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호주는 물론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죠... 지난 2003년 발생한 북한 선박 ‘봉수호의 헤로인 밀반입 사건’이 호주에서 심층적으로 재조명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오늘 데일리 오버뷰에서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조은아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언급드린대로 호주의 양대 유력지 시드니 모닝 헤럴드와 디 에이지가 북한 봉수호 사건을 전례없이 깊숙이 들여다보는 10부작 팟캐스트로 제작해,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데요...
조은아: 그렇습니다. 팟캐스트의 다운로드 수가 대단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10부작 봉수호 팟캐스트 관련 소식은 데일레 텔레그라프, CH9, ABC 등에 의해 상세히 다뤄졌고, 호주한인동포 언론도 이를 특집 보도하는 등 등 16년 전 사건이 호주사회에 그대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도큐 드라마라도 제작된다고 하던데요...
조은아: 그렇습니다.10부작 팟캐스트와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호주의 유니콘 필름과 한국의 한맥문화가 이 사건을 ‘도큐 드라마’로 제작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제작진은 현재 당시 봉수호 사건 변론을 맡았던 법정 변호사와 통역관 등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고, 대본 초안도 마무리됐다고 합니다. 현재 한국과 호주의 첫 공식 도큐드라마 제작 차원에서 재정 후원사 물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아무튼 봉수호 사건 발생 16년 만에 이 사건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한층 커지고, 북한의 마약 제작 및 밀매 의혹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환기시킬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런데 왜 갑자기 봉수호 사건이 재조명되는 거죠?
조은아: 호주 언론계에서는 봉수호 사건이 여전히 미궁에 빠진 상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고요... 제대로 세상에 드러난 진실이 거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이번 팟캐스트가 큰 큰 사회적 반향을 촉발시킨 것이죠...
진행자: 그러면 자세히 좀 알아보죠...
패어팩스 미디어의 ‘봉수호의 마지막 항해’라는 제목이 내걸린 10부작 팟캐스트 어떻게 시작합니까?
조은아: 네. 이 팟캐스트는 남태평양 상의 도서국가 ‘투발루’의 깃발을 내건 허스름한 선박 봉수호의 선체 안으로 들어가면 너무도 깨끗하게 소장된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진이 선체 벽면의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내걸려있다는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누가 뭐래도 이 화물선은 북한 선박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시작되는 거죠.
진행자: 어떤 식으로 스토리를 제작했나요? 지금은 지구상에서 사라진 봉수호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도 생생히 공개됐다면서요?
조은아: 시드니 모닝 헤럴드와 디 에이지는 이번 10부작 팟캐스트 제작을 위해 북한 국적의, 전장 106미터의 3700톤급 화물선 ‘봉수호 헤로인 밀반입 사건’의 수사를 담당했던 호주연방경찰로부터 관련 동영상 등을 입수해 일부 공개했습니다.
또한 팟캐스트의 제작 및 진행을 맡은 패어팩스의 중견 언론인 리차드 베이커 기자는 당시 수사에 가담했던 연방경찰 관계자, 봉수호 선원의 변론을 맡은 호주의 법정 변호사들, 주변 증인 등을 두루 인터뷰했다고 합니다.
특히 베이커 기자는 봉수호 선원들을 변론한 호주 법정 변호사의 관점을 집중 조명함과 동시에 기소된 북한 선원들이 어떻게 막대한 변론 비용을 조달했는지에 대해서도 추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봉수호 사건의 처음과 끝, 그리고 수많은 미스테리 들을 심층 분석할 것으로 기대되네요... 자, 그러면 우리도 자세히 한번 이 봉수호 사건의 전모를 되짚어보죠.
조은아: 네. 2003년 4월 16일 봉수호 사건은 시작됩니다.
꼭두새벽 칠흙같은 어둠 속에 멜버른 남서쪽 138 km 지점의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 인접한 인구 1200명의 해안 마을 로네이로 연결된 와이강( Wye River) 연안에 소형보트 한 척이 접안합니다.
그리고 이 소형보트를 타고 뭍으로 내린 2명의 동양계 남성은 시가 1억6000만 달러 상당의 헤로인 150kg 을, 그곳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다른 2명의 동양계 남성에게 인계합니다.
진행자: 봉수호가 모선이고, 봉수호에서 내린 소형보트에 헤로인 150kg을 싣고 북한 선원 두명이 빅토리아 주 해안가에 침투한 거군요... 그렇다면 헤로인은 인계받은 2명도 북한인이었나요?
조은아: 그렇지 않습니다. 헤로인을 인계 받은 2명의 남성은 같은해 3월 관광비자로 호주에 미리 들어온 중국 여권 소지자였습니다.
호주 경찰이 인터폴의 제보를 받고 미리 현장에 잠복해있었습니다. 즉, 전달책에 대한 첩보보다 인계 받을 중국계 밀수범에 대한 첩보는 확실히 제보받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호주연방경찰은 헤로인을 인계받은 2명을 현장에서 체포했고, 소형보트에서 내린 2명의 운반책을 추적했으나 1명은 현장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고, 다른1명만 당시에 체포했습니다.
