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인: 교황 이름, 누가 어떻게 정하나… '레오 14세'의 의미는?

Pope Leo XIV Leads His First Mass At Sistine Chapel - Vatican

Pope Leo XIV celebrates a Holy Mass with the cardinals in the Sistine Chapel at the Vatican on May 9, 2025 at the conclusion of the Conclave. The morning after being elected the 267th Pope, Pope Leo XIV celebrates his first Mass as Pope. Photo by Vatican Media/ABACAPRESS.COM. Source: ABACA / ABACA/PA

신임 교황이 선택한 즉위명 ‘레오 14세’는 평화를 지킨 성 레오 1세와 사회정의의 상징 레오 13세의 정신을 계승, 교회 전통과 일치를 향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Key Points
  • ‘레오 Leo’는 평화를 지킨 성 레오 1세와 사회정의의 상징 레오 13세의 이름에서
  • ‘베네딕토 16세’처럼 전통적 이름 선택한 것은 교회의 정통성과 역사성 강조 의미
  •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 4 차례 방한…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 방한 기대모아
교황이 되면 제일 먼저 하는 일 무엇일까요? 바로 ‘이름’을 고르는 일입니다. 사상 처음 미국 출신 교황으로, 새롭게 선출된 제267대 교황이 택한 이름은 ‘레오 14세(LEO XIV)’.

교황의 이름은 단순한 상징이 아닙니다. 가톨릭의 미래 방향과 시대정신 그리고 개인 신앙의 고백까지 담긴 메시지이기 때문이죠.

오늘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큰 뉴스, 신임 교황 ‘레오 14세’라는 이름이 지닌 의미, 그리고 교황의 이름은 누가 어떻게 왜 정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문화로 세상을 읽는 시간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홍태경 PD: 지난 한 주, 가톨릭 교회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신임 교황 탄생으로 온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는데요. 미국 출신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리보스트 추기경이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됐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새 교황은 현직 교황이 사망하거나, 2013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례처럼 사임 이후 선출됩니다. 전 세계의 추기경들이 바티칸으로 집합해 콘클라베라고 하는 ‘추기경 비밀회의(Conclave)‘ 즉 비밀 투표를 통해 로마 가톨릭교회의 지도자인 차기 교황이 될 인물을 선택하게 되는데요.

형식상으로는 세례를 받은 남성 가톨릭 신자라면 누구나 교황으로 선출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항상 '추기경'이라 불리는 가톨릭교회의 고위 성직자 중에서 선출돼 왔죠.
US Cardinal Robert Prevost is new pope and chooses name Leo XIV
VATICAANSTAD - Cardinal Robert Prevost appears on the balcony after being elected the new pope and leader of the Roman Catholic Church. The American has assumed the name Pope Leo XIV. Source: SIPA USA / ANP/Ramon Mangold/ANP/Sipa USA/AAP IMAGES
현재 전 세계적으로 250여명의 추기경 중에서 새 교황을 뽑는 투표권은 만80세 미만의 추기경에만 주어집니다. 일명 추기경 선거인단은 보통 120명으로 제한이 되지만 이번 콘클라베에는133명의 추기경이 참석했고요. 국적별로는 총 70개국으로 콘클라베 역사상 최다로 알려졌습니다.

홍태경 PD: 차기 교황을 뽑는 투표 콘클라베, 2024년 개봉한 영화 ‘콘클라베’를 통해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졌는데요. 실제와는 다른 점도 있었지만, 영화에서 실제 비밀 투표의 중후한 분위기는 꽤 잘 담아냈다는 평가도 있었는데요.

유화정 PD: 콘클라베는 본래 '열쇠로 잠그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요. 약 800년 동안 거의 변함없이 지켜져 온 선출 절차입니다. 차기 교황 선출 시 전 세계의 추기경들이 모두 로마 바티칸으로 소집됩니다.

