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오디세이] 유명 악기 분실과 도난… 그 진실은?

Stolen 300-year-old Stradivarius violin recovered in Milwaukee

Stolen 300-year-old Stradivarius violin recovered in Milwaukee Source: REUTERS/Darren Hauck

연주자들에게 분신과도 같은 악기의 도난 및 분실 사고는 바이올린에서 피아노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유명한 만큼 ‘탈도 많고 말도 많은’ 명기 도난의 역사를 짚어본다.


지하철에 두고 내린 바이올린 열흘 만에 돌아와
지하철에 깜빡 두고 내린 18세기 고가 바이올린이 분실 열흘 만에 주인 품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반지의 제왕’과 ‘제임스 본드’ 시리즈 영화음악에 참여하고 스티비 원더, 데이비드 보위 등 유명 가수들과 함께 작업한 영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스티븐 모리스가 바이올린을 분실한 건 지난달 22일. 런던 남동부 팬지이스트 역에서 자전거를 끌고 지하철에 올랐다 바이올린이 든 흰색 케이스를 깜빡 두고 내린 것인데요. 꼬박 하루를 녹음에 참여한 후 녹초가 된 스티븐 모리스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습니다.

생계수단을 잃게 된 모리스는 발을 동동 굴렀고,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내 팔이 잘린듯한 느낌"이라며 절망스러운 심경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분실 사고 후 확인한 지하철 폐쇄회로(CC) TV 동영상에 20대 남성이 이 바이올린을 들고 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고, 이 동영상을 배포 해 연락을 애타게 기다린 결과 잃어버린 바이올린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열흘 만에 주인에게 되돌아온 바이올린은 1709년 이탈리아 로마 유명 현악기 제작자인 다비드 테클러가 만든 몇 안 되는 제품 중 하나로 악기의 가치는 시가 25만 파운드(약 3억 75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주자들에게 분신과도 같은 악기 도난 및 분실 사고, 수억, 수십억씩 하는 명품 악기 분실 및 도난 사고는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닌데요. 탈 많고 말 많은 명기 도난의 역사,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사례들을 짚어봅니다.

택시 영수증이 찾아준 3백만 달러 첼로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 마(Yo-Yo Ma)도 악기를 잃어버릴 뻔한 끔찍한 경험을 겪었습니다. 1999년 요요 마는 뉴욕 카네기홀 공연을 마친 후, 호텔로 돌아가던 중 택시 트렁크 안에 본인의 첼로를 둔 채 그냥 내리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범한 것인데요. 그가 사용하던 첼로는 스트라디바리우스로 당시 시가 300만 달러에 달하는 초고가의 악기였습니다. 더구나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만든 첼로 중 연주 가능한 상태로 보존된 악기는 현재 손에 꼽을 정도로 몇 대 남아있지 않습니다.

악기를 차에 두고 내린 것도 큰일이었지만 다음날에도 연주를 해야 하는 터라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다행히 경찰은 불과 몇 시간 만에 악기의 행방을 추적할 수 있었는데요. 요요 마가 택시 요금을 지불할 때 무심코 받아둔 영수증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택시 운전사는 자신이 태운 손님이 누구인지도, 트렁크에 실렸던 짐이 300만 달러짜리 첼로였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요요 마는 악기를 찾아 남은 음악회를 무사히 마치긴 했지만, 자신의 분신이자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악기를 잊어버리고 택시에 두고 내렸다는 사실이 본인도 믿기 어려웠다고 토로했습니다.

20억 바이올린을 20만 원에 팔아?
2010년 영국 런던 유스턴 역의 샌드위치 가게에서 벌어진 20억 원 상당의 악기 도난 사건이 전 세계 해외 토픽으로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영국에서 활동 중이었던 한국의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진 씨가 도둑맞은 바이올린은 18만 달러를 호가하는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였습니다. 게다가 바이올린과 함께 보관되어 있던 10만 달러 상당의 활 두 개까지 함께 잃어버렸으니 그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될 만했습니다. 보험회사는 도난당한 바이올린을 찾기 위해 5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고, 악기를 훔친 3인조 도둑은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3년 뒤 악기는 도난 당시 그대로 케이스에 담긴 채 회수됐는데, 경미한 흠집 외에는 특별한 손상은 없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악기를 훔쳐간 3인조 도둑은 바이올린의 실제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도 몰랐던 좀도둑들이었는데요. 당시 공범 2명과 함께 악기를 훔친 존 모건은 바이올린의 가치를 알지 못해 인터넷 카페에서 100파운드(당시 한화 20만 원 상당)에 몰래 처분하려 했다가 덜미를 잡힌 것입니다.
전문 감정인들은 명품 악기에 나 있는 ‘흠집’나 목재의 질감 같은 특징들을 ‘지문’처럼 등록하고 특별 관리합니다. 고가의 악기는 악기 보험에 들어 있고, 악기마다 역대 연주자와 소유자의 이름도 족보처럼 늘 따라다니기 때문에 훔쳐도 팔지 못하는 것입니다.

