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휴대폰 반입 금지 정책… 과연 만병통치약일까?

Students use a mobile phone in an art class.

Students use a mobile phone in an art class. Source: Getty Images

일부 주의 교육당국이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시사하면서 찬반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본격적인 겨울방학 시즌입니다.

지난주 방송에서는 자녀들을 위한 체계적인 겨울방학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해 드린 바 있습니다.

흔히들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자녀들의 다음 학기 학교 생활의 모든 것은 판가름난다는 말도 있는데요, 학부모님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 드리고 싶습니다.

호주 교육 현안의 모든 것을 머리부터 발 끝까지 파헤쳐 보는 시간입니다. 신개념 교육 크로스톡, 호주 교육 대해부 시작합니다. 오늘도 이수민 리포터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R: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H: 이수민 리포터, 요새 한국이나 호주나, 어린이들부터 중고생들까지 스마트폰 삼매경입니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그야말로 스마트 폰이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된 것 같아요.

R: 네, 기술의 발달로 전자기기가 점점 일상 속으로 들어오면서, 요새 학생들은 심지어 스마트폰에 있는 통화 버튼 아이콘이 옛날 전화기 모양이라는 것도 이해를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H: 전화기 아이콘도 스마트폰 모양으로 바뀔 때가 멀지 않았군요….

요새 학생들이 알고 있는 전화기란 스마트폰처럼 네모 반듯한 모양일 테니까요.

R: 네, 모바일 스마트폰이 보급화되면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연령대도 점차 낮아지고 있는데요. 호주 학교들에도 학생들이 수업 중에 휴대폰을 사용하는 문제가 골칫거리로 여겨져 왔습니다.

H: 그렇군요. 학부모 입장에서도 우리 아이가 매일같이 휴대폰만 붙들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하네요.

R: 네, 말씀하신 의견에 교육관계자들도 격하게 동감을 했는지, 호주 학교들이 학생들의 교내 휴대폰 사용에 반기를 들고 나섰는데요. 바로 빅토리아 주와 뉴사우스웨일즈 주에서 내년부터, 학생들의 학교 내 핸드폰 사용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H: 그렇군요. 비단 호주만의 문제는 아닌 게, 프랑스 학교들도 이미 교내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R: 맞습니다. 또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도 비슷한 정책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H: 어떻게 보면 세계적인 흐름이군요.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시행이 되나요?

R: 네, 일단 빅토리아 주에서는 내년 1학기부터, 관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휴대폰 전원을 끄고 모든 수업이 끝날 때 까지 사물함에 보관해야 합니다. 이는 primary school부터 high school 학생들까지 예외없이 적용이 되는데요. 건강상의 이유로 휴대폰을 통한 모니터링이 필요하거나, 교사가 휴대폰을 활용한 수업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누구나 지켜야 합니다. 또 뉴사우스웨일즈 주에서도 내년부터 공립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습니다.

H: 그렇군요. 학교별 자율성이 비교적 큰 호주에서, 주정부가 일률적으로 시행하는 정책이라는 게 주목할 만하다고 보여지네요. 그렇다면 응급 상황인 경우는 어떻게 대처하게 되나요? 부모가 급하게 아이에게 연락해야 할 일이 생기거나 할 수도 있을 텐데요.

R: 네, 그럴 때는 학교 측으로 전화를 걸어 아이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는 방침입니다.

H: 그야말로 ‘전면 금지’라고 볼 수 있겠네요. 학생들의 수업 시간 휴대폰 사용이 교육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니까 이러한 정책을 추진한 것일 텐데요. 이러한 휴대폰 금지 정책의 취지가 무엇인가요?

R: 일단 가장 큰 취지는 수업시간 집중력 저하를 막기 위함입니다. 교내 휴대폰 사용 정도와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반비례한다는 사실은, 비슷한 정책을 앞서 실시했던 학교들을 통해 이미 입증이 됐는데요. 빅토리아 주 교육부 장관인 제임스 멀리노는 학교 내 휴대폰 금지 정책이 실제 멜번 남동부의 사립학교인 맥키논 컬리지(McKinnon Secondary College)의 사례를 모델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H: 아하, 해당 학교에서 휴대폰 금지 정책이 효과를 톡톡히 봤나 봐요?

R: 네, 맥키논 컬리지는 멜번에서 우수한 학업성취도를 기록하는 명문 학교인데요. 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자,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더욱 활발히 참여했으며, 운동장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 노는 결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H: 그렇군요. 아무래도 휴대폰에 분산되던 에너지가 공부나 야외 활동에 더 집중될 수 있기 떄문인 것 같네요. 휴대폰 금지 정책을 도입하는 또 다른 이유도 있나요?

R: 네, 멀리노 빅토리아 주 교육부 장관은 또한 사이버 불링, 그러니까 온라인 상으로 특정인을 메신저나 댓글, 게시글 등으로 집중 저격해 괴롭히는 현상을 막기 위한 방책으로도 휴대폰 금지가 효과적일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H: 맞아요, 사이버 불링도 요즘 시대에는 정말 큰 이슈죠. 한국에서도 이른바 ‘카톡 감옥’ 이라고 해서 가해 학생들 여럿이 피해 학생 한 명을 단체 채팅방에 초대해 지속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일삼는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납니다.