콘클라베 첫날에는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미사를 거행한 후 추기경들은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에 모이게 되는데요. 이때 '엑스트라 옴네스(Extra omnes)' 즉 외부인 전원 퇴장명령이 선포됩니다. 그 순간부터 새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모든 추기경은 바티칸 내에 머물며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상태로 지내게 됩니다.

홍태경 PD: 정말 철저한 격리 상황이네요. 외부와의 모든 접촉이 차단되는군요.

유화정 PD: 콘클라베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바티칸 밖으로 나갈 수 없고, 라디오나 TV, 신문 같은 매체는 물론 외부인과의 전화 통화도 전면 금지됩니다. 철저한 보안 속에서 오직 기도와 숙고를 통해 새 교황을 선출하는 거죠.

투표에 참여하는 모든 추기경은 투표용지에 쓰인, 라틴어로 '나는 최고 교황으로 선출합니다'라는 뜻의, 글귀 아래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의 이름을 적어 넣게 되는데요. 비밀 투표를 유지하고자 심지어 투표시 추기경들은 평소의 필체를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받고 있습니다.

홍태경 PD: 선거운동은 아예 금지겠죠?

유화정 PD: 공식적인 선거운동은 철저히 금지되어 있지만, 투표가 진행되는 틈틈이 투표권이 있는 추기경들과 투표권이 없는 고령의 추기경들은 후보자의 성향이나 장단점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말하자면 조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의견을 교환하는 거죠.

홍태경 PD: 이번에 새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는 추기경 선임 2년 만에 교황이 된 아주 드문 사례라면서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레오 14세, 그러니까 프리보스트 전 주교는 2023년에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추기경으로 임명된 인물인데요. 이번 콘클라베가 그의 첫 참석이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콘클라베가 시작되기 직전, 프리보스트 추기경이 영화 <콘클라베>를 봤다고 해요.

미국 NBC 시카고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의 둘째 형 존 프리보스트가 밝힌 내용인데요. 콘클라베를 앞두고 동생에게 “영화 <콘클라베> 봤어?”라고 물었고, 교황은 “봤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형 존은 “동생은 콘클라베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고 웃으며 전했습니다.
Cardinals attend mass on the fifth day of the "Novendiali,"
Cardinals attend mass on the fifth day of the "Novendiali" VATICAN CITY, VATICAN Source: LightRocket / SOPA Images/SOPA Images/LightRocket via Getty Images
홍태경 PD: 사상 처음 미국 출신 교황으로 선출된 신임 교황 로버트 프랜시스 프리보스트(69) 추기경의 즉위명은 ‘레오 14세(LEO XIV)’입니다. 사자를 뜻하는 라틴어라고요. 교황명은 교황에 오르는 순간 본인이 직접 선택한다고요?

유화정 PD: 네 새 교황이 처음으로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기존 세례명 대신 교황으로서 사용할 즉위명을 정하는 것인데요. 이 결정은 오랜 전통의 일부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과거 500년 이상 교황들은 자신의 이름이나 세례명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교황들의 이름을 단순화하거나 이전 교황과의 연결성을 갖기 위해 즉위명을 새로 정하게 됐습니다.

홍태경 PD: 그렇다면, 교황명은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나요?

유화정 PD: 일반적으로 교황의 이름은 존경하는 성인이나 과거 교황의 이름, 혹은 자신이 펼치고자 하는 교황직의 방향성을 담아 정하는데요. 전통과의 단절을 상징하는 새로운 이름을 택하기도 하지만, 이번처럼 ‘레오’라는 이름처럼 역사적 연속성을 중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교황들은 본받고 싶은 인물의 이름을 선택하기 때문에, 그 이름만으로도 앞으로 교황 재임 기간 동안 교회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홍태경 PD: 공교롭게도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회 출신이었고, 신임 레오 14세 교황도 수도회 출신이죠?