도난 악기에는 콘서트 그랜드 피아노도
2013년 뉴욕 맨해튼에 거주하던 피아니스트 임동혁은 그에게 분신과도 같은 야마하 콘서트 그랜드 피아노를 도난당했습니다.  부피가 작아 쉽게 들고 이동이 가능한 바이올린이나 첼로와 달리 덩치가 큰 피아노가 없어지는 것은 자주 볼 수 있는 일은 아닌데요.

오랜 공연 일정으로 뉴욕 집을 한인 남성 김 모(30) 씨에게 서블렛(sublet•세입자가 집주인 동의를 거쳐 다시 세를 놓는 것) 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10만 달러 이상의 야마하 피아노와 명품 오디오를 포함, 값나가는 집안의 물건들과 함께 잠적해 버린 김 모 씨는 경찰의 추적 끝에 자수했지만, 이미 피아노는 2만 달러에 판매된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도난 악기임에 밝혀져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35년 만에 되찾은 분신 스트라디바리우스
2015년 6월 26일 뉴욕 맨해튼의 한 호텔방. 낡은 바이올린 가방을 조심스럽게 열어 보인 노부인에게 고악기 감정사가 말했습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좋은 소식은 이 바이올린이 ‘스트라디바리우스’라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도난당한 스트라디바리우스’라는 겁니다.”
2시간 뒤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들이닥쳤습니다. 고유 식별표시로 악기의 정체를 알아본 감정사가 재빨리 신고한 것이었는데요. 정밀감정 결과, 이 바이올린은 1980년, 저명 바이올리니스트 로만 토텐 버그가 도둑맞은 1734년 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에임스’로 확인됐습니다.
로만 토텐 버그는 죽기 전까지 자신의 분신 에임스를 찾아 헤맸습니다. 감정을 의뢰한 노부인은 경찰 조사에서 전남편이 유산으로 남겼다고 주장했는데, 노부인의 전남편 역시 바이올리니스트로, 토텐 버그가 생전에 용의자로 지목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수색영장을 신청하지 못한 인물이었습니다.
도난당한 지 35년 만에 되찾은 악기는 토텐 버그의 딸들에 의해 경매에 부쳐졌습니다. 단 소장가가 아니라 연주자에게 판매한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불행을 몰고 오는 바이올린
악기를 소유하면 연주자들에게 불행이 오는 드라마의 소재 같은 저주받은 바이올린도 있습니다. 16세기 이탈리아의 대 조각가 첼리니가 카스 파르타 살로가 만든 것인데 특징이 바이올린 머리 부분에 일반적인 스크롤 모양 대신에 천사의 얼굴 조각을 한 바이올린입니다. 누가 봐도 아름다운 조각 작품이면서도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리를 내는 영락없는 명품 악기로 그것을 소유하고 싶은 사람이 아주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악기를 소장하는 사람은 하나같이 사고로 요절하거나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했어야 했습니다. 이 악기의 마지막 소유자이자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올레 블’의 유언에 따라 더 이상 불행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금은 노르웨이 베르겐 박물관에 기증 보관하고 있습니다.

컬처 오디세이 오늘은 유명한 만큼 탈 많고 말 많은 명기 도난의 역사를 살펴봤습니다. 유화정이었습니다.

상단의 팟 캐스트를 통해 전체 내용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Share
Follow SBS Korean

Download our apps
SBS Audio
SBS On Demand

Listen to our podcasts
Independent news and stories connecting you to life in Australia and Korean-speaking Australians.
Ease into the English language and Australian culture. We make learning English convenient, fun and practical.
Get the latest with our exclusive in-language podcasts on your favourite podcast apps.

Watch on SBS
Korean News

Korean News

Watch it onDem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