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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인: "괜찮아, 그럴 수 있어"… '가상 부모'에게 위로를 사는 Z 세대

A person in a striped yellow shirt using an iPhone.

As loneliness grows, emotional support is becoming a service—one that young people are willing to pay for. Photo: Elisa Schu/picture alliance via Getty Images Source: Getty / Picture alliance/dpa

중국 숏폼 영상과 한국 AI 챗봇에서 건네는 위로의 한마디가 실제 가족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위로와 공감마저 '소비'의 대상이 된 시대, Z세대가 마주한 정서적 고립의 깊이를 들여다봅니다.


Key Points
  • 35년의 한 자녀 정책이 낳은 '고독 경제'와 '외동 세대' 1.8억 명의 결핍
  • 중국 z 세대, '가상 부모' 정서 서비스에 매달 평균 180 호주 달러 지출
  • 한국, 대화가 사라진 자리에 들어선 AI…감정적 교류 디지털 대화로 전이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이제 이 말은 가족이 아닌 영상 속 ‘가상 부모’에게서 들려옵니다.

최근 중국과 한국을 중심으로 Z세대가 가상 부모에게서 정서적 위안을 얻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숏폼 플랫폼에서는 ‘가상 엄마’, ‘가상 아버지’ 캐릭터가 등장해 짧은 위로의 말을 건네며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늘 힘들었지”, “너는 지금 그대로 괜찮다”는 단순한 메시지에 청년들은 깊이 반응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 현상은 ‘고독 경제’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중국 Z세대는 감정 서비스에 매달 180 호주 달러, 우리돈 약 18만~19만 원을 지출하고 있으며, 제품 선택 시 기능보다 정서적 가치를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감정이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선택하고 구매하는 대상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줍니다.

그 배경에는 약 35년간 이어진 한 자녀 정책이 있습니다. 약 1억 8천만 명의 외동 자녀 세대는 부모의 사랑과 기대를 동시에 감당하며 성장했고, 실패에 대한 압박 역시 크게 작용했습니다.

현실의 부모가 조언과 기대를 강조하는 사이, 청년들은 조건 없는 공감을 제공하는 가상 부모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Illustrative: Chatbot ChatGPT
NSW public school students will not be able to use the AI program CHATGPT, due to cheating concerns. Source: AAP / Sipa USA

한국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AI 챗봇을 통해 ‘엄마처럼 말해 달라’는 요청이 증가하면서, 감정적 교류가 디지털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관계의 변화로 보면서도, 정서적 의존이 심화될 경우 현실 관계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가상 부모는 분명 따뜻한 위로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우리가 점점 서로에게 건네지 못하고 있는 말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상단의 오디오와 트랜스크립트를 통해 컬처인 전체 내용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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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감정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따뜻함일 수도, 혹은 말 못 할 무거운 책임감일 수도 있습니다. 든든한 버팀목이지만, 때로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벽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게 부모라는 존재일 겁니다.

그런데 최근 Z세대 사이에서 아주 기묘한 유행이 번지고 있습니다. 집에 진짜 부모님이 계신데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앱이나 SNS 속 '가상 부모'를 찾아 나서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건데요. 단순한 유행일까요, 아니면 우리 사회 가족 해체의 마지막 신호일까요?

오늘 컬처인에서는 최근 외신에서 화제가 된 중국의 ‘가상 부모’ 사례부터 우리 곁의 ‘AI 부모’ 현상까지 깊이 있게 짚어보겠습니다.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가상 부모’라는 표현, 아직은 낯선데요. 이게 이게 정확히 어떤 현상인지부터 짚어볼까요?

네, 말 그대로 가상입니다. 그러니까 실존하지 않는 ‘부모 역할’을 하는 존재에게서 정서적 위로를 받는 건데요. 중국에서는 숏폼 영상 플랫폼에서 가상 아버지, 가상 엄마 캐릭터가 등장해서 사용자에게 말을 건넵니다.

“밥은 먹었니, 오늘 힘들었지?” “괜찮아, 엄마가 있잖아.” 이런 아주 짧은 한마디인데, 이 영상에 수백만 조회수가 몰리고 있습니다.

단순한 콘텐츠 소비를 넘어서, 감정적인 반응이 일어나고 있는 거군요?

맞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게 단순한 ‘영상 시청’을 넘어 실제 관계를 대체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의 도우인(Douyin), 글로벌 버전인 틱톡의 중국판 숏클립 영상 플랫폼이죠.

