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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10주년…다음 세대에 건네는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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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건립 10주년 기념 행사. Credit: SBS Korean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건립 10주년을 맞아 피해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한 기념행사가 애쉬필드 연합교회에서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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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BS Korean Program

Presented by Sophia Hong

Source: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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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건립 10주년을 맞아 피해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한 기념행사가 애쉬필드 연합교회에서 열렸습니다.


Key Points

  •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건립 10주년 기념행사, 애쉬필드 연합교회서 개최
  • 피해자 가족과 지역사회·뉴질랜드 활동가 참석…기억과 연대의 의미 되새겨

시드니 도심에서 서쪽으로 약 8킬로미터 떨어진 애쉬필드 연합교회.

교회 옆 작은 공간에 자리한 평화의 소녀상 주변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소녀상과 나란히 놓인 빈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는 사람, 소녀상의 얼굴과 손을 가만히 바라보는 사람, 그리고 10년 만에 다시 이곳을 찾은 사람들까지.

서로 다른 곳에서 온 참석자들이 이날만큼은 하나의 기억 앞에 함께 섰습니다.

애쉬필드 지역의 원주민 스모킹 세레모니와 함께 시작된 이날 행사는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건립 10주년을 맞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전쟁과 여성 인권 문제를 오늘의 현실 속에서 다시 바라보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시드니에 세워진 남반구 최초 소녀상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2016년 8월 6일 건립됐습니다.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세워졌으며, 북미 이외 지역과 남반구에서는 최초라는 역사적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성남시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의 후원과 시드니 한인사회의 노력으로 제작됐지만, 소녀상이 지금의 자리를 찾기까지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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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당시 제막식. Credit: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연대

당초 스트라스필드 지역에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성사되지 못했고, 소녀상이 자리할 공간을 찾지 못하던 때 애쉬필드 연합교회의 빌 크루즈 목사가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Well, I saw that Strathfield Council had said no, and I was outraged. And so I contacted the people and said, ‘Put it in my church. We’ll do it here.’ What happened to the Korean women was wrong, and it has to be recognised, remembered and apologised for.”

스트라스필드 카운슬이 소녀상 설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큰 문제의식을 느꼈다는 크루즈 목사.

그래서 관계자들에게 직접 연락해 “우리 교회에 세우자”고 제안했다고 말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이 겪은 일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며, 반드시 인정하고 기억하며 사과해야 할 역사라고 강조했습니다.

지역사회의 일원이 된 소녀상

그렇게 애쉬필드 연합교회에 영구적인 자리를 마련한 소녀상은 지난 10년 동안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조용히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크루즈 목사는 추운 겨울이 되면 이 지역의 노숙인들이 소녀상에게 목도리를 둘러주고 모자를 씌워준다고 전합니다.

“It means an enormous amount to our community. In the winter, when it gets cold, the homeless people around here put a scarf around her and a bonnet on her head to keep her warm.”

추운 날 소녀상을 걱정해 목도리와 모자를 챙겨주는 사람들.

소녀상은 이제 무료 급식을 위해 교회를 찾는 사람들처럼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존재가 됐다는 설명입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홍사훈 전 KBS 기자 역시 소녀상을 10년 동안 지켜온 한인사회와 지역사회의 노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여기 이역만리에서 정말로 소녀상에 대해서 이렇게 관심 갖고 계속 널리 알리는 부분, 이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저는 솔직히 말해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제가 함께하게 된 것을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홍 기자는 평화의 소녀상이 한인사회만의 상징에 머물지 않고 호주 사회와 정치권에도 인권의 의미를 전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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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서경 조각가, 빌 크루즈 목사, 윤미향 공동대표, 홍사훈 기자. Credit: SBS Korean

소녀상에 담긴 이야기

10주년 기념식에는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서경 작가도 함께했습니다.

10년 전 시드니를 찾아 직접 설치 과정까지 지켜봤던 김 작가는 다시 소녀상 앞에 서서, 조형물 곳곳에 담긴 이야기를 설명했습니다.

