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토크] 21세기 흑백 무성영화의 반란, 아카데미 5관왕 ‘아티스트 (2012)’

Oscars 2012: how The Artist won the Academy Award for best picture

Oscars 2012: how The Artist won the Academy Award for best picture Source: Getty Images

무성영화 스타에서 한 순간에 몰락하게 된 조지, 유성영화계의 스타로 떠오른 페피. ‘조지’와 ‘페피’는 각각 무성과 유성영화 시대를 상징하는 하나의 대상으로 영화는 이들의 로맨스를 통해 무성영화의 흥행과 퇴보,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시대의 역사적 사실과 가치를 토로한다.


골든글로브에서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2012 년 수많은 상들을 휩쓸며 가히 최고의 영화임을 입증받은 ‘아티스트’는 아이러니하게도 21세기를 무색케 하는 흑백 무성영화입니다.

제 84회 아카데미 총 10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프랑스 영화 '아티스트'는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감독상, 음악상, 의상상 등 5관왕에 오르며 아카데미 역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영화 '아티스트'의 배경이 된 1920년대는 무성영화의 황금기이자 할리우드의 전성기였습니다.  당시 쏟아지듯 나왔던 수 많은 영화들은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었고, 이와 함께 출연한 배우들도 시대를 풍미하며 명성을 날렸습니다. 

무성영화 시대의 수퍼스타 조지 발렌틴의 영화가 개봉하는 날, 두 주인공은 영화시사회에서 우연처럼 만납니다. 떨어뜨린 펜을 줍다가 인파에 밀려 조지의 옆자리로 튀어나오게 된 페피. 갑자기 등장한 낯선 여인에 모두 어리둥절하는 사이 페피는 이 순간을 기회삼아 조지에게 다정히 볼 키스하는 포즈를 취하는데요.

그리고 그 사진은 ‘유명 배우와 함께한 그녀는 누구인가? ‘Who’s That Girl’이라는 제목으로 이튿날 발행된 버라이어티지에 대서특필됩니다. 무명의 단역배우 페피는 하루 아침에 일약 스타가 됐습니다.
영화 '아티스트'는1920년대 말부터 1930년대 초 무성영화가 전성시대를 보내고 유성영화의 등장으로 쇠퇴하기 까지를 그리고 있습니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던 시기의 배우 조지 발레틴 역에 프랑스 명배우 장 뒤자르댕이 열연했고, 프랑스 출신감독 미셸 아자나비슈스가 연출을 맡았습니다.  여주인공 페피 밀러역의 베레니스 베조는 유독 미셸 감독과 함께한 작품이 많은데, 두 사람은 부부 사이라고 합니다.

본격적인 유성 영화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때부터 이미 무성영화의 스타로서 모든 것을 다 이루었던 조지와 새롭게 영화에 등장하기 시작한 페피의 운명은 엇갈리기 시작합니다. 

유성영화 출연을 설득하는 제작진에게  “영화에 소리는 필요하지 않다”며 영화사를 박차고 나온 조지는 필생의 역작을 만들겠다며 자비를 들여 야심차게 영화를 찍습니다.

그와 동시에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승승장구하던 페피도 자신의 애교점을 소재로 한 영화를 찍는데, 그러나 사실 그 애교점은 그녀가 조지의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할 때 생긴 것으로, 분장실에 몰래 들어온 페피를 본 조지는 그녀를 혼내는 대신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게 필요할 것’ 이라며 마릴린 먼로 처럼 입가에 점을 찍어주었던 겁니다.

그러한 우여곡절이 있는 두 영화는 같은 날 개봉하게 되고, 사람들은 주저없이 페피의 영화를 선택합니다. 자신의 처참한 현실을 실감하게 된 조지는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고 설상가상 대공황까지 겹쳐 파산지경에 이릅니다. 아내도 떠나고 충직한 운전사도 떠나고 애견 어기(Uggie)만이 그의 곁을 지킵니다.

유성영화 시대를 연 할리우드에서 차세대 스타로 승승장구하는 페피는 인기를 모아갈수록 무명시절 자신을 따뜻하게 배려해줬던 조지가 몰락해가는 모습을 안쓰러워 합니다. 급기야 우울증으로 자살까지 시도하는 조지를 보살피며 연민은 차츰 사랑으로 발전합니다.

3D도 모자라서 오감으로 영화를 체험할 것을 독려하는 4D까지 나오는 지금의 디지털 시대에 '아티스트'는 흑백에 무성영화로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더구나 화면비율도 시네마스코프 등장 이전의 TV비율인 4:3 입니다.  그야말로 형식까지 그대로 무성영화 시대의 영화를 재현한 셈인데요. 예고없이 영화를 접한다면 1930년에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수준으로 영화는 완벽하게 당시의 요소를 갖췄습니다.

영화의 깨알같은 재미는 인물들의 풍성한 얼굴 표정과 춤추듯 이어지는 슬랩스틱, 여기에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 또한 대사 없는 영화에 옷을 입히며 지루할 틈을 없앴습니다.

무성영화 스타에서 한 순간에 몰락하게 된 조지, 유성영화계의 스타로 떠오른 페피. ‘조지’와 ‘페피’는 각각 무성과 유성영화 시대를 상징하는 하나의 대상으로 영화는 이들의 로맨스를 통해 무성영화의 흥행과 퇴보,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시대의 역사적 사실과 가치를 토로합니다.

영화의 결론은 역시 마지막에 있었습니다. 페피가 출연하는 유성영화에 조지가 등장해 함께 탭댄스를 춤으로써 그동안 두 사람이 겪었던 감정의 혼란은 교감으로 마무리됩니다.
'아티스트'에 대사가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 장면, 조지와 페피가 영화 촬영 중 댄스 장면에서  감독이 “컷!”하고 외친 후 “한번만 더 해볼까요”라고 요청하자 조지는 “기꺼이(With pleasure)”라고 비로소 첫 말문을 뗍니다.

무엇보다 ‘한번만 더’ 라는 첫 유성 대사에 조지는 자신의 음성으로 기꺼이!라고 응답하는 것은  결국 무성영화와 유성영화의 간극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극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닐까요.

2013년 2월 23일 '아티스트'가 KBS1 명화극장에서 방송되었을 때, 마지막으로 나오는 대사는 한 줄 밖에 없었기 때문에 더빙을 하지 않고 자막 처리했다고 합니다.

영화 속 조지와 달리 실제 무성영화 스타들은 대부분 유성영화의 도래와 함께 퇴물 취급을 받거나 뮤지컬의 전성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사라졌습니다.  그런 면에서 '아티스트'는 무성영화 스타들의 퇴영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볼 때 일종의 판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2년 아카데미 5관왕을 차지하며 최다 수상 기록을 남긴 <아티스트>는 아카데미 역사상 두 번째로 작품상을 수상한 무성영화로 기록됩니다.  1929년에 시작된 아카데미 시상식 첫 해에 클라라 보우와 게리 쿠퍼가 출연한 무성영화 ‘날개(Wings)’가 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아티스트'를 보고 나면 일상이 너무 시끄럽고 번잡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고즈넉하고 클래식한 흑백영화가 그리울 때, 무성 영화의 미학에 빠져보고 싶을 때 추천하는 영화 'The Artist(2011)'시네마 토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유화정이었습니다.

상단의 팟캐스트를 클릭하시면 전체내용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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