경찰은 다른 1명이 북한인이라는 사실과 더불어 150 kg의 헤로인을 싣고온 모선은 남태평양 상의 도서국가 ‘투발루’ 국적으로 위장한 북한 선박 ‘봉수호’라는 사실을 알고 추적에 나선 거죠...
진행자: 여기서부터 블록버스터 영화의 장면이 시작되죠?
조은아: 그렇습니다. 호주 해공군의 합동 추적을 받자 봉수호는 최대한 빨리 공해상으로 벗어나기 위해 전 속력으로 동쪽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매우 심한 파도로 인해 동쪽 공해상으로 도주하는데 실패합니다. 파도를 비해 다시 적도쪽 공해상으로 도주하려던 봉수호는 결국 도주 나흘 후인 4월 20일 오전 호주 해군에 의해 호주 북동 해상에서 나포됩니다.
호주 해군 군함이 선박을 가로막고, 해군이 승선해 선박에 승선해 있던 31명의 선원을 모두 체포합니다. 그리로 이들 31명의 선원은 모두 호주 해군에 체포돼 압송됐고, ‘사상 최대 규모의 헤로인 밀반입 사건’에 연루된 봉수호 나포 소식은 전 세계 언론의 톱 뉴스를 장식했습니다.
진행자: 당시 기억이 생생합니다.
호주는 물론 영어권 국가 언론들은 일제히 “마약 제조 및 밀매를 통한 북한의 외화벌이 의혹이 현실로 입증됐다”고 북한을 신랄히 비난했는데요.
조은아: 미국 국무부는 당시 공식 성명을 통해 “봉수호 사건을 통해 김정일 정권이 해외 마약 밀반출에 직접 연계돼 있음이 드러났다”고 발표하기도 했죠.
진행자: 당시 호주정부도 매우 격앙된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조은아: 물론입니다. 호주정부 매우 격분했었죠.
알렉산더 다우너 당시 외무장관은 전재홍 주호 북한대사를 외무부로 초치해 “북한정부의 헤로인 제조 및 해외 밀매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는 강력한 경고를 제기했습니다.
당시에는 북한 대사관이 개설돼 있었잖습니까. 그때부터 북한 대사관의 철수는 충분히 예견됐던 것 같습니다.
진행자: 아무튼 호주 해상에서 나포된 북한 국적의 봉수호의 선원 31명은 모두 기소됐죠.
조은아: 네. 전원 기소됐습니다.
치안 재판소에서 예비 재판이 시작됐는데, 예상 외로 31명의 선원 가운데 27명은 “마약 운반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풀려나 곧바로 추방됐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나머지 4명만 본 재판에 회부된 거군요.
조은아: 그렇습니다. 나머지 4명의 선원은 정치보위부원 최동성, 선장 송만선, 갑판장 이만진, 기관장 이주천 등이었습니다.
이들 4명에 대한 본재판은 2005년 8월 시작됐고, 첫 재판에서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무죄를 일제히 주장했습니다. 헤로인이 선적됐는지 결단코 몰랐다는 항변이었습니다.
진행자: 상당히 방대한 규모의 재판이었어요.
조은아: 지리멸렬하게 이어진 봉수호 핵심 선원 4인에 대한 재판은 결국 2006년 3월 5일 빅토리아주 최고법원(Supreme Court of Victoria)에서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배심원 전원 이들 북한 봉수호 핵심 선원 4명에 대한 기소 죄목 모두에 대해 ‘증거 불충분’의 이유로 무죄평결을 내렸고, 이들은 곧바로 북한으로 추방됐습니다. 연방경찰은 이들에 대해 연방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용두사미였네요... 그토록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봉수호 헤로인 밀반입 사건의 운반책으로지목된 31명의 북한 선원 모두에게 무죄가 선고된 건데요. 한 마디로 용두사미의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북한 선원들은 호주 정부의 국비 변호사가 변론을 해줬나요?
조은아: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당시 북한 당국이 이들 4명의 무죄를 이끌어내기 위해 막대한 재판비용을 모두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이번 팟캐스트에 그 내용이 다뤄지지 않을까 매우 궁금합니다.
진행자: 더욱 흥미로운 점은 무죄평결 2주 후인 2006년 3월 23일 봉수호는 시드니 인근의 바다에서 호주공군의 훈련 목표물로 격침 침몰돼 완전히 지구상에 사라졌죠?
조은아: 네. 호주정부는 “북한 및 국제사회의 마약 조직에 대한 엄중한 경고다”라고 밝혔지만 일부에서는 봉수호 관리 비용이 막대한 이유 때문이었다는 주장도 제기됐고, 일부 친 북한 인사들은 ‘증거인멸’이라는 항변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호주 정부에 배상을 요구할 것이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이후에 추가 조치는 전무했습니다.
진행자: 봉수호 선원으로부터 헤로인을 전달받으려 했던 중국계 헤로인 사범들은 어떻게 됐나요?
조은아: 이들 모두는 호주 법원으로부터 중형을 선고 받고 복역중입니다.
진행자: 내용을 잘 아는 것 같기도 한데, 깊이 생각해보면 봉수호 헤로인 밀반입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지 애매모호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와 디 에이지의 10부작 팟캐스트가 이러한 의구심을 말끔히 씻어주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