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인: 앤서니 김 LIV 우승, 16년 공백 끝낸 호주 재기 드라마

LIV Adelaide: Day 4

ADELAIDE, AUSTRALIA - FEBRUARY 15: Anthony Kim of the Aces holds his daughter Bella and celebrates winning the tournament during the podium presentations of the day four of LIV Adelaide at The Grange Golf Club on February 15, 2026 in Adelaide, Australia. (Photo by Mark Brake/Getty Images) Credit: Mark Brake/Getty Images

부상과 약물 의존을 극복하고 16년 만에 LIV 골프 우승을 차지한 앤서니 김. 호주 전설 그렉 노먼의 굳건한 믿음과 매일 1%씩 나아간 집념이 일궈낸 기적 같은 인생 2막입니다.


Key Points
  • 사라졌던 천재의16년만의 귀환, “골프 역사상 가장 놀라운 컴백”
  • 한국계 미국 프로 골퍼 앤서니 김, 2026 LIV 골프 아델레이드 대회 우승
  • 호주 전설 그렉 노먼의 전폭적인 지지와 믿음, '인생 2막' 우승 이끌어
  • “매일 1 %씩 나아지자” 부상과 약물 의존을 이겨낸 한 인간의 위대한 승리

밀라노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던 2월, 세계의 시선이 금빛 메달에 쏠려 있을 때, 호주 아델레이드의 그린 위에서는 또 하나의 감동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16년간 골프계를 떠나 있던 한국계 미국 프로 골퍼 앤서니 김, 한국 이름 김하진(40세)이 2026년 LIV Golf 아델레이드 대회에서 극적인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복귀했습니다.

한때 그는 타이거 우즈의 대항마로 불리던 PGA 투어의 차세대 스타였습니다.

세계 랭킹 톱10에 오르며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2012년 이후 아킬레스건 부상과 재활 과정에서 시작된 약물 의존, 그리고 깊은 심리적 고통 속에 긴 공백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는 “매일 1%씩 나아지자”는 다짐으로 다시 자신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이번 복귀에는 호주 골프의 전설 그렉 노먼의 신뢰와 지지가 큰 힘이 됐습니다.

노먼은 그의 우승을 두고 “골프 역사상 가장 놀라운 컴백”이라고 평가했

습니다.

우즈 역시 그가 어떤 시간을 겪었는지 알고 있다. 다시 우승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대단하다고 반응하며 그의 재기를 응원했습니다.

우승 직후 네 살 딸을 품에 안은 그는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벨라가 그린 위로 달려오는 순간, 제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한 손에는 트로피를, 다른 팔에는 딸을 안은 그 모습은 16년의 공백을 단번에 설명해 주는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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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hony Kim with his daughter after winning LIV Golf Adelaide. [Photo: LIV Golf]

대회 상금 미화 400만 달러, 한화 약 58억 원이라는 숫자보다 더 값진 것은 다시 삶을 선택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번 우승은 단순한 스포츠 승리를 넘어, 무너졌던 한 사람이 다시 자신을 일으켜 세운 회복의 선언이었습니다.

낯선 땅에서 각자의 1%를 쌓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그의 우승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있습니다.

상단의 오디오를 통해 컬처인 전체 내용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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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22일 막을 내렸습니다. 호주는 이번 대회에서 금3 ·은2· 동메달 1개로 대회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특히 2월 14일, 여자 듀얼 모굴에서 금메달을 따낸 재카라 앤소니 Jakara Anthony의 경기는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겁니다.

올림픽의 환호가 정점을 찍던 바로 그 시기, 같은 주말, 호주 아델레이드의 골프장에서는 16년 만의 우승이라는 또 하나의 기적이 펼쳐졌습니다. 부상과 약물 의존으로 잊혀졌던 이름 앤서니 킴, 그리고 16년만의 재기. 오늘은 그 감동의 드라마를 되돌려봅니다.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와 함께 합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외신에서는 ‘사라졌던 천재의 귀환’이라는 표현을 했는데요.

앤서니 킴, 한국계 미국인이죠. 먼저 그의 뿌리부터 짚어볼까요?

네. 앤소니 킴은1970년대 미국으로 이민 온 부모 아래에서 늦둥이 막내아들로 태어났습니다. 한국 이름은 김하진. 1985년 생으로 올해 만 40세입니다.

부모님은 코리아 타운에서 작은 약초 가게를 운영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앤소니의 하루는 이미 골프와 함께 시작됐습니다. 젖병을 문 채 아버지가 정원에서 칩 샷을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거실에서는 미국 PGA 비디오를 아버지 옆에서 시청하며 자랐습니다. TV에서 PGA 비디오를 보다 꺼지면 울었다고 합니다.

