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한국어 프로그램

[이달의 예술가-재호한인 작가 신재돈] VIC주 현대 미술 발상지 '하이디 박물관'서 한인 첫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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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디 박물관 최초 한국 작가 개인전, 신재돈 “Double Moon”

하이디 박물관 최초 한국 작가 개인전, 신재돈 “Double Moon” Source: Heide Museum


Published 8 June 2022 at 2:01pm
By Clara Hwajung Kim
Source: SBS

멜버른 현대미술의 발상지인 호주 공립 하이디 박물관이 1981년 개관 이래 최초 한국 작가 개인전을 개최한다. 재호 작가 신재돈의 "Double Moon" 전시는 한인 동포(1.5세대) 큐레이터와의 협업으로도 처음이다.


Published 8 June 2022 at 2:01pm
By Clara Hwajung Kim
Source: SBS


Highlights
  • 멜버른 하이디 박물관, 개관 이래 최초 한국 작가 개인전 개최
  • 신재돈 “Double Moon” (6. 11~10.30) ...전시 연계 행사 진행
  • 재호주 동포 작가·큐레이터와의 협업으로서도 처음이라 의미 커
  • 에스닉 그룹의 시야가 호주 문화의 다양성에 기여하는 기회 되길
멜버른 현대미술의 발상지로 알려진 호주 공립 하이디 박물관(Heide Museum of Modern Art)이 1981년 개관 이래 최초로 한국 작가 개인전을 개최해 화젭니다.

유화정 PD (이하 진행자): 호주 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재호 작가 신재돈 화백의 ‘DOUBLE MOON (두 개의 달)’ 전시 소식, 6월 11일 전시 개막을 앞두고 신재돈 작가님 모시고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신재돈 작가 (이하 신재돈):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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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재호 작가로 한국과 호주를 잇는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해오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저희 SBS 한국어 프로그램으로는 처음이시라 청취자 여러분께 간단한 자기소개 먼저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신재돈: 네. 저는 멜번에 살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신재돈입니다. 저는 2007년 당시 47세에 호주 멜번에 와서 늦은 나이에 RMIT University, Fine Art Faculty에 들어가 유화와 드로잉을 공부했습니다.

멜번에서 미술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곧바로 작업과 전시에만 전념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래서 호주, 한국, 그리고 뉴욕, 방콕 등에서 20여 회의 개인전과 약 60회의 단체전을 하였습니다.

진행자이번에 아주 특별한 소식이 전해져서 저희가 모시게 됐는데요호주 공립 하이디 박물관에서 한국 작가 최초로 개인전을 가지게 되셨어요. 먼저 큰 축하드립니다.

신재돈: 감사합니다.

진행자: 호주 한인동포사회에도 상당히 고무적인 일인데요. 개인적인 소감을 여쭤봐도 될까요?

신재돈: 이번에 멜번의 현대미술 발상지라 할 수 있는 하이디 뮤지엄에서 정문정 큐레이터님과 협업으로 개인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로서는 호주에서 처음으로 하는 메이저 뮤지엄 전시라 긴장도 되지만, 그동안 해온 작업을 조금이나마 인정받는 계기인지라 뿌듯하기도 합니다.

Heide Museum of Modern Art, Melbourne
Heide Museum of Modern Art, Melbourne Source: photograph: Jeremy Weiharauch


진행자전시작품 소개에 앞서 하이디 박물관은 어떤 곳인지, 저희가 어떤 곳으로 이해를 하면 될까요?

신재돈: 예. 정식 명칭은 Heide Museum of Modern Art인데요. 1981년에 공공 미술관으로 문을 열어서 지금까지 주로 Australian Artist 들을 소개하는 전시들을 열어 왔습니다.  이 전에 일찍이 이곳은 1930년대부터 작가들이 모여서 작업하고 서로 교류하는 작가들의 커뮤니티였고, 멜번 아트 Scene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장소입니다.

진행자그러니까 100년 정도 전통이 있네요.

신재돈: 네. 굉장히 깊은, 모던 아트에서 굉장히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호주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들 Sidney Nolan, Albert Tucker, Charles Blackman, Mirka Mora 등 많은 작가들이 20세기 중반 이곳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이 뮤지엄에는 다섯 곳의 전시 공간이 있는데요. 제가 전시를 하게 된 프로젝트 갤러리는 주로 유망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이미 성공한 예술가들이 아닌 미래의 작가들을 발굴하여 보여주는 성격을 띠고 있는 장소입니다.

진행자아 그래요차 세대 작가들을 위한 전시 장소이군요.