여기에 등장하는 ‘판후첸과 장슈핑’ 부부의 영상 계정은 현재 팔로워가200만 명에 육박합니다.

팔로워가 200만 명이면 사실상 ‘국민 부모’ 같은 존재아닌가요? 영상 내용이 궁금한데요. 어떤가요?

영상 내용은 사실 특별할 게 없습니다. 오히려 굉장히 평범하다고 할까요. "우리 딸 왔니? 밥 먹자" 하고 웃어주는 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다음입니다.

댓글에 “이 말 듣고 울었다” “진짜 우리 엄마보다 따뜻하다” 이런 반응들이 매일 수만 개씩 달립니다. 즉 이건 순간의 재미를 이끄는 단순 콘텐츠가 아니라 실제 정서적 대체 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죠.

그런데 단순히 영상만 보는 게 아니라, 이게 실제 돈을 쓰는 ‘경제적 현상’으로도 번지고 있다면서요?

네,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고독 경제(Loneliness Economy)'입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국 Z세대의 90% 이상이 제품을 살 때 성능보다 '정서적 가치'를 더 중요하게 본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감정 서비스에 월 평균 약 180 호주 달러, 우리 돈으로 18만~19만 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습니다.

젊은 층에게 매달 19만원의 지출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닌데요. 무엇보다 감정을 돈으로 소비한다? …예전에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개념입니다.

맞습니다. 과거에는 가족 안에서 자연스럽게 얻어지던 위로와 공감의 감정이 이제는 필요할 때 선택해서 구매하는 서비스로 바뀐 겁니다.

관계 속에서 주어지던 감정이 지금은 플랫폼에서 돈을 주고 소비되는 감정으로 전환되고 있는 흐름입니다.

그렇다면 이 현상의 뿌리, 그 근원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여기에는 분명한 구조적 배경이 있습니다. 핵심은 바로 ‘한 자녀 정책’입니다.

1950년에서1970년대 후반까지 중국 인구는 5억 명대에서 9억 명 이상으로 폭발적으로 급증하면서 자원 부족과 경제 발전에 막대한 부담이 됐습니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1980년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이 시행됐습니다. 그리고 이 정책은 무려 35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인구 억제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심각한 고령화, 남녀 성비 불균형, 그리고 젊은 노동 인구 감소까지 부작용도 컸죠.

맞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누적되면서 결국2016년 1월 1일을 기해 전면 폐지됐고, 이후 2자녀 정책으로 전환됐죠. 현재는 3자녀까지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건 이 35년의 시간 동안 형성된 세대입니다. 약 1억 8천만 명에 달하는 ‘외동 자녀 세대’가 만들어진 것이죠.

그 세대가 지금의 Z세대 중심이라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온전히 혼자 받으면 자랐지만, 동시에 그 기대와 부담도 혼자 감당해야 했습니다. 그러니까 사랑은 집중됐지만, 부담도 함께 집중된 세대인 겁니다.

그래서 실패에 대한 압박도 훨씬 클 수밖에 없겠네요.

맞습니다. 바로 ‘한 자녀 정책’이 낳은 서글픈 단면이기도 합니다. 한 자녀만을 애지중지 키운 부모에게 자식의 실패는 단순한 좌절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실패’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실의 부모는 “더 노력해라, 멈추지 마라”라고 말하게 되고, 청년들은 그 말 속에서 위로보다 압박을 먼저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현실에서 듣기 어려운 말을 다른 곳에서 찾기 시작하죠. 그 자리를 채운 것이 바로 ‘가상 부모’입니다.

중국의 ‘국민 부모’ 격인 ‘판후첸과 장슈핑 부부는 이렇게 말해줍니다. "너는 지금 그대로 괜찮다”, “나는 너 자체로 소중하단다" 현실에서는 쉽게 듣기 어려운 ‘조건 없는 긍정’이죠.

결국 중국의 청년들은 이 ‘조건 없는 긍정’말을 돈을 주고라도 선택하고 있다는 거군요.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런 흐름이 중국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는 점인데요.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죠?

그렇습니다. 다만 방식이 다릅니다. 중국이 ‘영상 속 부모’라면 한국은 ‘대화하는 부모’입니다. AI 챗봇을 통해 사용자가 직접 관계를 설정하는 방식인데요. 예를 들어 “엄마처럼 말해줘” “아빠처럼 조언해줘” 이렇게 역할을 지정하면AI가 그에 맞춰 반응합니다.

