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팝송을 꼽을 때 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노래가 있습니다. 47년,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흘렀어도 시대를 뛰어넘어 여전히 사랑받는 카펜터즈의 음악입니다.
‘Top of the World'
따라 부르기 쉽고 아름다운 멜로디, 건전한 노랫말 카펜터즈를 대표하는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무엇보다 카펜터즈의 독특한 음악을 만든 요소들 중 하나는 카렌 카펜터의 맑고 감미로운 알토 보이스였습니다. 당시 컨트리 음악과 재즈 음악 분야에서, 여성 알토 음악가들이 많지 않았는데, 그녀는 3옥타브 정도까지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낼 수 있었습니다.
‘Yesterday Once More’
록 음악의 전성기였고, 베트남전 등으로 낭만보다는 허무가, 또 산업화로 인한 물질만능주의가 지배하던 시기인 1970년대에 카펜터즈는 이러한 감미로운 노래들을 불러 전세계 음악 팬들을 따뜻한 감성으로 물들였습니다.
1968년 비틀즈의 'Ticket to Ride' 리메이크로 데뷔한 카펜터즈는 여동생 카렌 카펜터와 오빠 리처드 카펜터로 구성된 남매 듀오로, 카렌이 보컬과 드럼을 리처드는 작곡과 건반을 담당했습니다.
카렌은 1950년, 오빠 리차드는 1946년생으로 미국의 중류 가정에서 태어나 음반 수집광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클래식을 접할 수 있었는데요.
미국의 명문 예일대에서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한 오빠 리차드는 콘서트까지 개최할 만큼 실력있는 피아니스트이자 또한 작곡과 편곡 외에도 드럼을 제외한 모든 악기를 연주하는 다재 다능의 뮤지션입니다. 그가 드럼을 연주하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동생 카렌의 뛰어난 드럼 연주 실력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카렌 역시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공부했지만 14살이 되면서부터 드럼에 매혹됐고, 그녀의 드럼 연주는 당시의 그 어느 드러머보다 변화무쌍했습니다.
'Only Yesterday'
카펜터즈는 데뷔 2년만인 1970년 발표한 두 번째 앨범의 ‘Close to You’가 차트의 정상에 오르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습니다. ‘카펜터즈’는 ‘톱 오브 더 월드(Top of the world)’ ‘클로즈 투 유(Close to you)’등의 빌보드 1위 곡을 비롯해 총 12곡이 빌보드 싱글차트 10위 안에 진입한 1970년대 의 수퍼스타로, 최정상의 인기를 구가했습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초대를 받아 백악관에서 연주하고, 독일 총리 빌리 브란트의 초대를 받는 등 전세계적으로 카펜터 신드롬을 일으키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Close to You’
그러나 비극은 서서히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세계 정상의 가수이자 TV 스타로도 자리매김하던 카렌이 몸무게에 집착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거식증이 시작된 것인데요.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으나 카렌은 어린 시절부터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렸습니다. 카펜터즈 활동 초기 카렌은 자신의 얼굴을 드럼으로 가리기 위해 드럼을 연주하면서 노래하곤 했습니다.
카렌은10대 시절부터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시도했는데, 하루 물 8잔을 마시고, 기타 필수 영양소를 배제한 채 오로지 단백질만 섭취했습니다. 결국 25세가 되던 해에는 몸무게가 40kg 밑으로 떨어지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이후에도 카렌은 강박적인 다이어트로 인해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을 앓기 시작하며 각종 약으로 자신의 몸을 혹사 시켰고 체력이 떨어진 나머지 공연시 무대 중간중간 휴식을 취해야 했습니다. 공연 도중 실신하는 사태마저 발생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77년에는 디스코의 광풍이 몰아치면서 달콤하고 보수적인 팝이 외면 받기 시작했습니다.
'Rainy Days and Mondays'
카렌 카펜터의 목소리는 중 저음의 음역대로 부드럽고 따뜻하다는 느낌이지만,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This masquerade', 'Goodbye to love' 등을 들어보면 그녀의 목소리가 차분하기 때문에 더 우울하게 느껴진다는 평도 있습니다.
카렌의 다이어트의 강박은 심각한 수준의 거식증으로 이어졌고, 1982년 9월에는 체중이 35kg까지 감소했습니다. 급기야 다시 체중을 늘리려는 노력이 이어졌지만, 이에 따른 심부전이나 고도의 전신 쇠약증세 등의 합병증은 결국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했습니다.
83년 2월 4일, 코네티컷의 부모 집에서 심장에 갑작스런 통증을 일으킨 카렌은 긴급 후송됐으나 20분만에 사망했습니다.
카렌 카펜터의 사망은 80년대 초반까지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거식증과 폭식증의 위험성을 깊게 각인시켜 주며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킨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Sing'
카렌 카펜터의 죽음은 연일 세계 언론에 대서특필 됐고, 이는 거식증의 존재와 위험성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후 거식증이 사망률이 가장 높은 정신 질환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섭식장애나 외모지상주의와 같은 문제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서른 두 해를 살다 간 카렌 카펜터의 짧은 일생은 TV영화로도 제작이 됐습니다. 미국 CBS가 만든 The Karen Carpenter Story입니다. 1983년 10월 12일, 카펜터스는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입성했습니다. 컬처 오디세이 유화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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