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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라디오] "그놈의 커다란 가방 때문에" 성미정 시인

5월 21일 부부의 날

5월 21일 부부의 날 Source: Getty Images

가정의 달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에서 5월 21일은 ‘부부의 날’. 우리는 어떤 인연으로 만나 부부의 연을 이어가고 있을까요? 추억과 삶과, 오해와 집착의 ‘커다란 가방’ 같은 핑곗거리 하나씩은 갖고 있지 않을까요?


명곡은 시대에 머무르지 않는구나 새삼 느끼게 합니다. 80-90년대를 풍미했던 ‘이치현과 벗님들’의 ‘당신 만이’ 1980년 발표곡입니다. 노래가 나온 지 올해로 40년이지만 요즘 시대에도 전혀 손색이 없는 올디스 밧 구디스입니다. 

‘당신 만이’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그룹의 리더 이치현이 지금의 아내인 당시 여자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바친 시를 노랫말로 붙인 것인데요. 대전에 머물며 밤무대 활동을 할 때 서울에 살던 여자 친구가 생일을 맞아 대전으로 왔는데, 선물로 줄 게 없었습니다. 함께 대전 동학사를 걷다가 나무판에 인두로 글과 그림을 새겨주는 인두화 장수를 만나게 됐고, 여자 친구와 산책하며 시를 한편 짓고는 이를 인두화로 새겨 선물했습니다. 이 시를 바탕으로 만든 노래가 ‘당신만이’ 였던 겁니다.

‘문학과 음악사이’ 함께하고 계십니다.

한 편의 시 같은 노랫말과 감미로운 어쿠스틱 선율, 70-80년대를 대표하는 포크락 싱어송라이터 Dan Fogelberg댄 포겔버그의 Longer입니다. 앞서 들으신 이치현의 ‘당신만이’와 같은 해인 1980년에 발표된 곡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2위에 오른 곡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결혼식 축가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노래에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우리 삶의 기록이 사라지고 제본이 끊어지고 책장이 바랠 지라도 난 당신을 사랑하겠어요.” 우리도 비슷한 표현을 하죠. “검은 머리 하얀 파뿌리 될 때까지, 어떤 고난이 있더라도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겠습니까?" 요즘도 이런 주례사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각각 105세와 100세로 '세계 최 장수 부부'로 기네스북에 올라 화제가 된 영국의 퍼시 애로우스미스(105)와 플로렌스(100) 애로우스미스 부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80년을 해로하며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100세의 아내 플로렌스는 “미안해요(Sorry)"라는 한 마디의 말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다투고 난 뒤 기분이 나쁜 채로 잠자리에 드는 일이 없어야 하며 '미안하다'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105세의 남편 퍼시 애로우스미스 씨는 "예스 디어(Yes, dear)" ‘그래요, 여보’라는 이 말 한마디가 자신들의 오랜 결혼생활을 축복으로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플로렌스 할머니는 남편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의 마음을 또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지금까지 함께하는 동안 항상 쉬웠던 것만은 아니지만 남편은 나의 가장 좋은 친구 그 이상이었고 매 순간을 소중하게 만든 인생의 동반자였습니다.”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한국의 가정의 달 5월에는 부부의 화합과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자는 취지로 만든 부부의 날이 있습니다. 둘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를 담아 숫자 2와 1이 만난 5월 21일은 부부의 날입니다. 

팔순의 김종길 시인은 부부를 ‘사발과 대접’에 비유했습니다. 놋쇠이든, 사기이든, 오지이든 평생을 하루같이 함께 붙어 다니느라 비록 때 묻고 이 빠졌을 망정 늘 함께 있어야만 제격인 사발과 대접처럼 백년해로란 부부가 서로 닮아가며 편안하게 늙어가는 모습일 겁니다. 우리 부부는 어떤 모습일까요? [시 읽는 라디오] 오늘은 성미정 시인의 시를 만나봅니다. 

그놈의 커다란 가방 때문에       성미정

남편은 내가 끌고 다니는 커다란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있나 궁금해서 결혼했고

나는 남편이 내가 지고 다니는 커다란 가방을

받아주는구나 착각해서 결혼했고

결혼하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좀 더 커다란 가방만을 원했고

남편은 내가 온갖 잡동사니 쑤셔 넣고 다닐까

더 커다란 가방을 못 사게 하고

툭하면 좀 더 커다란 가방 때문에 다투면서도

나는 남편에게 더 커다란 가방이 왜 필요한지

이해시키지 못했다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헤어지지 못하고

남편은 내가 자기랑 헤어지고 더 커다란 가방을

끌고 다닐 꼴을 못 봐서 헤어지지 못하고

오나가나 그놈의 커다란 가방 때문에 만난 우리는

그놈의 커다란 가방 때문에 헤어지지도 못하고

그런데 이 시를 읽고 계시는 극소수의 독자 여러분

(크지 않은 가방에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우리 부부가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가 정말

커다란 가방 때문일까요

우리는 어떤 인연으로 만나 부부의 연을 이어가고 있을까요?  추억과 삶과, 오해와 집착의 ‘커다란 가방’ 같은 핑곗거리 하나씩은 갖고 있지 않을까요? 문학과 음악사이 정밀아의 '꽃'으로 마감합니다. 유화정이었습니다.

상단의 팟캐스트를 클릭하시면 낭송을 들으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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