“소녀가 앉아 있는 모습으로 소녀상이 제작됐는데, 그 모습은 할머님들이 오랜 수요 시위를 하면서 앉아서 수요 시위를 하셨어요. 피해당했을 당시의 모습으로 앉아 있어도 일본이 반성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앉아 있는 소녀를 제작했습니다.”

소녀의 거칠게 잘린 머리카락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가족과 고향으로부터 단절된 아픔을 상징합니다.

어깨 위의 작은 새에는 자유와 평화의 염원, 그리고 세상을 떠난 피해자와 살아 있는 피해자를 이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습니다.

그리고 소녀상 옆에 놓인 빈 의자는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돌아가신 할머님들이 이 자리에 앉아서 우리와 함께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고요.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이 ‘왜 지금까지 수요시위를 하는 거지?’ 하는 의문을 가져보는 자리, 그리고 또 하나는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될까?’ 하는 숙제의 자리입니다.”

기억하고 행동하겠다는 약속

지난 10년 동안 소녀상을 지키며 기념행사와 교육 활동을 이어온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연대는 이번 행사를 통해 더 많은 호주 시민과 한인 동포들에게 소녀상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전은숙 활동갑니다.

“지금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분들이 한국에는 다섯 분밖에 남지 않으셨거든요. 그래서 이 역사가 잊히지 않도록 평화의 소녀상을 통해서 역사를 계속 기억하고, 미래 세대들이 전쟁이 없고 평화를 지킬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하는 교육의 장으로 저희 평화의 소녀상이 상징됐으면 좋겠습니다.”

전 활동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비극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무력분쟁이 이어지고 있고, 그 안에서 수많은 여성과 아동이 성폭력과 착취의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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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에 마련된 피해자 관련 스토리보드. Credit: SBS Korean

호주와 이어진 피해 생존자의 증언

일본군 ‘위안부’ 피해의 역사는 호주와도 직접 연결돼 있습니다.

네덜란드계 호주인 고 얀 뤼프 오헤른 할머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해 피해를 입었지만, 오랜 시간 자신의 경험을 가족에게조차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의 첫 공개 증언을 호주공영 SBS 방송을 통해 접한 뒤, 자신 역시 피해자였다고 세상에 밝힐 용기를 얻었습니다.

김복동평화센터 윤미향 공동대표의 말입니다.

“SBS 방송에서 김학순 할머니가 ‘내가 위안부 피해자였다. 생존자가 살아 있는데 일본 정부가 왜 그런 일이 없다고 거짓말하느냐’라고 강한 목소리로 증언했습니다. 애들레이드에 살고 계시던 얀 오헤른 할머니께서 그 방송을 보고 ‘나도 이제 내 가족에게 이야기할 때가 됐다’고 마음을 먹으셨대요.”

한 생존자의 증언이 국경을 넘어 또 다른 생존자의 침묵을 깨운 순간이었습니다.

이번 10주년 기념식에는 얀 뤼프 오헤른 할머니의 딸인 캐롤 러프 오헤른 여사도 참석했습니다.

행사장 한편에 놓인 어머니의 사진을 바라본 캐롤 여사는 오랜 침묵을 깨고 자신의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린 어머니가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캐롤 여사 역시 어머니의 과거를 오랫동안 알지 못했습니다. 자신이 다섯 살 아이를 둔 어머니가 된 뒤에야 비로소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I feel very honoured, and I’m so proud of my mum for what she did in speaking out. It was only when she heard the Korean comfort women on television speaking out that gave her the strength to speak out and tell a story that none of us had known until that time. I was the mother of a five-year-old child myself before I found out her story. Then she never stopped speaking out and became an ambassador for the rights of women in war.”

텔레비전을 통해 한국인 피해 생존자들의 증언을 접한 것이 어머니에게도 말할 용기를 줬다는 설명입니다.

