 유사 사례가 더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죠?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뉴사우스웨일스와 퀸즐랜드 등 호주 동부 해안 지역은 전 세계에서 포유류 고기 알레르기 발생률이 가장 높은 곳으로 나타났습니다.
호주 국립과학연구기관CSIRO는 진드기가 북부 퀸즐랜드에서 빅토리아 북부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해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호주 동부 전역이 노출 가능 지역이라는 의미입니다.
네. 실제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호주 내 해당 알레르기 사례는 약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후 변화와 야외 활동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진드기는 점프를 못하지만, 대신 나뭇잎이나 풀 끝에 매달려 있다가 사람 체온을 감지하면 목표물을 향해 툭 떨어지는 방식으로 달라붙습니다.
따라서 캠핑이나 부시워킹 같은 야외 활동시에는 소매가 긴 옷과 긴 바지, 모자 등을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부시가 많은 호주에서는 틱(Tick), 즉 진드기 조심하라는 말 정말 많이 듣는데요.
물론입니다. 뒷마당에서 가지치기하실 때도 반드시 챙 넓은 모자를 쓰시는 것은 필수입니다. 부시워킹 가실 땐 바지 밑단을 양말 안으로 쏙 넣는 농군 패션이 도움이 되겠죠.
또 강아지가 마당에서 진드기를 묻혀와서 거실이나 침대에서 사람에게 옮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진드기는 강아지의 발가락 사이, 귀 안쪽, 목덜미에 잘 숨으니까요. 산책 후엔 반드시 ‘진드기 빗’으로 빗겨주셔야합니다. 호주 수의사들이 권장하는 먹는 약(NexGard, Bravecto 등)이나 바르는 약을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진드기는 열과 건조함에 아주 약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입었던 옷은 세탁기에 넣기 전에 건조기에 넣고 고온으로 20분 돌려주시면 진드기를 퇴치할 수 있습니다.
만약 몸에서 진드기를 발견하면 바로 떼어내면 되나요?
아니오. 절대 안 됩니다. 절대로 손이나 핀센 등을 이용해 억지로 떼는 건 굉장히 위험합니다. 핀셋으로 몸통을 꽉 누르면 진드기 위장에 있던 독소가 우리 몸으로 역류하기 때문인데요.
약국에서 'Tick Off' 같은 에테르 스프레이를 사서 급속 냉각해 죽인 뒤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해야 합니다. 전문가의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요.
또 야외 활동 후 이유 없는 복통이나 가려움이 있다면 GP를 찾아 '알파갈 혈액 검사'를 받아보시는 것도 권장합니다.
작은 물림처럼 보이지만, 그 파장은 결코 작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이번 제레미 웹 사례가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끝으로 한가지 더 짚어보죠. 틱, 즉 진드기 알레르기가 한번 생기면 고기는 영영 못 먹는 건가요? 고기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인데요.
안타깝게도 소, 돼지, 양 같은 네 발 짐승 고기는 피해야 합니다. 하지만 닭고기, 오리 고기 같은 조류와 모든 해산물은 안전합니다. 요즘 마트에는 'Plant-based' 대체육도 잘 나오고 있죠.
주의 할점은 외식할 때입니다. 서양식의 비프 스톡이나 그레이비 소스, 심지어 디저트에 들어가는 소·돼지에서 추출된 젤라틴이나 약 캡슐도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 한국식당에서 냉면 육수나 찌개 베이스도 포유류 성분이니 혹시 진드기 물린 경험이 있으시다면 꼭 확인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오늘 컬처인에서는 호주 소년의 사망 미스터리에서 진드기 대처법까지 알아봤습니다. 설마 내가? 라는 생각보다 호주니까 당연히! 라는 마음으로 대비하시는 게 건강한 호주 생활의 비결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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