R: 맞습니다. 카톡 감옥도 정확한 사례고, 또 특정 학생을 괴롭히려는 목적으로 온라인에 글을 올린다든지, 문자나 메신저로 일방적으로 언어폭력을 행사한다든지 하는 경우가 모두 사이버 불링에 해당하는데요. 이러한 괴롭힘의 주된 통로가 바로 휴대폰이기 때문에, 휴대폰 사용을 금지한다면 자연히 이를 통한 괴롭히기나 언어 폭력 등의 문제 역시 줄어들 거라고 기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H: 그래요. 휴대폰이 가지는 높은 접근성, 중독성 같은 특징이 학생들의 집중력 문제나, 왕따 문제를 촉진시킨다는 데에는 호주 전역이 공감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R: 네, 그래서 요즘은 ‘디지털 디톡스’라는 신조어도 생겨 나고 있다고 합니다.

H: 디지털 디톡스요. 디톡스가 해독 한다는 뜻이잖아요?

R: 네, 그래서 휴대폰 같은 전자 기기에서 벗어나 일부러 전원을 꺼 둔다든지 하는 식으로 아날로그적인 일상을 되찾도록 해서, 디지털 기기로 쌓인 중독 증세나 여타 부작용들을 해소하려는 현상을 말합니다. 실제로 뉴사우스웨일즈 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정말 아날로그적으로 등교할 때 휴대폰을 교문과 울타리에 설치한 잠금식 주머니에 넣어서 보관하고 하교할 때 다시 가져가게 했더니, 학생들의 반응이 아주 폭발적이었다고 합니다.

H: 그래요? 요즘 스마트폰 앱으로 휴대폰을 잠그게 하거나 하는 소프트웨어도 많은데, 말 그대로 물리적으로 휴대폰과 아이들을 떨어뜨려 놓는 방법이 오히려 직통이었나 보네요.

R: 네, 물리적 거리두기를 통해서 오히려 아이들이 그동안 내가 얼마나 휴대폰을 끼고 살았는지, 얼마나 중독돼 있었는지 스스로 깨닫게 된 거죠.

H: 그렇군요. 물건 압수하는 방법은 사실 예전부터 부모님들이 아이들 훈육할 때 흔히 쓰는 방법이었는데, 역시 다 이유가 있는 교육 방식이었네요?

R: 그러게 말입니다.

H: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얘기하다 보니 이런 의구심도 들어요. 휴대폰 금지 정책이 예상대로 효과를 거두면 좋겠지만, 단순히 휴대폰을 학교에서 쓰지 못하게 한다고 만사 형통일 거라고 믿는 건 다소 무리가 있을 것 같은데요. 사이버 불링 같은 경우도, 휴대폰이 없던 시절에도 학생들 간 집단 괴롭힘이나 폭력은 항상 있어 왔지 않습니까?

R: 네, 그렇습니다. 사실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을 금지하는 방식의 정책은 어쨌든 사후적인 정책인 건데, 근본적으로 현재의 현상이 어째서 나타나게 된 건지 짚어 보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긴 힘들다는 비판 여론도 시민 단체나 일부 여론을 통해 나오고 있습니다.

H: 휴대폰이라는 매체가 모든 문제를 초래했다고 보기 보다는 좀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겠죠?

R: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휴대폰을 수업 시간에 많이 사용한다면, 왜 수업을 듣지 않고 아이들이 휴대폰을 보는 건지, 수업 방식이나 교육 시스템에 구조적인 문제는 없는지 되돌아 봐야 하고, 휴대폰을 통한 사이버 불링이 문제라면 근본적으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발생하는 배경이 뭔지 추적해 봐야 한다는 거죠. 여기에서 휴대폰은 괴롭힘의 수단이 될 순 있어도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휴대폰 금지 정책이 일시적으론 표면상의 문제 현상들을 축소시킬 순 있지만, 거시적인 차원에서 문제 해결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고식지계에 그칠 수도 있다는 겁니다.

H: 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봐야 할 지점인 것 같네요. 그렇다면 휴대폰 금지 정책이 보다 발전적으로 적용되려면 어떠한 움직임들이 같이 이뤄져야 할까요?

R: ‘위기를 기회로’ 라는 말이 생각나는데요. 사이버 안전 플랫폼인 패밀리존(Family Zone)의 팀 레비대표는 단순히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것에서 나아가, 결국 학생들이 스스로 휴대폰을 조절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휴대폰은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일상인데, 무작정 거부하기 보다는 오히려 학생 개개인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 휴대폰을 활용해 교육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알려 줘야 한다는 거죠.

H: 고기를 잡아 주는 게 아니라 낚시 하는 방법을 알려 줘야 한다는 거군요.

R: 네, 그렇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H: 잘 알겠습니다. 내년부터 빅토리아 주 모든 학교와 뉴사우스웨일즈 주 초등학교에서 실시가 되는 교내 휴대폰 사용 금지 정책, 당장의 기대 효과는 긍정적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정책 역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오늘 이야기의 결론으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이수민 리포터,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R: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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