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오디세이] ‘세계 여성의 날’의 상징은 왜 “빵과 장미” 일까?

International Women's Day 2020

International Women's Day 2020 Source: Getty Images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은 1908년 만 오천 명의 여성들이 여성의 생존권(Bread)과 참정권(Roses) 보장을 위해 궐기했던 최초의 대규모 시위에서 유래했다.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의 러트거스 광장에는 여성 노동자 1만 5000여 명이 운집해 "우리에게 빵을 달라 그리고 장미를 달라"라고 외쳤습니다. 빵은 저임금에 시달리던 여성의 생존권을, 장미는 남성과 동등한 여성의 참정권을 의미했습니다.

"Bread and Roses" 

당시로서는 유래를 찾기 어려운 여성들의 첫 대규모 시위였습니다. 이들은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 일하다 화재로 숨진 여성 노동자를 기리며 근로시간 단축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와 참정권 보장 등을 요구했습니다. 당시 여성 노동자는 생존을 위해 하루 최대 14시간씩 일해야 했습니다.

3월 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로 여성의 현실을 알리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날로 기념됩니다.  매년 이 날을 맞아 전세계적으로 여성의 권리를 강조하는 다양한 행사와 캠페인이 펼쳐집니다.  호주 전역에서도 시가행진 등 다양한 기념 행사가 개최되는데, 호주 공영방송 ABC의 라디오 채널 triple j에서는 이 날 하루 동안 전체 방송을 여성들의 목소리로 들려줍니다.  2020세계 여성의 날’ 주제는 세대평등(Generation Equality)과 여성의 권리 실현입니다.
모든 일에 순서가 있고 역사가 있듯 대중음악의 역사에도 묵묵히 여성의 힘과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 희망을 노래한 이들이 존재했습니다.  호주를 대표하는 가수 헬렌 레디는 1972년 여성의 자부심을 고취하는 곡 "I am woman"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과 그래미 최우수 여성 팝 보컬 퍼포먼스를 거머쥐었습니다.

여성이 과소평가를 당하는 것이 싫어서 자신이 경험했던 것들을 떠올리며 모든 가사를 직접 쓴 헬렌 레디의 “I Am Woman”은 여성이기 때문에 느끼는 것들, 여성이라서 받는 부당한 대우를 이야기하며, 강하게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예술성과 상업성을 모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페미니즘 제2의 물결에 관한 여러 책에도 실리는 등 많은 사회적 영향을 끼쳤습니다.

발표된 지 50년 가까이 된 오래된 노래지만, 2010년에는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2 [Sex and the city 2]에 등장하면서 다시금 크게 재조명을 받기도 했습니다. ‘나는 여성이어서 강하다’고 노래한 헬렌 레디는 1941년 멜버른 태생으로 올해 나이 78세이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도 라이브 무대에 오를 만큼 노익장을 과시했습니다.

팝(Pop)은 파퓰러(popular)에서 파생된 단어로 ‘인기 있을 만한, 매력이 있는’ 대중음악이란 의미로 사용됐으나 50년대 이후로는 하나의 음악 장르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미국에서는 팝 음악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1960년대부터 꾸준히 페미니즘을 부른 가수가 등장했는데, 흑인 여성인권 운동을 힘썼던 나나 시몬, 인종과 성 차별에 맞서 '존중'을 요구한 아레사 프랭클린을 비롯 돌리 파튼, 마돈나, 신디 로퍼, 자넬 모넬, 비욘세 등으로 계보가 이어집니다.

니나 시몬(Nina Simone)은 재즈 음악사를 포함해 미국 음악사 전체를 통틀어서도 위대한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힙니다. 최초의 싱어송라이터라 불리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미국의 혼란기를 거치면서 저항 운동의 상징과 같은 존재이자 특히 흑인 여성의 인권을 위해서 힘쓴 인물로 기억됩니다.

1966년 발표 곡 “Four Women”은 네 명의 여성을 이야기합니다. 노래는 네 가지 유형의 여성을 이야기하는데, 이들의 모습은 당시 미국의 현실이었습니다. 첫 번째 Aunt Sarah는 미국에 노예로 온 여성입니다. 두 번째 여성 Saffronia는 흑인 여성과 백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세 번째 여성 Sweet Thing은 성적으로 대상화된 여성입니다.  마지막 여성 Peaches는 고난과 역경을 겪은, 사회 환경과 부모로부터 억압을 물려받은 존재입니다. 니나 시몬은 이 여성들을 통해 백인에게 학대받는 흑인의 실상을 이야기합니다.

줄리아드에서 클래식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니나 시몬은 인종차별이 심했던 시대의 희생양으로 원하던 커티스 음악원 입학이 좌절되면서 대중음악으로 전환하게 됩니다. 불합리한 인종 차별에 맞서 정치적 메시지로 가득찬 음악을 발표하면서 사회적인 논란의 표적이 됐던 니나 시몬은 어느 날 홀연히 미국을 떠나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했지만 유방암 투병과 궁핍과 외로운 노년 생활 끝에 2003년 향년70세로 격정의 삶을 마감했습니다. 그가 사망하기 이틀 전, 50년이 지나 커티스 음악원은 그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했습니다.  

니나 시몬의 격정적 삶은 많은 영화와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습니다. 그 중 배우 겸 가수로 활동 중인 딸 리사(Lisa Stroud)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는2016년 아카데미 최고 다큐멘터리 후보작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112년 전 시작된 여성 평등 운동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2020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대중음악을 통해 여성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한 대표 페미니즘 팝 음악을 만나봤습니다. 컬처 오디세이 유화정이었습니다.

[상단의 팟캐스트를 클릭하시면 전체 내용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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