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인: '50년 국민 간식' 바나나맛우유…단지 모양, 문화유산 되나?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용기와 달항아리

한국 전통 달항아리(국립박물관소장)를 닮은 50년 인기 국민 간식 '바나나맛우유' 용기

출시 50년이 넘은 국민 간식 바나나맛우유가, 한국전통도자 달항아리를 닮은 단지 모양 용기의 생활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입니다.


Key Points
  • 50년 사랑받은 국민 간식, 바나나맛우유 용기 문화유산 등재 추진
  • 한국 전통 도자기 달항아리에서 영감받은 디자인, 생활사적 가치 부각
  • 1974년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약 95억 개, 하루 80만 개가 팔리는 K-간식
  • 한국적 감성과 맛으로 세계인의 입맛 사로 잡아…현재 30여 개국에서 판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사랑받는 간식들이 있습니다. 초코파이와 함께 ‘국민 간식’으로 불리는 음료, 바로 '바나나맛우유'도 그 중 하나죠. 마트에서 한 번쯤은 집어봤을 만큼 우리에게 참 익숙한 음료입니다.

반세기 넘게 우리 곁을 지켜온 바나나맛우유는 이제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판매되며, 당당히 K-음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 바나나맛우유가 또 다른 이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그 독특한 용기 디자인이 ‘문화유산’ 등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건데요.

바나나맛우유가 문화유산으로 주목받게 된 배경과 그 속에 담긴 의미 살펴봅니다.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홍태경 PD: 와! 빙그레 바나나맛우유가 어느새 반 백살이 됐네요.

유화정 PD: 그러게요. 바나나맛우유와 함께 자란 세대라면, 괜히 빙그레 미소 지어지지 않을까요? ‘같이 나이 들어간다’는 생각에 정감도 가고요.

홍태경 PD: 바나나맛우유 50주년을 기념하는 책자가 최근 출간됐다고요? 이 소식부터 먼저 짚어볼까요?

유화정 PD: 네, 빙그레가 자사 장수 브랜드인 바나나맛 우유 출시 50주년을 기념해 ‘단지, 50년의 이야기’라는 브랜드북을 출간했습니다. 초록색 표지 가운데 노란 색 단지 모양이 음각으로 새겨진 모습이 단번에 눈에 들어오는데요. 마치 책속에 바나나맛우유 하나가 들어 있는 느낌입니다.

책은 바나나맛우유의 탄생부터 전국민에게 사랑받아온 지금까지의 여정을 빙그레 신입 마케터의 일기 형식으로 독특하게 풀어내고 있는데요. 바나나맛우유의 개발일지와 함께 패키지에 담긴 디자인적 요소, 마케팅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소비자들의 추억까지… 바나나맛 우유와 그 50년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담아냈습니다.

홍태경 PD: 저희가 컬처인에서 반세기동안 해외로 퍼진 한국의 '정(情)' 이라는 타이틀로 K-스낵 초코파이의 50년 역사도 돌아봤었는데요. 초코파이는 미국 채터누가 베이커리의 파이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걸로 알려져 있죠. 그렇다면 바나나맛우유는 어떻게 시작된 걸까요?

유화정 PD: 1970년대, 아마 기억하시는 분들 계실텐데요. 당시 정부는 국민의 식생활 개선과 낙농 산업 진흥을 위해 전국민 우유 마시기 운동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범국민적 캠페인에도 우유 소비는 크게 늘지 않았는데요.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우유의 비릿한 맛이 한국인의 입맛에는 썩 당기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특히 어른들의 입맛에는요.

이런 배경 속에서 빙그레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우유 개발에 나서게 됩니다. 연구팀은 ‘소비자들이 궁금해하고, 맛있다고 느낄 수 있는 우유’를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았는데요. 그 과정에서 한 연구원이 동생의 생일 선물로 바나나를 사주기로 했는데, 시간 안에 백화점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하게 되고, 이 일화가 계기가 돼 ‘바나나맛 우유’라는 아이디어가 싹트게 됩니다.

홍태경 PD: 흥미롭네요. 70년대, 당시 바나나는 꽤나 귀한 고급 과일이었잖아요? 바나나를 먹어보기는 커녕, 바나나를 구경조차 못한 사람들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유화정 PD: 맞아요. 당시 직장인 월급이 보통 3~4만 원 정도였는데, 바나나 한 관에 2천 원 가까이 했다고 하니 정말 고급 과일이었죠. 바로 그 ‘고급스러움’이 제품 기획의 핵심 포인트가 됩니다.

연구진이 어렵게 바나나 한 송이를 구해 직접 맛을 봤더니, 사과나 배처럼 아삭하진 않지만 달콤하고 부드러워서 우유와 정말 잘 어울리겠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합니다.
결국 이렇게 탄생한 바나나맛우유는 남녀노소 입맛을 사로잡으며, 50년간 꾸준히 사랑받는 국민 음료가 됐죠. 아이들에게는 놀이터에서 놀다 지쳤을 때 마시는 달달한 간식이었고, 어른들에게는 부드러운 효자 간식이 되어주었습니다.

홍태경 PD: 어릴 적부터 늘 곁에 있었던 이 음료, 아마 각자 나름의 추억들이 있으실 텐데요. 옛날엔 목욕탕에서 목욕하고 나오면 꼭 하나씩 사 먹던 아이템으로도 인기였죠.

유화정 PD: 어릴 적 소풍 도시락에 늘 따라오던 음료라는 분도 있고요. 입맛 없을 때 병원에서 마셨던 기억, 군부대 매점 인기템이었다는 얘기까지.. 바나나맛우유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서, 그 시절의 감성을 담고 있는 추억의 맛입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기차역, 열차 내 카트에서도 빠지지 않는 스테디셀러죠.