신재돈: 제가 나이가 꽤 들었는데도 예술가로서의 경력으로는 젊은 작가군에 속해 이렇게 소개되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 아 그렇습니까. 현대 미술의 계보를 잇는 유서 깊은 하이디 박물관이 신재돈 작가님의 전시를 소개하는 데는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신재돈: 제가 소개되는 이유는 아마도 제가 아시안 이민자로서의 아이덴티티를 탐구하는 성격의 작업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호주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섞여 살고 있는 나라이지만 사회의 주류세력은 여전히 백계 유럽인들입니다. 하이디 뮤지엄 역시 그 주류세력이 세운 것입니다. 그와 같은 미술관이 아시안 이민자들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전시를 통해 적극적인 소개에 나선 것은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봅니다

Jaedon Shin, 'Listen' acrylic on linen 2021
Jaedon Shin, 'Listen' acrylic on linen 2021 Source: Heide Museum


진행자: 이번 전시의 타이틀이 ‘DOUBLE MOON (두 개의 )’인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보는 달은 분명 하나이지 않습니까? 어떻게 작가님의 달은 왜 두 개일까요? 제가 너무 직접적인 질문일지는 모르겠지만요.

신재돈: 이번 전시에 포함된 ‘두 개의 달’이란 작품에서 큐레이터님이 전시 타이틀을 정했습니다. 이 작품은 크기가 세로 2미터, 가로 3.2미터의 거대한 풍경화입니다. 캔버스 거의 전체를 꽉 채운 산이 있고 그 산들 위로 두 개의 달이 떠 있습니다. 그리고 산의 하단부는 여러 가지 원색들이 단풍 혹은 불빛들처럼 반짝이고 있습니다.

달은 하나인데 두 개가 떠있으므로 보는 사람들이 ‘왜 달이 두 개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하려는 의도 자체가 작품의 성격이기도 합니다.

사실 보는 사람들은 저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내서 저에게 말하곤 했습니다. 출신 국적에 따라 각각 다른 이야기들을 하더군요. 피디님도 아마 제 작품을 직접 보시면 즉각적으로 떠올리는 무엇이 있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아 그럼 제가 작가님의 의도하신 레이다에 제대로 걸린 거네요. (웃음) 이번 전시에 총 몇 작품이 소개되나요?

신재돈: 전시되는 작품들은 네 점의 큰 캔버스화, 그리고 한지 위에 그린 여섯 점의 인물들입니다. 각기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아마도 전시되는 작업 전반에 흐르는 이야기가 있다면 두 개의 달이라는 내용일 것입니다.

진행자: 서양화는 캔버스에 유화 작업이 주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지는 수묵이나 한국화에 주로 쓰이지 않습니까? 한지를 이용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신재돈: 한지는 제가 사용하는 종이들 중에서 페인팅과 드로잉을 동시에 다 가능하게 하는 바탕 재료입니다. 제가 경험한 한지는 서양의 종이들과 비교해서 훨씬 가볍고 동시에 견고해서 쉽게 찢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작업실을 떠나 여행 중일 때, 다른 나라나 도시에서 일정기간 임시 거주하며 작업할 때 가지고 다니기가 무척 편리하더군요.  

진행자아 그렇겠습니다. 그런데 물감이 번지거나 하지는 않나요?

신재돈: 수묵화를 하는 작가들은 이 한지의 흡수성을 적절히 이용하고요. 또 빠른 운필로 흡수되는 정도를 조절을 하지요. 그러나 한지 위에아크릴릭화나 유화를 그리기 위해서는캔버스 천에칠하는젯소라는 재료를이용해적절히조정할수있습니다. 저는 젯소를 칠한 한지의 표면, 그 온화함, 적당한 흡수성과 그로 인한 은은한 배색 효과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서양의 재료인 유화나 아크릴릭화를 한지에 계속 실험해보려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한지만이 품을 수 있는 회화의 질을 추구하려는 생각도 합니다.

또한 한지 위 작업은 설치도 비교적 용이해 곧바로 전시를 할 수도 있더군요. 이번 하이디 뮤지엄 전시에도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한지 위의 작업 여섯 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Jaedon Shin, acrylic on hanji(Korean Traditional Mulberry Paper) 2020
Jaedon Shin, acrylic on hanji(Korean Traditional Mulberry Paper) 2020 Source: Heide Museum


진행자: 한지를 이용한 작품들이 호주인들에게 독특한 인상을 줄 것 같아요. 더불어 한지의 우수한 재질을 소개하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작가님, 평소 작품의 영감이나 소재들은 어디에서 찾으세요?

신재돈: 어.. 많은 작가들이 어떤 영감이 떠오르기를 기다리죠. 그러나 아무것도 안 하면서 무작정 기다린다고 영감이 떠오르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저는 작업을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곤 합니다. 페인팅을 하면서 도저히 완성이 되질 않아 많은 시간을 허비하다, 문득 실패 속에서 어떤 빛줄기를 발견합니다. 다시 말해서 작업의 실패가 주는 괴로움이 역설적이게도 제게는 영감의 원천인 것 같습니다. 

한편 저의 주요 작업이기도 한 드로잉은 저에게 작업이면서 동시에 휴식이기도 합니다. 종이 위에 아무 재료로나 드로잉을 하고 있는 이런 느슨한 상태, 작업의 실패를 예견하는 팽팽한 긴장감, 이건 주로 화가들이 캔버스에 유화를 그릴 때 수시로 경험하는 두려움인데요. 이런 것이 없는 상태를 저는 좋아하는데, 이런 순간은 이성적인 자기 검열 같은 것들이 작동을 멈춘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문득, 어떤 보이지 않는 감각기관이 열리며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것 같습니다.

