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딸의 싱글 맘이자, 1세대 이민자, 30대에 연기를 시작하여 지금은 연기자, 시나리오 작가, 그리고 영화감독으로 브리즈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라크 리 씨의 이야기입니다.
라크: 어렸을 때부터 배우의 길은 가고 싶었어요. 근데 주변에서… 돈을 못 번다, 너는 안 예뻐서 안된다, 이래서 저래서 안된다는 말을 엄청 많이 들었어요. 그 사람들이 이겼어요. 그 당시에.
리포터: 그 후 평범하게 영문과에 진학하시고, 졸업 후, 무역 회사에 취직했다고 하는데요. 그럼 호주에는 어떻게 오셨나요?
라크: 처음에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왔어요. 한국에서 탈출하고 싶었어요. 직장에 다녔는데. 근데 제가 한국 사상이랑 잘… 회사에서 눈치 봐야 하고 이런 게 너무 싫었어요. 또 한국 사람들은 나를 모르는 사람들도 하지 말라고 하는 말을 너무 많이 해요. 제가 그런 데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아무렇지 않았으면 괜찮았을 텐데… 비행기 표랑 몇 개월 살아남을 만큼 벌자마자 탈출했어요.
리포터: 어머니는 괜찮으셨어요?
라크: 저희 집은 딸이 셋이라서, 제가 둘째고요. 저 하나 없어져도 뭐… 하하.
리포터: 한국의 보이지 않는 제약들을 떠나 호주로 온 라크 씨는 우연한 기회에 연기의 길로 접어듭니다. 드디어 2015년 첫 연기를 하게 되는데요.
라크: 아는 사람이 헐리우드에서 연기를 하고 있었어요. 유명하진 않지만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연기만 할 만큼은 해요. 호주 연기자들을 위한 책도 썼는데… 그 당시에 제가 아기가 있었고… 그걸 보면서 너무 멋있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나는 옛날에 하고 싶었는데 남들이 너는 못해 이런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접었는데, 사실은 아기를 낳고 나니까… 더 깡이 세졌다고 해야 하나? 남들이 안된다고 하건 말건, 네가 뭔데? 이런 게 생겼어요. 그래서 한 번 해 볼까? 하고 시작했어요.
처음으로 세트장에서 연기를 했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사람들도 너무 좋고. 아. 이거 계속하고 싶다. 이런 맘이 생겼어요. 그래서 더 하고 싶어서 학원도 다니고.. 연기 학원도 다니기 시작하고, 오디션도 엄청 많이 보고…
리포터: 첫 역할 기억나세요?
라크: 기억나죠.
리포터: 어떤 역할이었나요?
라크: 창녀요. 하하하하.
리포터: 라인은 있었나요?
라크: 없었어요. 하지만 피처 엑스트라였어요. 진짜 운이 좋았어요. 일당도 많았고... 비행기 타고 아웃백으로 가서 찍었는데 여행 날짜에도 돈이 지급되고, 용돈도 주고 최고였어요.
리포터: 수많은 오디션 끝에 라크 씨는 드디어 ABC의 시리즈 Harrow에 조연으로 출연하게 됩니다. 하지만 곧 연기자라는 직업의 벽에 부딪히는데요.
라크: 브리즈번에서 연기자로 살아남기가 쉽지 않아요. 시드니도 마찬가지고.. 제 작품을 만들면서 깨달은 건데 역할이 그 사람에게 딱 맞는 건 운이 좋은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자산이 돼서 관객들을 데리고 올 수 없음 제 자리는 없어요. 연기자로만 살아남는 사람들이 있긴 있어요. 하지만 텔레비전에 많이 나오는 사람들 중에도 파트타임으로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리포터: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모두 파트타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라크: 그래서 제가 감독, 작가를 시작했어요. 제가 스스로 역할 주려고. 하하하.
리포터: 이게 바로 크리에이티브죠. 기업가 정신. 저는 그거 굉장히 좋게 생각하는데 자기가 자기 자리를 만들어서 일하시는 분들이 결국 자기가 원하는 만큼 일을 하시더라고요.
라크: 학원에 가면 넌 계속 쭉 하면 이룰 수 있어, 이런 말을 해 주시고, 저도 그렇게 열심히만 하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아요. 오디션 한 번 못 보니까. 돈은 벌어야 하는데. 저한테 주도권이 없다는 게 너무 좌절이 됐어요.
한 번은 팬을 모으면 캐스팅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유튜브에서 쿠킹 쇼도 했었어요. 그걸 하면서 제 작품이 너무 맘에 들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걸 계속 올려야 팬들이 따라오니까 작품 퀄리티는 계속 떨어지고… 제가 제 걸 보면서 쓰레기라고 생각했고. 안되겠다, 그래서 제가 글 쓰고 스스로 작품을 시작을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하면 제 주도권이 훨씬 더 커져요. 공부를 하다 보니까 (알게 됐어요.) 감독만 해도 주도권은 크게 없어요. 작가들이 주도권이 많아요. 왜냐하면 무슨 얘기를 할지 제가 정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쪽으로 공부를 많이 하고 있어요. 작가분은 팬이 없어도 기회가 많이 주어져요. 작품이 좋으면 회사에서 좋은 감독을 붙여줘요.