지금도 하루 평균 100만 개씩, 1초에 12개씩 팔리고 있습니다. 요즘은 딸기, 메론, 커피 등 다양한 맛이 있지만, 역시 최고는 뭐니 뭐니 해도 오리지널 바나나맛우유죠. 1974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무려 95억 개 이상 팔렸다고 합니다.

홍태경 PD: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네요. 그리고 더 흥미로운 건, 바나나맛우유가 이제는 국내를 넘어 K-음료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이죠?

유화정 PD: 맞습니다. 2004년부터 수출을 시작해 현재는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 베트남, 중동 국가 등 30여 개국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K-드라마나 K-뷰티 등 한류 콘텐츠 못지않게 한국적 감성과 맛으로 해외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데요. 뿐만 아니라 특히 한국으로 여행 오는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한국 가면 꼭 먹어야 하는 우유” 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홍태경 PD: 한국인의 추억의 음료가 세계인의 음료가 된 거네요. 그리고 달콤한 맛을 떠나 바나나맛우유하면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다름 아닌 배불뚝이 모양의 귀여운 용기죠. 학생들 사이에선 일명 ‘뚱바’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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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맛우유 용기 디자인 히스토리 1980년대 / 빙그레
유화정 PD: 네. 바나나맛우유는 1974년 첫 출시 이후 로고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지만, 그 독특한 단지 모양 용기는 지금까지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 ‘단지’ 용기, 사실 출시 당시 고급 제품의 이미지를 담기 위해 디자인된 거였는데요. 개발팀이 용기 모양을 고민하다가 도자기 박람회를 찾았고,거기서 전통 항아리를 보고 단번에 이거다! 싶어 정하게 된 모양이라고 합니다.

홍태경 PD: 그 시절 우유 용기라고 하면 대부분 유리병이나 삼각형 모양의 비닐팩이었잖아요. 바나나맛 우유는 용기 자체도 뭔가 확실히 차별화된 느낌이 있었네요.

유화정 PD: 정확한 지적입니다. 당시 주류를 이루고 있던 유리병이나 비닐 팩과는 다른, 폴리스티렌 소재의 독특한 용기를 도입하면서 차별화를 꾀한 거죠. 하지만 달항아리 형태를 구축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용기들에 비해 제작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갑니다.

흔히 사용하는 사출이나 압착 방식이 아닌 분리된 상, 하컵을 고속 회전시키면서 생기는 마찰열로 접합하는 방식이기 때문인데요. 현재 이런 용기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서 빙그레 하나뿐이라고 합니다. 이 희소 가치로 빙그레는 2016년, 이 용기의 형태 자체를 상표권으로 등록했습니다. 단지 모양이 곧 브랜드 정체성이 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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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맛우유 용기 디자인 히스토리 1990~2000년대 / 빙그레
홍태경 PD: 결론적으로 ‘단지 모양’이야말로 바나나맛우유의 오리지널리티라고 봐도 되겠네요. 그런데 최근 이 용기가 국가등록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으로 화제가 되고 있죠?

유화정 PD: 우리가 늘 마시던 평범한 음료가 문화유산이 될 수 있다니, 좀 생소하게 느껴지실 수도있는데요. ‘국가등록문화유산’은 제작된 지 50년 이상 지난 근현대 문화유산 가운데, 원형이 잘 보존돼 있고 실체가 존재하는 것들을 대상으로 지정됩니다. 최근에는 문화유산의 해석 범위가 넓어지면서, 이런 일상 속 물건들도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유산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부터 새로 시행된 예비문화유산 제도를 통해, 이런 생활 유산들도 미리 보호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등재 전 단계인 예비문화유산으로 먼저 지정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다음, 공식 등록문화재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홍태경 PD: 바나나맛우유는 출시된 지 벌써 50년이 넘었으니, 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는 기본 요건은 갖춘 셈이네요. 그렇다면, 문화유산으로서 주목받는 이유는 한국 전통 도자기 ‘달항아리’를 닮은 바로 이 ‘디자인’ 때문일까요?

유화정 PD: 실제 둥글고 부드러운 곡선미, 짧은 목과 풍만한 하단의 형태가 전형적인 달항아리의 이미지와 닮아 있습니다. 참고로, 전통 달항아리는 반구형의 두 개의 부분을 위아래로 맞붙여 만드는 방식인데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바나나맛우유 용기도 사출이 아닌 상·하 컵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닮아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디자인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디자인 안에 한국인의 정서와 감성, 그리고 공통의 추억이 녹아 있다는 점에서 더 큰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단지 모양 용기만 봐도 누구나 어린 시절의 기억 하나쯤은 떠올릴 수 있잖아요. 그 자체가 바로 문화유산이 되는 이유가 되는 거죠.

홍태경 PD: 디자인과 상징성은 물론, 국민적 정서까지 담고 있는 ‘생활사적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되고 있다.. 정말 흥미롭네요. 단순한 제품을 넘어 하나의 문화 자산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물론 아직 등재가 확정된 건 아니고요. 현재는 등록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추진 단계에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사례를 통해서, 우리가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물건들 속에도 충분히 문화적 의미가 담겨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죠.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대전의 성심당 빵이나, 우리에게 익숙한 모나미 볼펜도 등록 가능한 근현대문화유산 후보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홍태경 PD: 문화유산에 대한 신선한 변화네요. 한국인의 삶과 함께 해온 친숙한 음료, '바나나맛우유'. 그저 달콤한 간식이 아니라 문화의 한 조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친숙한 음료의 또 다른 얼굴, 문화유산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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