몇 년 전까지는 눈에 보이는 것, 즉 세상을 관찰하며 보이는 것을 그리다가, 팬데믹 이후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우리가 마음속에 품고 있지만 무엇인지 모르는 것 등이 작품의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굉장히 철학적인 말씀을 주셔서 귀를 기울이면서 들었습니다. 그런데 작업이면서 동시 휴식이 된다참 부러운 말씀입니다.

신재돈: 그게 드로잉의 굉장히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신재돈 작가
신재돈 작가 Source: provided


진행자: 앞서 소개에서 40대 후반(47)의 나이에 이민을 결정하고, 늦깎이로 호주 대학에서 그림을 공부하고 이후 10여 년간 전문 화가의 길을 걷고 계신데.. 결코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이런 질문드려볼게요. 작가님께 그림’이란 어떤 존재일까요?

신재돈: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대학을 가려고 준비하다 좌절된 경험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했고요. 그 이후 예술과는 상관없는 직업세계에 있었습니다.

멜번에 도착했을 때는 그동안의 삶에 잔뜩 지쳐 있는 상태였고요. 그러다 여기서는 나이 든 사람들이 미술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고 그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첫 시작은 그림을 그리며 유유자적 살아보려는 것이었는데요. RMIT대학에서 공부하면서 많은 작가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 이후 치열한 예술가의 삶으로 바뀌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최대한 많은 양의 작업을 하고 또 그만큼 많은 전시를 하자는 것이 유일한 제 삶의 목표였습니다. 그림은 저에게 일종의 지적인 유희입니다.

진행자: 유희요?

신재돈: 네. 놀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세계나 역사, 그리고 인간에 대한 생각들을 가지고 놀이하듯 작업할 수 있는 매체는 그림이나 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가벼운 놀이이지만 동시에 지적 긴장감이 가득한, 그래서 또한 무겁기도 한 그런 예술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진행자: 치열한 예술가의 삶이라고 표현하셨는데요. “가슴속에 1만 권의 책이 들어 있어야 그것이 흘러넘쳐서 그림과 글씨가 된다라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명언을 짚어 보게 하는 말씀 같습니다.


그럼 전시 얘기로 돌아가 볼게요. 이번 전시는 하이디 박물관이 소개하는 첫 한국 작가 전시이자, 한국 작가와 한국 큐레이터와의 협업으로서도 처음이라 더 의미가 크다고 보는데요. 아무래도 두 분이 모국어로 소통이 되니 협업 과정이 훨씬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신재돈: 정문정(Eliza Jung) 큐레이터님은 영어가 퍼스트 랭귀지인 만큼, 제가 미숙한 영어 커뮤니케이션을 여러모로 도와주었습니다. 그래서 전시 준비 과정에서 하이디 뮤지엄 기획자들과의 대화에서 핵심을 놓치지 않게 해 주었습니다.

동시에 정 큐레이터님은 한국어에도 부족함이 없고, 한국과 호주 두 문화현상의 융합에도 깊은 이해가 있어서 전시 주제를 해석하고 확장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신재돈 작가와 정문정 큐레이터 (배경 그림 'Double Moon 2')
신재돈 작가와 정문정 큐레이터 (배경 그림 'Double Moon 2') Source: provided


진행자: 그 부분이 아주 중요한 부분이네요. 이번 전시가 6 11일 오프닝부터 10 30일까지 장장 5개월 간 이어지는데요. 전시기간 중에 작가와의 대화의 시간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된다고요?

신재돈: 전시가 5개월 가까이 진행되면서 아티스트와 큐레이터의 대화가 있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Jay Song 멜번 대학교 한국학 교수와 큐레이터, 그리고 제가 함께 하는 페널 디스커션이 있고요.

이런 프로그램은 하이디 뮤지엄을 제이 송 교수님이 관여해 온 멜번 한국인 지식인 그룹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 인디지니어스 음악과 재즈를 연결하며 영적인 음악세계를 펼치고 있는 멜번 거주 한국인 작곡가 Sunny Kim이 초빙되어 제 그림을 배경으로 하여 퍼포먼스를 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말씀하신 Jay Song 송지영 교수님은 저희 한국어 프로그램과 이민 관련 여러 번 대담을 나눠주셨고요. 써니킴 교수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공연 인터뷰로 모신 바 있습니다다채로운 연계 프로그램들이 이번 전시를 더욱 의미 있게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인터뷰 끝으로 이번 전시 또 앞으로의 작가님의 미술활동에 대해 전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주시죠.

신재돈: 한국 이민자로서의 내가 바라보는 호주, 그리고 한반도가 제 작품의 제재이기에, 이 전시를 통해 특정 에스닉 그룹의 시야가 호주 문화의 다양성에 기여하고, 또 저희 한국 커뮤니티에도 작은 활력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신재돈 작가님의 바람처럼 호주와 한국을 잇는 좋은 문화 외교의 역할이 되시리라 봅니다. 이번 전시 성황 이루시길 저도 바라겠습니다

신재돈: 감사합니다.

진행자: 오늘 좋은 시간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진행에 유화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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