Brisbane based creator, Lark Lee Source: Supplied
리포터: 이렇게 2017년부터 스텔스 머더, 더 미팅 등의 단편 영화를 웹을 통해 공개해 온 라크 씨, 30대에 호주 영화계에 뛰어든 그녀는 어떻게 시작했을까요?
라크: 제 작품을 찍기 시작한 게 1년 반 정도 됐어요. 좋아하시는 분들이 더 보고 싶다고 하셔서 큰 힘이 됐고. 제가 좀 용감해요. 그래서 SBS랑 Screen Queensland 이런데 피칭도 해보고, 그러면서 더 배워야겠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그래야 이 사람들이 내 작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겠구나. 그래서 지금은 필름 스쿨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처음 찍었을 때는 저랑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어요. 연기자 친구들은 있었지만, 촬영 감독이나 크류는 하나도 없었고… 그래서 처음에 저랑 친구 된 사람들이 너무 고마워요. 아무것도 없는데 뭘 믿고 나를 도와주고… 제가 글을 써 가지고 연기자 친구들에게 보여주니까 몇몇 친구들이 제 시나리오가 엉망이었는데도, 와 웃기다 같이 해보자 이랬어요. 그런데 카메라는 없었죠. 그래서 어떻게 했냐면, 제가 카메라를 삼각대에 놓고, 버튼 누르고 들어와서 찍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같이 처음 했던 연기자가 제 친한 친구가 됐고, 그 친구가 자기 아는 카메라맨에게 그 작품을 보여줬고, 그 사람이 그걸 너무 재밌게 본 거예요. 그분이 도와줘서 찍은 것을 주변 프로들에게 조언을 받았어요. 그러고 나서, 다시 찍기로 했죠. 다행히 다 좋대요. 다행히 카메라맨 했던 친구가 시간 내서 자원해서 도와주겠다고… 같이 일하고 싶어 가지고. 그렇게 해서 처음 시작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죠. 그 작품이 <더 미팅>이에요.
리포터: 이렇게 자신의 영화를 제작하던 라크 씨는 웹 드라마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자신의 경험을 살려 만든 <페이지> 를 처음 미국 웹 컨텐츠 회사 Chopso에 판매하게 됩니다. <페이지>는 과거 남자 친구에게 상처를 받아 연애에 자신감이 없어진 페이지라는 30대의 동양 여성 이야기인데요. 호주에서도 시청 가능하다고 합니다.
라크: 연애할 때 보면 많은 분들이 불안불안해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도 저렇게 불안해하는구나 하는 걸 깨달으면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코믹하게. 재미있게. 거절 많이 당했죠. 다행히 촙소에서 받아줬어요, 우릴. 큰 금액을 받는 건 아니고요. 이걸 하면서 엄청나게 많이 배워서, 다음 것들은 더 잘 만들려고요.
리포터: 마지막으로 영화인을 꿈꾸는 분들에게 보내는 라크 씨의 조언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볼까요.
라크: 하세요. 그냥 하세요. 하시고 싶으면 쭉 하세요. 그리고 돈 벌이가 힘드시면 그냥 파트타임 하시더라도 쭉 하세요. 그리고 남들 조언을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시면 정말 어려워요. 연기나 작품, 글… 그거대로 다 생각해 보시고… 쭉 하세요.
그런데 옆에서 저를 생각해 주신다고 “너 이제 일자리 찾아야 하지 않아?” 이런 분들이 있어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굉장히 가슴이 아파요. 마치 넌 실패할 거 같아,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 말 들으면 정말 힘들어요.. 근데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은 이 분야에 계시는 분들 없거든요. 제 작품이 얼마나 좋은 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 말은 듣지 말고 그냥 하세요.
리포터: 일단은 그냥 해라.
라크: 네. 그런 사람들이 하는 말에 좌절하지 마세요.
리포터: 그리고 자기 분야에서 들려오는 조언에는 귀를 기울이고, 자기 분야 아닌 사람들이 모르고 하는 이야기는 그냥 넘어가고. 그럼 앞으로 라크 씨께선 10년 후에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요?
라크: 국제 시장에서 계속 일하는 영화인이 되어 있는 게 꿈이고요. 사람들이 겉으로 말못 하고 속으로 겪고 있는 고통들 있죠, 그런 것들에 대해서 얘기 많이 하고 싶어요. 남들이 비판해서… 눈치 안 봐도 되는데 눈치 봐야 돼서… 저도 살면서 힘든 시간을 많이 겪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그런 걸 안 겪어도 되게… 그렇게 비평을 당해도,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힘 되는 작품들을 많이 찍고 싶어요. 그리고 여성들에게 힘이 되는 작품들을 많이 찍고 싶어요. 제가 여자라서 저를 소중하게 하지 않고, 여자라서… 이런 게 평생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쪽에 우리 여자들도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게 한 획 긋고 싶습니다.
리포터: 영화라는 모험적인 직업을 갖게 되면서 라크 씨는 어려운 것은 있지만 힘든 것은 없다고 하셨는데요. 라크 씨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제 스트레스까지 날려 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남들 눈치, 안된다는 말 때문에 접어버린 생각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우리가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된 적은 없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인터뷰였습니다. 호주의 당당한 영화인으로 라크 씨의 이름을 더 많이 들을 수 있길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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