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의 후보작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기생충>은 오늘 2월 9일 개최되는 제92회 오스카의 주요 부문으로 손꼽히는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각본상, 국제영화상, 미술상, 편집상 총 6개 후보로 선정됐습니다.
영화 ‘기생충’에서 보여준 한국의 가족 정서 문화가 세계인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면서 한국적인 스토리텔링이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애니메이션 명가 디즈니 픽사에서 한국인 가족을 주인공으로 한 단편 애니메이션 ‘윈드’를 선보여 화제를 낳았습니다.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로 미국에서 공개된 ‘윈드’는거대한 싱크 홀에 빠진 채 오랫동안 살아온 할머니와 손자가 저 멀리 빛이 보이는 지상 세상으로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으로 가족애와 헌신을 감성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재미 한인 동포 픽사 애니메이터 장우영 감독의 작품입니다. 거대한 싱크홀에 빠진 할머니와 손자, 떠다니는 것은 쓰레기와 고물밖에 없지만 할머니의 희생과 사랑으로 저 멀리 빛이 보이는 바깥세상으로 탈출을 꿈꿉니다.
장우영 감독이 실제 자신의 친 할머니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으로 ‘윈드’는 할머니의 실제 사진을 바탕으로 픽사 특유의 정교한 컴퓨터 작업을 거쳐 사실적인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해냈습니다. 짧은 파마머리와 수더분한 옷차림의 할머니는 우리 주변의 보통 한국 할머니 모습 그대로이고, 보자기에 담긴 도시락에서 고구마를 꺼내 먹는 장면에는 우리네 할머니들의 진득한 정이 녹아 있습니다.
장우영 감독은 현지에서의 한 인터뷰에서 “할머니는 6.25 전쟁 때 북한 평안북도에서 아들 넷을 데리고 남한으로 피란 오셨고, 이후 아버지가 할머니를 떠나 미국으로 이민 와 어느 정도 정착하게 되면서 할머니를 모시며 살수 있었다"라며 자신의 가족사를 담은 작품의 취지를 전했습니다. '윈드'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와 설정을 지니고 있지만, 할머니와 손자로 대변되는 가족애를 역동적인 애니메이션으로 담아내면서 그 안에 담겨진 이민 가족의 희생과 역경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표현하였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시골 마을. 군복을 입은 한 아이가 전쟁놀이에 한창입니다. 아이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오는 기차. 그리고 기차가 싣고 오는 탱크들.
6.25한국전의 상흔을 동심의 세계로 그린 단편 애니메이션 ‘버스데이 보이(Birthday Boy)는 2005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영화상 후보에 올라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화제작으로, 호주 한인동포 박세종 감독이 호주 국립 영화학교AFTRS(The Australian Film Television and Radio School)로부터 단돈150만원을 지원받아 만든 저예산 애니메이션입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마을에서 혼자 전쟁놀이를 하는 주인공 만욱이의 일상의 모습과 자신의 생일에 맞춰 배달된 소포를 열어보며 즐거워하는 동심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아픔을 겪는 당시 한국인의 모습을 역설적으로 천진난만한 아이의 하루를 통해 밝고 잔잔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전쟁놀이를 하다 들어온 만욱은 문가에 놓인 소포를 자신에게 온 생일선물로 알고 열어보는데, 생일 선물인 줄만 알았던 그 안엔 아버지의 유품이 들어 있습니다. 아버지의 낡은 군번줄을 목에 걸고 커다란 군화를 신고 막대기를 총 삼아 걸어가는 만욱이의 뒷 모습에서 전쟁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겨주는 가에 대한 물음표를 던집니다.
Full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10분 분량의 ‘버스데이 보이’는 3D애니메이션을 사용했지만 기계적인 차가움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손으로 한 장 한 장 그린 듯한 실사체의 캐릭터가 사실감을 더해줍니다. 실사처럼 사실적인 아이의 표정묘사와 카메라 워킹이 뛰어난 작품으로 격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카데미 이전 영국 영화·TV예술아카데미상(BAFTA)시상식에서 최우수 단편 애니매이션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버스데이 보이’는 비록 아카데미시상에는 실패했지만 이란 테흐란 애니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 부천 국제 학생 애니메이션페스티벌 대상, 등 각종 권위 있는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상행진을 이어가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Birthday Boy: 2005 Oscar-nominated animated short film Source: Getty Images
2004년 부산 국제영화제 상영과 함께 한국 전역에서 개봉된 ‘버스데이 보이’는 한국을 대표하는 우수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선정돼 ‘축 생일’이라는 제목의 그림책(문공사)으로 출판되기도 했습니다. 호주에서 DVD로 발매된 '버스데이 보이'는 한국어 더빙과 함께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일본어를 지원하는 자막과 스토리보드, 주인공 만욱의 3D작업 과정, 아트 프로덕션, AFTRS 홍보영상 등이 실렸습니다.
한국 가족 정서를 한국적 스토리텔링으로 구성한 화제의 애니메이션 ‘윈드(2019)’와 ‘버스데이 보이(2004)’를 차례로 만나봤습니다. 시네마토크 유화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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