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변할 때 새로운 직업이 나타나고 오랜 직업이 사라집니다. 시대의 흐름을 잘 알 수 있는 직업의 세계, 오늘 북 클럽에서 함께 할 책은 [사라진 직업의 역사]입니다.
지금은 사라진 전화 교환수는 근대의 새로운 매체, 전화가 이 땅에 들어오면서 대한제국 시대에 등장했습니다. 조선의 첫 전화는 1898년 경운궁에 개설됐는데, 고종이 전화를 걸면 신하들은 큰 절을 네 번 하고 수화기를 두 손으로 들었습니다.
조선의 황태자 의친왕 이강은 61세 때 19살의 궁궐 전화교환수를 후궁으로 맞아들였습니다다. 비둘기 집으로 유명한 가수 이석 씨가 새로운 매체 발달이 낳은 이 로맨스에서 태어난 분입니다.
국문학자이자 문화연구자인 저자 이승원은 [사라진 직업의 역사]에서 근대 초기에 발간된 신문, 잡지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전화교환수, 변사(무성영화 목소리 배우), 기생, 전기수(책 읽어주는 사람), 유모, 인력거꾼, 여차장, 물장수, 약장수 등 지금은 사라진 직업 9가지를 다루면서 근대 초기 생활사와 문화사의 풍경도 그려내 재미를 더해줍니다.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말재주와 설득력 있는 목소리, 무성 영화시대의 변사들은 당대 최고 배우들보다 많은 돈을 받으며 스타 대우를 받았습니다.
아무리 영화의 내용이 좋아도 변사가 변변치 않으면 그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1930년대 중반 유성 영화라는 새로운 매체 기술의 출현으로 변사 직업은 사실상 막을 내렸습니다.
전기수(傳奇手)는 이야기책을 외워서 낭독해주고 돈을 받았습니다.
18세기 중반 문헌에도 전기수가 등장하지만 20세기 초까지도 전기수, 즉 책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폭넓게 활동했습니다.
전기수가 사라진 것은 교육이 보편화 되면서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서적 보급이 확산되면서부터 였습니다. 또한 학교나 도서관 같은 근대적인 공적 공간이 생겨남으로써 개인들을 이야기 공동체로 묶어주는 전기수의 역할은 종말을 가져왔습니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 단골로 나오는 교통수단, 인력거는 특히 말쑥하게 차려 입은 모던 걸, 모던 보이들이 애용하는 근거리 시내 교통수단이었습니다.
1924년 당시 서울(경성)에서 운영된 인력거가 2000대에 달했습니다.
현진건의 단편 운수좋은 날의 주인공이 인력거꾼인 것에도 알 수 있듯이 인력거꾼은 하층민들이 종사하는 매우 흔한 직업이었지만, 전차 노선이 확장되고 버스와 택시를 싼값에 탈 수 있게 되면서 조선의 택시 인력거 역시 급히 사라졌습니다.
이 밖에도 문화계의 이슈 메이커 기생, 트랜스 마더 유모, 러시아워의 스피드 메이커 여차장, 토탈 헬스 케어 물장수, 메디컬 트릭스트 약 장수 등 지금은 사라진 직업들을 통해 한국 근대 초기 생활상과 문화상을 곁들여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직업의 세계, 미래에는 어떤 직업들이 생겨나고, 지금의 어떤 직업들이 사라질까요?
사라진 직업의 역사 오늘 라디오 북 클럽의 이야기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