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그래미 수상과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 상 수상의 배우 겸 가수로 유명한 베트 미들러는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을 비판했지만, 나는 백악관에 기생충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화가 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 대선 유세 현장에서 연속으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비아냥대며 비난 발언을 벌인데 대한 반박의 일침이었습니다.
지난 20일 콜로라도 주 유세 현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아카데미상이 얼마나 형편없었나. 한국에서 온 영화가 상을 받았다. 도대체 이게 뭐냐” 며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 의미를 깎아내렸습니다. 이어 21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유세에서는 "한국은 무역으로 우리를 죽이고 있다, 그러면서 빌어먹을 영화로 아카데미 상을 탔다"고 비속어 섞인 맹비난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베트 미들러의 트위터에는 180만 팔로워들이 지지와 응원의 트윗을 보내며 삽시간에 온라인 상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특유의 입담과 재치가 트레이드 마크인 베트 미들러는 어떤 인물일까요?
딸이 영화배우가 되길 희망했던 그녀의 어머니는 전설의 배우 ‘베티 데이비드’의 이름을 본 따 ‘베트’라고 지어 주었고, 베트는 어린 시절부터 연기와 노래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습니다. 대학에서 드라마를 전공한 베트 미들러는 1965년 단역 배우로 시작해, 1972년에는 가수로 데뷔했고, 이듬해 그래미 신인상을 거머쥐는 신예로 급부상했습니다.
하지만 스케일이 컸던 데뷔 시절이 무색하게 1973년부터 1979년까지 내놓은 5장의 음반은 빅히트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러던 중 약물과용으로 27살에 요절한 여성 록커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더 로즈 (the rose)>의 주인공으로 발탁되면서 재기의 기회를 잡게 됩니다. <더 로즈>는 무대 위에서는 열정적이었으나 무대 뒤편에서는 외로웠던 여가수의 삶을 조명한 마크 라이들 감독의 1979년 영화입니다.
재니스 조플린의 삶을 돌이켜 볼 때 결코 쉽지 않은 배역이었음에도 훌륭히 소화해낸 베트 미들러는 세상을 떠난 가수의 재조명을 통해 새로운 스타 탄생이라는 역사의 교차로 한복판에 서게 되는 영광을 맞이하게 됩니다. 주인공으로 분한 베트 미들러는 영화의 주제곡 ‘더 로즈’도 직접 불렀습니다.
영화 <더 로즈>에서 혼신을 다한 열연으로 골든 글러브 여우주연상 수상과 더불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배우로서의 대성공과 ’The Rose’의 사운드트랙 앨범으로 두 번째 그래미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히트를 견인한 타이틀곡 ‘The rose’는 지금까지도 국내 올드 팬들에게 향수를 자아내는 명곡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2006년에는 남성 팝 그룹 Westlife가 불러서 다시 한번 큰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베트 미들러는 <더 로즈>에 이어 1980년 콘서트 영화 <디바인 매드니스>, 1982년 겜블러의 여자 친구로 분한 <징크스드> , 1988년 <비치스>에선 진한 우정을 나누는 중년의 여인으로,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포 더 보이즈>에서는 위문공연을 다니는 가수로 분하며 스크린을 누볐습니다. 특히 <비치스>의 사운드트랙 수록곡 ‘Wind beneath my wings’는 그녀에게 처음으로 전미 차트 정상 1위의 자리에 올려 주었고, 통산 세 번째 그래미상 트로피를 안겨 주었습니다. 이 곡이 실린 영화 <비치스>의 사운드 트랙 앨범 재킷 사진 속 피아노는 한국의 ‘YOUN CHANG(영창 피아노)’로 당시 국위선양을 했다는 뒷얘기도 있습니다.
데뷔 이후 15년의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된 베트 미들러는 안정되고 굵은 그녀의 보이스 색깔을 장점으로 완숙미를 드러내며 발매하는 앨범마다 골드나 플래티넘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이뤘습니다. 1990년 앨범 의 수록곡 ‘From a distance’는 걸프전이라는 당시 시대상황과 맞물려 미국 전역의 라디오 방송을 휩쓸었습니다.
90년대에 들어서도 그녀의 활동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91년 2차 세계 대전 영화인 의 사운드 트랙으로 골드를 기록했고, 다수의 영화 시스콤에 출연해 중년의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자신의 활동사를 연대순으로 정리한 [A View From a Broad]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한 베트 미들러는 가수이자 작곡가, 배우, 코미디언 등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끊임없이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또한 이른바 ‘소신 있는 목소리’로 대중의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시네마 토크] 유화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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