유화정 PD: 네, 레오 14세 교황은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출신입니다. 신학적 깊이와 내면 성찰, ‘일치와 친교’를 강조하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사상을 따르는 수도회인데요. 이런 전통은 새 교황이 내세운 ‘포용’과 ‘공동체 회복’이라는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홍태경 PD: 또 흥미로운 점은 지난 50년 동안의 교황들을 보면, 진보 성향 교황들은 새 이름을, 보수 성향 교황들은 전통적인 이름을 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점인데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요한 바오로 1세’, ‘요한 바오로 2세’, 그리고 ‘프란치스코’ 모두 이전에 없던, 쓰이지 않았던 이름을 택했죠.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숫자를 붙이지 않은 유일한 교황인데, ‘왕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합니다.

반면 ‘베네딕토 16세’는 중세 교황 전통을 따르며 전통 회귀적 성향을 드러냈는데요. 그런 점에서 이번 ‘레오 14세’ 역시 전통적 상징과 서열을 복원하려는 흐름 속에서 읽힐 수 있습니다.

홍태경 PD: 교회의 뿌리를 공고히 하겠다는 메시지로 볼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레오14세라는 숫자는 같은 이름을 가진 선대 교황이 13명 있었다는 의미죠.

유화정 PD: 그렇죠. 이번 제 267대 교황의 즉위명 레오 14세는, 제256대 교황 레오 13세 이후 122년 만에 다시 사용된 교황명으로, ‘레오’라는 이름을 교황명이자 칭호로 쓴 첫 주인공은 5세기 성 레오 1세 대교황입니다. 대교황 성 레오 1세는 고대 로마가 외적의 침공에 직면했을 때,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평화적 외교를 통해 로마를 지켜낸 지도력으로 지금까지도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습니다.

제 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교황 레오 14세는 교황 즉위 연설에서 ‘다리를 놓는 교회’를 꿈꾸며 ‘고통받는 이들에게 다가가길 바란다’고 말했는데요. 이는 성 레오 1세의 ‘평화 외교’ 전통을 계승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홍태경 PD: 성 레오 1세 외에, 거론된 주요 인물이 있죠. 교황청 대변인은 ‘새 교황 레오 14세가, 레오 13세의 사회참여 개혁 정신을 잇고자 했다’고 밝혔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19세기 산업혁명 시대에, 노동자의 권리와 빈곤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던 레오 13세 교황은 근대 가톨릭 사회교리를 정립한 인물로 높이 평가되고 있습니다. 특히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며, 교회가 빈곤과 사회불의를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요. 그러면서도 사회주의 이념에는 강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레오 13세는 노동권을 옹호했지만, 극단적 평등주의나 계급투쟁에는 반대한 인물로, 신임 교황이 선택한 ‘레오 14세’라는 이름에는 바로 이 균형 잡힌 사회 정의관을 계승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홍태경 PD: 이번 콘클라베는 이틀만에 새 교황 선출을 알리는 흰 연기를 피워 올렸는데요. 교황 선출일인 5월 8일은 유럽에선 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한국에선 어버이날로 여러모로 의미가 깊었죠.

유화정 PD: 네, 교황의 영어 명칭 ‘Pope’는 ‘아버지’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고, 이탈리아어로는 ‘Papa’라고 부릅니다. 그래서일까요? 새 교황의 즉위일은 그 자체로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세계적인 상징을 만들어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은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에 능통하고, 라틴어와 독일어도 읽을 수 있는 다언어 화자입니다. 다양한 언어와 문화에 통달한 그는, 가톨릭 교회가 세상과 소통하는 새로운 다리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국과도 특별한 인연이 있는데요. 2010년 봉은사 방문 등 과거 네 차례 한국을 찾은 바 있습니다. 덕분에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에서의 방한도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홍태경 PD: 새 교황 ‘레오 14세’라는 이름에는, 고대 로마의 평화 외교, 근대의 노동자의 권리와 빈곤 문제를 직시한 사회교리, 아울러 교회의 전통과 통합 메시지까지 담겨 있다는 것. 오늘 컬처인에서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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