30개월 때 기저귀를 찬 채 스윙 연습을 시작했다는 믿기 어려운 일화도 있습니다. 힘이 부족해 골프채가 등에 맞자, 아버지는 스펀지를 대주며 계속할 수 있게 보살피기도 했습니다.

아버지의 열정이 상당했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훈련을 시킨게 아니라 골프에 대한 태도까지 물려준 셈이겠죠?

어린시절 앤서니는 ‘프로 골퍼가 되는 게 꿈이라며, 프로가 안 되면 골프장에서 잔디라도 깎을테니 골프만 하게 해달라고 ’고 할 만큼 골프 자체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아홉 살 무렵 아버지가 점심 값 10달러를 손에 쥐어주고 골프장에 데려다 놓으면 이웃 어르신과 내기 골프를 해 20달러로 돈을 불렸다고 해요.

어려서부터 이미 승부 근성과 스스로 강해지는 법을 터득한 셈이네요. 골프 여제 박세리 선수와 코치 아버지의 관계가 문득 떠오르네요.

그러나 아버지는 우승에도 자만하지 않도록 엄격했습니다. 오버파로 우승한 트로피는 쓰레기통에 던지며, 중고교 시절에는 아침 달리기, 체력훈련, 스윙 연습을 감기에도 거르지 않게 시켰다고 합니다.

우승 트로피를 쓰레기통에 던질 만큼 엄격했던 아버지 밑에서 기본기를 다졌던 그 시간이 결국 프로 무대의 토대가 됐다고 보여지는데요. 한때는 ‘차세대 황제’라는 수식어까지 붙었죠?

맞습니다. 2000년대 후반, 혜성처럼 등장한 김하진 선수 앤서니 킴은 PGA 투어에서 가장 화려한 스타였습니다. 2008년 한 해에만 PGA 투어 2승을 거뒀습니다.

국가 대항전 라이드 컵에서는 유럽의 최강자인 세리오 가르시아를 압도하면서 미국의 영웅이 됐습니다.

세계 랭킹 톱10까지 올랐고, 대학 시절 ‘필 미켈슨 어워드’ 신인상, 아마추어 시합 연승 기록 등 화려한 성과를 쌓았습니다.

앤서니 킴의 이니셜AK 가 새겨진 화려한 버클, 거침없고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 카리스마는 골프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당시 골프계의 절대 권력은 타이거 우즈였지만, 앤소니는 그에 맞설 ‘대항마’로 주목을 받았을 정도죠. 그랬던 그가 돌연 무대에서 사라집니다. 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나요?

앤서니 킴의 잠적은 장장 12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골프계의 가장 큰 미스테리였 습니다.

2012년 웰스파고 챔피언십을 끝으로 그는 돌연 필드에서 사라졌습니다. 은퇴 선언도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연기처럼 사라진 건데요.

그의 잠적에 대한 표면적인 이유는 아킬레스건과 손가락 부상이었지만 공백이 10년 넘게 이어지자 팬들의 의구심은 커졌습니다.

당시 일각에서는 앤서니 킴이 골프를 포기했고 다시는 필드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고, 심지어 천만 달러 보험금 수령설 의혹까지 나왔습니다.

천만 달러 보험금요? 미화 천만 달러이면 한화로 100억 원이 훌쩍 넘는 거액인데요.

부상으로 인해서 은퇴 상태를 유지할 경우 받을 수 있는 보상금입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은 앤소니 킴이 그 보험금을 받고 있었고 그래서 골프에 복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주축과는 달리 그가 필드를 떠나 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금전적인 계산을 하고 있었던게 아니라 생존을 위해 자신과 싸우고 있었던 겁니다. 아킬레스건 부상 이후, 연이은 수술과 재활 과정에서 통증 관리용 약물이 필요했는데, 점차 의존으로 이어졌습니다. 심리적 불안, 경기력 저하, 언론 인터뷰 중단, 투어에서도 자연히 멀어졌던 겁니다.

그랬던 그가 애들레이드 LIV 골프 호주 애들레이드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그동안 어디서 뭘 했고, 왜 자취를 감췄는지에 대한 진실이 밝혀 지면서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군요.

그렇습니다. 최근 앤서티 킴은 자신의 SNS를 통해 수 많은 알약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대중 앞에서는 웃고 있었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오랫동안 생각해 왔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그는 고통을 잊기 위해 매일 술과 약물을 선택했고 중독 증세는 신체 마비로 이어졌습니다.

