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Coachman ( Mabu,1961): Korean Classic Film Source: Getty Images
올해로 한국영화 100년을 맞았습니다. 한국영화의 시작은 조선 최초의 영화로 인정받는 '의리적 구토'가 단성사에서 처음 상영된 1919년 10월 27일을 기점으로, 2019년은 한국영화가 100년의 역사를 갖는 기념비 적인 해입니다.
한국영화 탄생 100년을 맞아 100인의 영화 전문가들이 한국영화 걸작 그 최고의 작품으로 1961년 강대진 감독의 ‘마부’를 꼽았습니다. ‘마부’는 60년대 유행하던 사실적인 서민드라마로 가족의 애환을 그린 한국가족 멜로드라마의 대표 고전입니다.
영화로 소통하는 코너 씨네마 토크에서는 5월 가정의 달 특집으로 5주에 걸쳐 가족애를 그린 한국 고전 걸작 들을 만나봅니다.
오늘 그 첫 시간으로 영화 '마부' 만나 보시죠.
자동차 산업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못했던 1960년대. 트럭 대신 마차가 주요 화물 운송 수단으로 쓰이던 시절입니다. 마차를 끄는 마부들은 말을 살 처지가 못돼 마주에게 말을 빌려 영업을 했고, 그날의 수입분을 매일 마주에게 가져다줘야 했습니다.
영화는 하루가 다르게 현대화로 치닫는 세상에 살지만 여전히 전근대적인 정체성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주인공 마부 춘삼과 네 남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을 통해 도시 서민들의 거칠고 가파른 삶을 눈물과 유머라는 두 가지 코드로 엮어냈습니다.
아버지 역의 김승호는 서민적 체취와 삶의 애환이 물씬 풍기는 그 시대의 전형적인 아버지상을 그려내 심금을 울립니다.
춘삼의 유일한 꿈은 아들이 고등고시에 합격하는 것. 늘 큰 아들을 자랑스러워합니다. 듬직한 맏아들 역에 신영균. 하지만 큰 아들 수업은 이미 세 번이나 낙방해 아버지 볼 면목이 없습니다.
큰딸 역에는 조미령입니다. 벙어리인 큰 딸은 늘 아픈 손가락입니다. 말을 못하는 큰딸 옥례는 툭 하면 남편에게 폭행을 당해 친정으로 쫓겨 옵니다.
한편, 막내딸 옥희는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마부의 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돈 많은 남자와 데이트에 나섭니다. 옥희 역에 통통 튀는 발랄함의 엄앵란입니다.
옥희가 상류층 남자와 차를 타고 데이트를 즐기는 사이, 말을 몰고 가던 아버지 춘삼과 우연히 마주치는 장면은 마차와 자동차를 대비시키면서 전근대와 근대가 공존했던 1960년대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여기에 허구한 날 도둑질과 싸움질만 하는 철딱서니 막내 대업은 춘삼의 삶을 그늘지게 만듭니다. 그나마 고시공부에 매달린 맏아들에게 모든 기대를 걸고 힘든 하루하루를 견뎌냅니다.
고달픈 삶이지만 춘삼의 마음에는 큰 아들의 고시 합격 다음으로 또 하나 희망이 있습니다.
일찌감치 아내와 사별한 춘삼은 마주댁에서 식모 생활을 하는 과부 황정순에게 호감을 품고 있는건데요. 수원댁은 춘삼이가 아침·저녁으로 마주댁에 들를 때마다 그의 소박하고 성실한 사람됨에 호의를 가지고 위로하며 따뜻하게 대합니다.
두 사람은 함께 영화 관람까지 하면서 서로에 대한 호감을 확인하는데요.
그런데 하필 같은 극장에 딸 옥희가 들어옵니다. 난처해진 춘삼과 수원댁, 급히 극장을 떠나는데.. 이번에는 식당에서 큰아들과 마주치게 되네요.
춘삼이 수원댁과 자식들 몰래 데이트를 하면서 겪게 되는 이 난처한 상황은 관객들에게 풋풋한 웃음을 선사합니다. 당대 최고의 배우라고 할 수 있는 김승호와 황정순이 펼치는 훈훈한 로맨스는 영화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영화 후반부에 춘삼과 그의 가족은 점점 더 절망적인 상황으로 치닫게 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잊지 않습니다.
언제 사라질지 모를 일자리와 자식들의 불투명한 미래 속에서 살얼음 같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아버지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끝에 해피엔딩을 맞게 되는데요.
공고문이 나붙은 중앙청(광화문) 광장. 마차를 끌며 발표를 보러 간 수업은 명단에 또렷이 적힌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확인합니다. 그때 뒤에서 수업을 부르는 춘삼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합격 사실을 확인한 두 부자는 길 위에 쓰러져 감격의 포옹을 나눕니다.
눈물 속에 서로를 격려하는 두 부자. 이때 수원댁이 찾아오고, 옥희와 대업도 달려와 기쁨을 함께 나눕니다. 수업은 수원댁을 향해 “오늘부터 저희들의 어머니가 되어주세요.”라고 말합니다.
춘삼과 아들 딸, 수원댁이 서로서로 팔짱을 끼고 의지하여 걸어가는 아름다운 가족 뒤로 축복이라도 하듯 하늘에서는 때마침 흰 눈이 펑펑 쏟아집니다.
마부’는 한국영화 역사상 세계 영화제에 최초의 수상 기록을 올린 작품이기도 한데요. 전후 피폐해진 1960년대 초의 한국의 시대상을 탁월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되며, 1961년 세계 3대 영화제의 하나인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특별 심사위원상 은곰상을 수상했습니다.
‘가난했지만 사람냄새가 살아있던 시절의 이야기.
가정의 달 5월 특선 한국 고전 걸작, 영화 ‘마부’를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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