가족에게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은 얀 뤼프 오헤른 할머니는 그 후로 침묵하지 않았습니다. 전쟁 중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폭력을 알리고 여성 인권을 옹호하는 활동을 평생 이어갔습니다.

다음 세대에 전하는 메시지

캐롤 여사는 오랜 시간이 흘렀더라도 진실을 말하고 역사를 바로잡는 데 너무 늦은 때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For the next generation, it’s never, ever too late to speak out and to share these stories. Even though they happened a long time ago, we need to put history straight, and we need people to remember what happened. That’s the only way that we can learn and prevent these things from happening again.”

다음 세대가 과거의 이야기를 계속 전하고,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캐롤 여사.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정확히 기억하는 것만이 역사의 교훈을 배우고 같은 피해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으로 용기를 얻은 얀 뤼프 오헤른 할머니, 그리고 이제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 전하고 있는 딸 캐롤 여사.

국경과 세대를 넘어 이어진 이들의 목소리는 35년이 지난 지금도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을 통해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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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전은숙 활동가, 캐롤 러프 오헤른 여사, 레베카 정 위원장. Credit: SBS Korean

“평화와 인권이 이긴 10년”

윤미향 공동대표는 소녀상 건립 당시 여러 어려움과 반대가 있었지만, 소녀상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10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킨 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애쉬필드 연합교회 앞에 소녀상이 건재하고, 또 교인들과 시민들의 사랑, 동포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지금 10년을 맞이한 것은 역시 피해자가 이겼다, 평화와 인권이 이겼다는 것을 그대로 증명해 주는 것 같아요. 포기하지 않으면 이기는 것이지, 그런 생각을 갖게 하는 10주년인 것 같습니다.”

뉴질랜드로 이어지는 연대

시드니에서 이어진 연대는 이제 바다 건너 뉴질랜드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아오테아로아 뉴질랜드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 활동가들도 참석했습니다.

레베카 정 위원장은 시드니 소녀상 건립 2주년 당시 이곳을 처음 찾았고, 10주년을 맞아 오세아니아 지역의 연대를 이어가기 위해 다시 시드니를 방문했다고 말했습니다.

뉴질랜드에서도 지난 2017년부터 소녀상 건립을 추진해왔지만 아직 결실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추진위원회가 건립 노력을 이어가는 이유는 소녀상이 전하는 가치가 특정 국가나 민족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녀상이 우리에게 되새기게 해주는 인권, 평화와 성평등의 가치가 한국뿐만 아니라, 관련 국가뿐만 아니라 성평등과 인권의 문제를 다루는 모든 사람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가치가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10년을 향해

10년이 지난 오늘, 크루즈 목사는 소녀상을 지켜왔다는 자부심과 함께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합니다.

과거 한국 여성들이 겪은 폭력은 형태를 달리한 채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여성들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I’m honoured to have the statue here, but it makes me feel we’ve got a lot more to do to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 Let’s use this as a guide and a prompt to build a better world and make sure all women are safe.”

소녀상을 이곳에 모실 수 있어 영광이지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다는 크루즈 목사.

이 소녀상을 길잡이로 삼아 모든 여성이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당부했습니다.

“I hope the younger generation never forget, because it’s the forgetting that allows these injustices to go on and on. Never forget it. Take it and move it forward.”

잊는 순간 부당한 역사는 되풀이될 수 있다며, 젊은 세대가 기억을 이어받아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는 메시지입니다.

올해로 열 살이 된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그 옆의 빈 의자는 세상을 떠난 피해자들의 자리이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남겨진 자리이기도 합니다.

“왜 이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가.” 그리고 “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지난 10년 동안 시드니 한인사회와 호주 지역사회의 보살핌 속에 자리를 지켜온 소녀상은 이제 이 질문을 다음 세대에 건넵니다.

침묵했던 이들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전쟁과 폭력으로부터 모든 여성과 아동이 안전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약속.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은 그 약속과 함께 새로운 10년을 시작했습니다.

상단의 오디오를 재생하시면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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