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더 이상 한국인들만의 음식이 아니다. 한국인에게 없어서는 안될 음식이긴 하지만 세계인들에게도 이제는 ‘김치’하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한국음식의 기본 중에 기본인 셈이다.
김치는 있는 그대로, 또 다양한 요리로 즐기며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자리하고 있다. 아무리 서양식 식단에 입 맛이 길들여졌다 해도 라면에 김치가 없으면 뭔가 허전하고, 매콤하고 얼큰한 김치찌개 한 그릇이면 밥 한 공기도 뚝딱이다.
김치 하면 흔히 포기 김치나 알타리 김치, 오이 소박이 정도를 떠올리지만 한국 사람이라도 평생 김치 종류의 절반도 먹어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재료나 지역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김치는 가열하지 않아 각종 영양소가 살아있고 발효 과정을 통해 젖산이 생성돼 유해균의 증식을 스스로 억제하고 살균할 수 있는데, 김치의 우수성은 이미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이렇게 한국인은 밥힘이라는 말의 찰떡 궁합인 김치를 소재로, 셰프에게 듣는 김치 이야기가 공연 무대에 오른다. 다문화 국가 호주의 아시아공연예술 축제인 아시아 토파 2020 에서 다섯명의 스토리텔러들이 음식을 주제로 공연을 펼치는 ‘더블 딜리셔스’. 이 중 한국인 셰프로 무대에 오르는 헤더 정 셰프는 김치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한다.
"음식으로 김치와 부대찌개를 소개한다. 제목이 '더블딜리셔스(Double Delicious)'라서 음식 2가지로 무대에게 김치를 만드는 것을 쇼 형식으로 보여주고, 부대찌개를 앞에 놓고 저의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15분 동안 얘기한다. 오신 관객 분들이 제 스토리 끝난 후에 울고, 감동을 느낀다."

Chef Heather Jeong Source: SBS Korean
이제는 김치라는 음식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공연 무대에서 김치라는 소재로 호주 관객들과 소통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이다. 뮤지컬 감독으로도 유명한 대런 애비 감독의 연출로 꾸며진 이 무대는 김치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음악, 조명, 무대 디자인, 김치 냄새까지… 관객의 모든 감각을 자극한다.
"연극이다보니 나의 이야기를 메타포로 소개하게 된다. '나도 처음에는 (삶을) 싱싱한 배추처럼 시작했는데, 이제는 김치처럼 찌들었지만 더 맛있고 성숙해졌다'라고 하면서 김치 만드는 흉내를 낸다. 그러면서 아버지 스토리를 얘기하면서 스팸 캔을 들고 관객분들과 농담도 하고 아버지의 스토리를 이야기하며 슬픈 얘기를 공유하게 된다. 스토리가 끝난 후 부대찌개를 관객분들에게 나눠드린다. 반응이 너무 폭발적이다."

Double Delicious team by Contemporary Asian Australian Performance (CAAP) Source: SBS Koreaen
대표적인 한국 음식 김치와 한국적인 주제가 호주 관객들에게도 통할까?
"네. 김치를 담그면서 '한'을 이야기하는 것도 이해한다."
"연극을 하는게 굉장히 망설여졌는데, 지금도 많이 떨린다. 그런데 보람이 있었던 것은 쇼가 끝나고 관객들이 울면서 자기 가족에 대한 얘기를 하고, 어제는 어떤 젊은 여자분이 와서 '김치', '한' 이런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아서 고맙다고 대성통곡을 하셨다.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니 보람있구나..느꼈고, 유명한 연극배우가 오셔서 우시면서 김치에 대한 것, 부대찌개, 아리랑 음악, 남진의 가슴아프게.. 애절한 음악뿐만 아니라 김치 뚝배기에서 김치를 드는 것이 소셜미디어에 회자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류의 한 축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음식, 케이푸드. 그 선봉장에는 김치가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 한식을 너무 좋아하시고 한식을 만들고 싶어한다. 직접 집에서 김치를 담가먹기도 한다. 갈수록 더 사랑을 받을 것이다. 좀 아쉬운 것은 한식을 너무 많이 보여주려하기보다는 몇 가지에 집중해서 먼저 알린 다음 익숙해지면 그 종류를 넓히는 게 순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Double Delicious Source: Victor Frankowski
헤더 정 셰프와 김치와 가족 이야기, 더블 딜리셔스 공연은 1월 시드니 공연을 시작으로 2월과 3월에는 멜번과 지롱 아츠센터에서 무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