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던 테러토리가 사실상 성매매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런데 이와 때를 거의 같이해 남부호주주는 유사한 법안을 부결시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호주 최북단에서 성매매를 사실상 합법화하는가 하면, 남단의 자치 정부는 이를 여전히 형사처벌 대상으로 존속시키는 등 호주의 성매매 관련법이 각 주와 테러토리 별로 제각각인 관계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주양중 책임 프로듀서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각 지역별로 성매매법의 현황이 어떻게 돼 있는지 살펴보죠?
주양중: 네. 무척 복잡합니다. 매춘 자체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부분적으로 성매매를 허용하고 있는 지역, 성매매를 합법화하고 있는 곳 등 상당히 난해합니다. 성매매를 허용하고 있는 지역이라 하면, 성매매 자체를 합법화한다는 것은 아니라 성매매를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의미임을 잘 이해하셔야 합니다.
큰 차이는 없지만, 합법적 행위와 비 범법 행위의 차이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더 간단히 말씀 드려서 성매매를 멀리하는 경우라면 이런 복잡한 법적 구도를 아실 필요도 없겠죠.
진행자: 하지만 상식적으로 알아두실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지역별로 성매매가 가장 관대한 지역은 어디 입니까?
주양중: 전국적으로 NSW주와 ACT가 법적으로 성매매에 가장 관대한 것으로 해석되며, 노던 테러토리와 퀸슬랜드 주도 성매매를 사실상 자율화하고 있습니다.
더욱 자세히 살펴보면 ACT는 몇몇 규제 조항을 제외하고 성매매가 전면적으로 합법화돼 있습니다. NSW주의 경우 합법화단계 이전인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된 상탭니다. 불법 매춘업소 운영은 금지돼 있습니다. 퀸슬랜드 주도 면허를 발급받으면 합법적으로 성매매 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빅토리아주도 마찬가집니다.
타스마니아 주의 경우 2명 이상을 고용하는 매춘업소 운영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개개인의 성매매 행위는 허용하고 있습니다.
서부 호주주는 부분적으로 성매매를 허용하고 있으며 남부 호주 주는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원론적인 질문이 되겠지만, 성매매를 허용하는 논리적 근거는 무엇인가요?
주양중: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성매매를 전면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지역의 자치정부들은 이구동성으로 “‘매춘 자체에 대한 정당성 부여가 아니라 성매매 종사자의 보건, 안전, 인권 보호를 위해 성매매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무척 현실적 접근인데요, 여성학사에서도 살펴보면 매춘은 인류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그런 현실을 무시하고 무조건 강압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이죠.
진행자: NSW주의 헤로인 주사실 운용과 비슷한 원칙이군요.
주양중: 헤로인 주사실 운용보다 더 현실적인 상황이라는 판단도 듭니다.
뿐만 아니라 경찰 부정부패 척결의 문제도 있습니다.
NSW주정부는 지난 2016년 “성매매 종사자의 기본권과 더불어 성매매 산업의 투명성 제고 및 투명서 유지 차원에서 성매매를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는데요.
실제로 NSW주의 경우 성매매를 사실상 합법화하기 전까지 매춘산업은 경찰 비리의 온상이 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결국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현행법이 안타깝게도 너무 복잡해서, 결국 성매매 여성들을 인권의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 것이군요.
주양중: 그렇습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자치 정부가 성매매를 사실상 허용하고 있지만 ‘합법화가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단계’이고 매춘업소 규제도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라는 점에서 일부 인권단체들은 “호주의 갈팡질팡한 성매매 관련법이 성매매 종사자들을 성폭행하는 실정이다”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서두에서 언급됐지만 가장 최근 노던 테러토리 의회는 성매매를 형사처벌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요. 세부 내용 좀 살펴보죠.
주양중: 노던 테러토리의 이법 법안 통과로 노던 테러토리에서의 성매매 업소는 일반 사업체와 동일한 법규와 규정을 적용 받게 됩니다. 즉, 성매매 종사자들은 노사관계법, 소득세, 직장 안전 및 근로자 보건, 산업재해보상, 차별금지 등의 규정 및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거죠.
나타샤 파일즈 노던 테러토리 법무장관은 “노던 테러토리의 모든 주민들은 안전하게 근로할 수 있는 권리를 누려야 하며 성매매 종사자도 노던테러토리에서 합법적인 근로자로 인정되는 만큼 똑 같은 혜택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파일즈 법무장관은 “이번에 성매매가 형사처벌대상에서 제외되기 전까지 성매매 종사자들은 근로자로서의 기본권을 보호받지 못했다”는 점을 동시에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법안 통과시까지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고 합니다.
매춘을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지만 모두의 최종 목표는 성매매 종사자들에게 더 나은 보건 및 안전 근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점에 모두의 공감대가 마련됐다고 합니다.
이번에 채택된 법안 역시 “성매매 산업 종사자들의 보건 및 안전증진에 관한 법”으로 명시됐습니다.
진행자: 이번 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의 상황도 궁금하네요.
주양중: 종전까지 노던 테러토리에서 성매매 종사자들의 경우 면허 취득 여부 등 여러가지 상황에 따라 일관된 규정을 적용 받지 못했으며, 일부 성매매 종사자의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에 노출돼 왔던 것이죠
진행자: 그런데 거의 같은 시간에 남부호주주에서는 호주에서 유일하게 성매매를 여전히 불법으로 명시하는 결정이 이뤄졌군요.
주양중: 네. 남부호주주에서는 지난 11월 초 노던 테러토리와 유사한 법안이 주 하원에서 부결된 바 있습니다.
이로써 남부호주주에서는 성매매 종사자들을 형사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근로 기본권을 부여하려는 움직임은 무려 13번째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이에 앞서 남부호주 상원의회는 지난 2017년 7월 개별법안으로 상정된 해당법을 먼저 통과시켰으나 2년만에 가까스로 하원에 상정됐지만 보수파 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됐습니다.
하원 표결 결과는 찬성 24, 반대 19. 아이러니하게 자유당 소속의 스티븐 마샬(51) 주총리는 법안 통과를 지지했으나 노동당 소속의 피터 말리나우스카스(39) 당수는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여야 모두 논란의 법안에 대해 당론투표가 아닌 의원 개개인의 자율투표를 허용한 바 있고요.
법안 통과를 강력히 추진했던 남부호주 주정부의 비키 채프만 법무장관과 녹색당의 태미 프랭크스 주상원의원은 “정치 공방의 최대 피해자는 성매매 종사자들이다”라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이 법안은 성매매의 합법화를 통한 매춘 조장이 아니라 취약계층의 성매매 종사자들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력이었다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부각시켰습니다.
남부호주 법무장관은 “성매매 종사자들의 형사처벌 제외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 균등한 보호와 똑 같은 법 적용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반대파 의원들은 “성매매 종사자들의 형사처벌 제외 조치는 매춘부들을 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하고 주택가 인근의 매춘업소 난립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일부 반대파 의원들은 “여성의 성상품화를 법으로 보호해서는 결코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편 빅토리아 주도 곧 35년 만에 처음으로 현행 성매매 관련법에 대한 검토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주지하시듯, 한국에서는 노무현 정부 하에서 성매매 금지법이 시행됐지만 한국에서 성매매가 근절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단 한명도 없겠죠.
진행자: 성매매도 처벌로 근절될 수 있는 문제는 결코 아닐 것 같습니다. 동시에 성매매 종사자 여성들의 기본적 권리도 우리가 생각을 해야하겠고요.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부작용도 동시에 무시할 수 없고요. 어려운 문젭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상단의 팟캐스트를 통해 전체 내용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