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영화’라는 언어입니다(I think we use only one language, Cinema).”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5일(현지시각)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뒤 이처럼 소감을 밝혔습니다. 골든글로브 사상 한국영화가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세계 영화산업의 중심 할리우드에 우뚝 선 봉준호 감독은 또 “자막(서브타이틀)의 1인치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며, 언어장벽을 허문 수상 소감으로 큰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기생충’은 지난해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66회 시드니 영화제'에서 최고상 수상 등, 전세계 유명 영화제 및 시상식에서 수상 행렬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전미평론가협회에서 작품상, 각본상을 받는 등 미국 내 여러 협회 및 조합상을 휩쓸고 있습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개최된 호주아카데미 시상식(AACTA)에서는 여러 경쟁 작들을 제치고 작품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세계 곳곳에 만연한 자본주의와 계급 격차의 병폐에 대한 풍자를 담은 <기생충>는 모두의 공감을 샀습니다. 북미에서만 2390만달러 넘게 벌어들였고, 세계에서 1억2600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흥행면에서도 대성공을 이뤘습니다. 영화의 대박 흥행과 함께 영화 '기생충'의 기정이 ‘독도는 우리땅’ 음에 맞춰 부른 '제시카 송'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기생충>의 수상 소식 뿐 아니라 한국계 배우 2년 연속 수상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나왔습니다. 동양인 최초로 영화 부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아콰피나(Awkwafina)가 단연 화제에 올랐는데요, 1988년 뉴욕에서 한국계 어머니와 중국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 배우 겸 래퍼 아콰피나는 룰루 왕 감독의 'The Farewell'로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영화 부문에서 아시아계 배우가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처음으로, 지난해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는 TV시리즈-드라마 부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아콰피나에게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겨준 '페어웰'은 암선고를 받은 할머니를 보기 위해 결혼식을 가장해 모여든 중국계 이민자 가족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코미디입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아콰피나는 "미국에는 많은 이민자 자녀들이 살고 있으며, 그들은 자신을 미국인처럼 느끼며 자랐다"며 "나의 배경이 있는 곳에 갔을 때, 그곳에 속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고 이민자로서의 복잡한 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아콰피나'라는 예명은 고등학생 때 생수 상표에서 따와 스스로 지은 것인데, 당시 예명 후보로는 '김치찌개'도 있었다고 합니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ollywood Foreign Press Association)가 주관하는 영화, TV 시상식입니다. 영화의 경우 뮤지컬, 코미디 및 드라마 부문으로 나뉘어 작품상, 감독상, 남녀 주연상 등을 시상합니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아카데미 시상식 한 달 전에 열리고, 아카데미 수상 결과와도 비슷할 때가 많아 ‘아카데미 전초전’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아카데미 오스카 시상식에 더 관심을 갖지만 상업적인 성과보다는 작품성을 위주로 보는 점에서 볼 때 골든 글로브를 더 높게 평가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매해 골든 글로브 시상식을 통해 거둬드린 수백만 달러 이상의 수익은 비영리 단체에 기부됩니다.
이번 ‘골든 글로브’에는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들이 상을 휩쓸며 많은 환호를 받았습니다. 영화 ‘아메리칸 뷰티’로 화려하게 데뷔한 샘 멘데스 감독이 20년 만에 ‘골든 글로브’ 두 번째 감독상을 품에 안았습니다. 샘 멘데스 감독의 신작 ‘1917’은 이번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드라마 부문)과 감독상 2관왕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1917’은 독일군의 함정에 빠진 아군을 구하기 위해 적진을 뚫고 전쟁터 한복판을 달려가는 두 영국 병사가 하루 동안 겪는 사투를 그린 영화로, 제1차 세계대전을 그대로 재현해 사실적인 현장감과 몰입감이 압도적이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신작이자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화제가 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골든 글로브’에서 무려 3개의 상을 휩쓸었습니다. 1969년 미국 할리우드의 한물간 액션 스타 와 그의 대역 배우의 이야기입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각본상과 작품상(뮤지컬/코미디 부문), 브래드 피트의 남우조연상까지3관왕에 올랐는데요. 비록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남우주연상 수상은 불발됐지만 영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 이후 6년 만에 재회한 타란티노 감독과 디카프리오의 시너지는 ‘골든 글로브’ 3관왕이라는 성적으로 다시 한번 입증됐습니다.
영국의 전설적인 가수 엘튼 존의 음악 인생을 다룬 ‘로켓맨’도 두 개의 상을 품에 안으며 올해 최고의 음악 영화임을 증명했습니다. ‘로켓맨’은 태런 에저튼이 남우주연상(뮤지컬/코미디 부문)을 받은 것에 이어, 엘튼 존이 직접 부른 사운드트랙 ‘아임 거너 러브 미 어게인(I’m gonna love me again)’이 음악상을 수상하며 2관왕을 차지했습니다. 찬반 논란의 극명한 대립을 불러 일으킨 화제의 영화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는 드라마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제 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선 배우들은 지구 온난화·기후변화로 역대 최악의 산불 재난을 겪고 있는 호주인을 돕자고 호소하며, 환경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 세계인들을 주목 시켰습니다.
<라우디스트 보이스>로 ‘남우주연상-미니시리즈·TV 영화 부문’을 수상했지만 호주에서 가족과 함께 있느라 시상식에 불참한 러셀 크로우는 제니퍼 애니스톤을 통해 “우리는 유일하고 놀라운 지구를 존경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더 행동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가 있다”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고, 이날 쇼를 진행한 리키 거바이스는 청중들에게 “호주에 기부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시네마 토크 오늘은 제 77회 골든글로브 새 역사를 쓴 봉준호 감독<기생충>의 외국어영화상 수상소식과 함께 시상식 이모저모를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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