최근 국내 1020 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끄는 대화형 AI 플랫폼들을 분석해 봤더니 놀랍게도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설정하는 페르소나 중 하나가 바로 ‘다정한 부모’였습니다.

그렇다면 현실 부모와의 대화는 점점 줄어드는 걸까요, 실제 우리 청년들이 부모님과 대화를 너무 안 해서 생기는 현상 아닐까요?

정확한 지적입니다. 여성가족부의 통계를 보면, 부모와 하루 평균 대화 시간이 30분 미만인 청소년이 절반 이상입니다. 반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하루 평균 4시간이 넘습니다. 이는 즉, 부모와 나누지 못한 감정적 교류가 디지털 대화로 전이된 상태임을 보여주는 것이죠.

아 그래요. 그런데 궁금하네요. AI가 실제 부모만큼 공감을 잘해줄까요?

네 실제 대화형 AI 사례 하나를 들어볼게요. 취업에 실패한 한 청년이AI ‘엄마’에게 이렇게 말을 건넵니다. “나 또 떨어졌어… 나 진짜 안 되는 사람인가 봐.”

그러면 AI는 거의 망설임 없이 이렇게 답합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 “엄마는 늘 네 편이야.” “오늘 정말 많이 버텼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한 말이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무엇을 하지 않는가’입니다. 현실의 부모라면 보통 이렇게 말할 겁니다. “그래도 더 노력해야지.” “다른 애들은 벌써 취업했는데..”

그렇죠. 위로보다 비교나 조언이 먼저 나오기 십상이죠.

하지만 AI는 판단도, 비교도,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습니다. 그저 끝까지 공감만 합니다. 그래서 사용자들이 이런 말을 합니다. “AI인 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눈물이 난다.” “처음으로 혼나지 않고 위로받은 느낌이었다.”

결국 이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조건 없는 위로’를 듣지 못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우리는 왜AI가 ‘가짜’인 걸 알면서도 위로를 받는 걸까요? 이 같은 현상을 심리학적으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심리학에서는 ‘대상관계이론’으로 설명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이상적인 부모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요. 현실의 부모가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때,그 이미지를 외부의 대상, 즉AI나 유튜버에 투사하게됩니다. 쉽게 말해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해주는 존재’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겁니다.

일종의 '정서적 대리만족'이군요. 하지만 이게 계속될 경우,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장기적으로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심리학자를 비롯 이 분야 전문가들은 '안전 기지(Secure Base)'의 상실을 우려합니다. 원래 부모는 자녀가 세상에 나가 상처받았을 때 돌아와 쉴 수 있는 안전한 항국 같은 존재여야하는데, 그 역할이 점점 디지털로 이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정서적 외주화'가 심해지면 정작 현실의 부모와는 더 멀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AI라는 '도피처'로 숨어버리는 패턴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결국 현실 관계는 더 약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다" 이 한 마디가 위로가 아니라 압박으로 들리는 순간, 젊은 세대는 그 관계를 떠나게 되는 군요. 세대의 변화라고는 하지만, 지금의 현실이 조금은 씁쓸하게 느껴지네요.

현실 부모와 달리 가상 부모가 주는 위로는 분명 따뜻하고 다정합니다. 하지만 그 관계에는 갈등도, 책임도, 시간도 없습니다.

결국 우리가 잃고 있는 건 ‘편안함’이 아니라 ‘함께 견디는 관계’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 가상 부모 현상을 기묘하고 낯설다고 바라보기 전에, 왜 지금의 청년들이, 왜 우리의 자녀들이 기계의 품에서 울고 있는지 그 고독의 깊이를 먼저 들여다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오늘 하루 고생 많았다." AI는 1초 만에 건네는 이 쉬운 한마디가, 왜 우리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는 그토록 꺼내기 힘든 말이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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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결국 우리가 잃고 있는 건 편안함이 아니라 함께 견디는 관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그래서 이 가상 부모 현상을 기묘하다고, 또 낯설다고 바라보기 전에 왜 지금의 청년들이 왜 우리의 자녀들이 기계의 품에서 울고 있는지 그 고독의 깊이를 먼저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이 말이 화면이 아니라 식탁 위에서 오가는 날, 우리는 다시 가족이라는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문화로 세상을 읽는 시간,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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