한 번은 응급실로 실려가 운이 좋아야 2주 더 살 수 있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을 만큼 심각한 상태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번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TV화면을 통해 클로즈업된 그의 일그러진 콧등은 그가 고통과 싸운 지난 날의 흔적이자 폐인 같은 삶을 딛고 새로운 삶의 승리를 일구어낸 아름다운 훈장이기도 합니다.

‘사라진 천재’ 앤서니 킴의 16년만의 영광스러운 귀환에는 호주인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특별한 인물이 있었죠.

The Great White Shak, 백상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호주의 상징적인 골퍼 그렉 노먼(Greg Norman).

맞습니다. 1980~90년대 세계 랭킹 1위를 지낸 호주 골프의 전설 이죠. 백상어라는 별명은 평소 그의 공격적인 경기 스타일과 호주 출신이라는 배경, 그리고 백금발 머리와 큰 체격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렉 노먼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후원을 받는 LIV 골프의 초대 CEO이자 커미셔너로서 2024년, 12년간 은둔 생활을 하던 앤서니 김을 직접 설득해 LIV 골프로 영입했습니다. 당시 노먼은 앤서니 킴의 눈에서 여전히 불타는 승부욕을 보았다고 기자 회견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예리한 판단, 결국 노먼의 그 한 번의 선택이 16년이라는 공백을 건너 오늘의 우승을 가능하게 만든 셈이 됐군요.

앤서니 킴은 처음 영입 제의를 받곤 과거 부상 은퇴 시 받은 거액의 보험금 반환 문제로 복귀를 망설였지만, 노먼이 이끄는 LIV 골프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계약 조건을 제시하며 복귀의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고 합니다.

앤서니 킴의 호주 대회 우승 직후, 노먼은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복귀"라며 극찬했고, SNS를 통해 "자랑스러운 아빠(Proud dad)가 된 기분"이라는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호주 출신의 전설의 골퍼 그렉 노먼의 전폭적인 지지와 믿음이 앤서니 킴의 기적 같은 ‘인생 2막’ 우승을 이끌어 낸 건데요. 그것도 호주 그린 위에서. 하지만 재기는 단숨에 이루어진 게 아니었겠죠.

그렇습니다. 그렉 노먼의 도움으로 복귀했지만 성적 부진과 강등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앤서니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되새긴 말은 “매일 1 %씩 나아지자”였습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재기는 한 번의 기적이 아니라 매일 1%씩의 지난한 반복의 축적이었습니다. 이번 대회 우승은 58억원이라는 막대한 우승 상금보다 16년만에 되찾은 삶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를 본 타이거 우즈는 ‘그가 겪은 시간을 알고 있다. 다시 우승하게 되는 것을 보니 정말 대단하다고 전했고, 여자 골프 전설 에니카 소렌스탐도 수년간 악마와 싸워 이긴 믿을 수 없는 귀환이라며 그의 우승을 축하했습니다.

골프는 한 타, 1%의 차이가 승패를 가르는 종목이죠. “1% 더 나은 매일”이라는 표현은 기술의 향상만이 아니라, 멘탈·루틴·자기 관리까지 포함한 자기 갱신의 철학을 연상시킵니다.

그리고 감동의 또 한 장면, 이번 애들레이드 LIV 골프 우승 직후 가장 먼저 찾은 건 가족이었죠. 아빠에게로 달려오는 어린 딸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는데요.

그린 위로 힘차게 달려오는 네 살 딸 벨라의 모습에 트로피를 내려놓은 앤서니 김은 순간적으로 무너지듯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벨라가 아빠의 다리에 매달리고, 아내 에밀리가 두 사람을 끌어안는 순간, 전 세계가 숨을 죽였습니다.

한 손에는 트로피, 다른 팔로는 딸을 번쩍 들어 올린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며 뭉클한 감동을 주었는데요.

그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벨라가 그린 위를 달려와 ‘아빠는 결국 패자가 아니었구나’ 하는 걸 보는 순간…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이었다. 벨라가 태어나기 전, 나는 삶의 목적을 느끼지 못했다. 돈도, 성공도 있었지만 극심한 외로움과 자기혐오 속에 살았다. 하지만 이제 딸의 눈을 보면, 다른 어떤 생각도 할 수 없다. 모든 퍼트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기도처럼 느껴졌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습니다.

호주 그린 위에서 16년 만에 다시 들어 올린 트로피. 그리고 매일 1%씩 쌓아 올린 시간. 올림픽이 끝난 2월의 마지막 주, 우리는 또 하나의 스포츠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화려한 금메달과는 또 다른 결의 감동. 오늘 컬처인은 앤서니 킴의 기적같은 재기 드라마 함께 나눠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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